헬로티 이동재 기자 |
작년 9월 스마트팩토리+오토메이션월드 2021 전시회와 동시 개최된 RFID/센서 제조혁신 세미나에서 아시아나IDT 한주철 팀장이 발표한 ‘아시아나IDT의 성공적인 RFID 구축사례’의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물류와 재고를 관리하는 일은 어느 산업 분야나 마찬가지로 번거로운 일이다. 시간과 자원이 꽤나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아무리 꼼꼼이 관리해도 실수가 생기고 오차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RFID. RFID를 현장에 도입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예비 고객들에게 아시아나IDT의 한주철 과장이 RFID를 도입한 현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RFID, 100% 아냐”
물류와 재고 관리 부분을 수기로 하고 있는 많은 현장에서 에러를 없애고 시스템을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RFID를 찾는다. 컨설팅은 RFID가 100% 맞는 건 아니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RFID도 다른 모든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분명 한계가 있다.
RFID가 100% 정확도가 아니라고 해서 쓸모없는 기술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기 시스템을 비롯한 여타 시스템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시스템 업체와 고객이 함께 호흡하면서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스템 업체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 백업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시스템에 반영하고, 현장이 시스템 업체에서 설정해준 작업 매뉴얼을 잘 준수한다면, RFID는 여전히 엄청난 자원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작업자가 한번씩 흔들어주세요"
한 전력회사의 창고에 RFID를 도입한 사례다. RFID로 인식해야 하는 제품은 변압기. 기존에는 수기로 진행하던 입고 작업에 RFID를 적용했다.
창고 상단에 RFID 안테나를 설치하고 진입하는 제품을 인식하도록 했다. 보통 '지나가면 전부 인식되겠지'하고 쉽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번에 20개에서 30개가 밑을 지나가게 되는데, 테스트 결과 변압기에 포함된 금속 물질 때문에 RFID가 인식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작업자의 표준 가이드를 설정했다. 너무 어려운 작업은 아니고, RFID 안테나 밑을 통과할 때 잠깐 멈춰서 제품을 실은 카트를 살짝 흔들어줘야 한다. RFID는 전파라서 흔들리는 개체 쪽으로 전파가 흡수된다. 이렇게 살짝 흔들어주는 것만으로 인식률이 훌쩍 올라가게 된다.
높은 인식률이 역풍으로 돌아온다면?
패션 브랜드에서 RFID를 도입한 사례다. 사실 요즘 패션 브랜드들은 거의 다 RFID를 사용하고 있다.
RFID가 부착된 의류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면 RFID 안테나가 있는 게이트를 지나게 된다. RFID 인식을 위해 만든 게이트는 문이 달려있는데, 제품이 안테나 아래 쪽에 들어오면 게이트 문이 닫히고 인식이 끝나면 다음 제품을 받기 위해 문이 열린다.
문이 닫히지 않으면 제품이 지나가는 속도가 당연히 더 빨라진다. 그런데 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느냐, 바로 전파 간섭 때문이다. 태그를 위한 장비들이 발전해 인식률이 높은 것은 좋은데, 너무 좋은 나머지 인식해야 할 태그 이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제품들까지 같이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문을 닫지 않으면 이미 지나가거나,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태그들이 함께 읽혀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다른 한 브랜드에서는 동일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정해져 있는 배송 시간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출고 속도가 상당히 중요했던 업체다. 인식 게이트에 문을 달 경우, 당연히 출고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원했다. 그래서 게이트에 설치될 안테나로 직진성이 강한 소형 안테나를 개발하고,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제품 사이에 이격 공간을 두고 컨베이어벨트를 살짝씩 멈추도록 했다.
"이런 경우는 수작업이 필요해요"
이번엔 특별하게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RFID를 도입한 사례다. 엔터테인먼트사에는 아티스트들이 착용하는 의상과 악세사리들이 많다. 고가의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실물 자산 관리가 중요하다.
직원이 의상을 사고 결제하는 순간, 경비처리 솔루션에서 데이터를 받은 다음 RFID 태그를 발행하고 창고에 들어오면 부착하게 되는데, 많은 경우 창고에 먼저 들어오지 않고 착용이 먼저 된다. 실제 운영을 하다보니, 옷이 한번에 한 벌씩 들어오지 않고 여러 벌이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옷이 한 벌씩 들어오면 태그를 출력하고 붙이기 쉽지만, 한 번에 100~200벌씩 들어오면 현장에서 태그를 붙이는 작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RFID를 이용한 관리는 편안하지만,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노동력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또, 의상이 리폼, 수선, 세탁 같은 공정을 거칠 때 바쁜 직원들이 때에 따라 입·출고 인식을 안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자산 실사를 자주 하면 되기는 한다. 실제로 RFID는 자산 실사 과정의 시간과 자원을 혁신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하던 것을 많게는 일주일, 3일에 한 번씩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보조수단일 뿐 매뉴얼이 아니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실제 작업자들의 RFID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같이 성숙해져야 시스템이 안정화될 수 있다.
특별한 상황에서 쓰이는 특별한 태그
한 철강 회사의 RFID 도입 사례다.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태그를 부착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원래는 태그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는 시스템을 생각했는데 금방 제작돼서 나오는 철근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부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로봇이 철근에 태그를 용접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먼저 로봇이 철근에 적외선을 쏜다. 태그가 붙지 않은 철근을 찾는 것과 표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를 찾는 것,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표면에서 가장 멀리 나와있는 위치를 찾는 이유는 금속 성분으로 인한 인식률 저하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로봇이 철근에서 가장 바깥으로 나와 있는 부분을 식별한 다음, 발행된 태그를 용접한다.
이때 일반적인 RFID 태그가 아니라 순간적인 열을 견딜 수 있는 특수한 태그가 필요하다. 당연히 보통의 태그보다 가격이 비싸다. 태그 전체에 방열재를 붙이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스파크가 나는 부분만 견딜 수 있게끔 특수 제작한다. 그래도 사람을 투입하는 비용과 대자면 비교할 수 없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철근을 상차하는 과정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들이 여럿 있다. 주변에 태그가 널려있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간섭을 최소화한 특별 안테나를 개발해야 했고, 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안테나와의 거리로 데이터를 소거하는 시스템 솔루션이 추가로 들어갔다. 철근을 다 실은 차가 한 번 더 RFID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위치에서 정차하는 일 등 운전자가 지켜야 할 표준 가이드도 있다.
처음 테스트할 때 50%도 채 안 나왔던 위 현장의 표준 인식률은 위 과정을 거쳐 96%까지 올라갔다. 나머지 부족한 4%는 차가 출구 쪽으로 나갈 때 작업자가 모바일 리더기를 이용해 스캔한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도 태그 용접 과정에서 잘못된 것 등 100% 완벽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RFID를 도입하기 전 수량 검사의 정확도가 70%가 채 안됐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확하며, 물류 속도 개선 효과 또한 뛰어나다.
RFID 도입은 프로그램적인 측면보다 현장에서의 검증과 맞춤형 솔루션이 더 중요하다. 현장의 상황에 따라 태그도 달라질 수 있고, 리더기 설치 위치와 세부 솔루션 등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RFID 도입의 답은 언제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