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보다 중요한 건 ‘제어의 질’” 브이디로보틱스·하이퍼쉘, ‘체험형 대중화’로 韓 웨어러블 로봇 시장 승부수 [헬로즈업]

2026.02.24 21:29:52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외골격 로봇(Wearable Robot)을 둘러싼 국내 시장의 시선은 오랫동안 의료·재활과 산업 현장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 현장 특수 장비 관점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시선은 기술의 필요성과 기능적 가치에는 공감하면서도, 일상적 소비재나 생활형 장비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장 논의 역시 성능 시연과 기술 가능성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사용 장면과 소비자 선택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려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 웨어러블 로봇 시장의 경쟁 포인트는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체감 효익을 느끼는지로 연결되고 있다. 여기에 제품을 어떤 경로로 처음 접하고 신뢰를 형성하는지까지 포함된다. 이같이 아웃도어·생활 활동과 맞닿는 영역에서는 성능만큼이나 편의성·지속가능성·효율성 등 체감 중심의 기준이 구매 판단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결국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확산 여부는 성능을 전제로 한 체험·유통·서비스의 명확한 진입 구조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 카테고리는 사용자를 설득하는 힘과 초기 체험의 품질, 이후 운영 경험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갖춰질 때 대중화의 조건이 성립된다.

 

지난달 중국 소재 웨어러블 로봇 제조사 ‘하이퍼쉘’과 공급 파트너십을 맺은 브이디로보틱스의 정원익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은 성능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써보는 경험과 이후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양사의 이번 전략이 눈에 띈 이유도 웨어러블 로봇을 기존 보조기기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등산·러닝·트레킹·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실외(Outdoor) 퍼포먼스 장비라는 정체성이었다.

 

이들은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성능 검증 ▲사용자 체감 ▲유통 전략 ▲대여(Rental) 모델 ▲서비스 인프라 ▲데이터 운영 등을 통합하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기술 과시보다 '진짜 신뢰' 증명에 집중한 韓 시장 공략법

 

이 같은 양사 로드맵은 ‘기술력 뽐내기’보다 ‘제품 신뢰성 입증’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한국 시장 데뷔를 앞둔 ‘하이퍼쉘 X(Hypershell X)’ 시리즈는 스위스 소재 검증 기관 ‘SGS(Société Générale de Surveillance)’로부터 공식 인증받았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도출된 심박수 42% 감소, 신체 부담 39% 감소, 배터리 지속 거리 30km 등 효과를 강조했다.

 

앵거스 판(Angus Fan) 하이퍼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단순히 강한 출력 수치를 제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용자가 체감하는 효과성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이디로보틱스가 수립한 한국 시장 공략의 중심축은 ‘체험 확산 설계’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43.7%가량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운동을 즐기는 잠재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에 주목한 전략이다. 실제로 정원익 부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주 1~2회 이상 운동에 참여하는 활동 인구 기반이 큰 시장이라는 논리를 세웠다.

 

여기에 마케팅 로드맵도 시기별 세분화했다. 오는 4월까지는 이른바 ‘혁신 수용층(Innovators)’을 대상으로, 5~8월은 ‘발 빠른 사용자(Early Adopters)’, 9~12월 ‘초기 다수층(Early Majority)’으로 타깃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전시 노출, 운동 전문가 및 앰배서더 운영, 팝업 체험 프로그램, 홈쇼핑 입점,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협업 등 단계별 수단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정원익 부사장은 “무작정 구매를 설득하기보다 체험 접점을 늘리고 사용 후기를 축적하는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는 더 빠르게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성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활동적 장년(Active Senior) 층을 별도 타깃으로 설정한 점이 주목받았다. 제품을 극한 스포츠 장비에 가두지 않고, 이동 보조와 체력 부담 완화 등 일상의 야외 활동을 지속하게 돕는 생활형 수요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핵심은 판매·렌털·서비스를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

 

브이디로보틱스 측은 향후 3년 동안 약 2만 대의 판매고를 올려, 누적 매출 395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CAGR 63%에 달하는 지표다. 사측은 이 수치를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단일 채널 확대가 아닌, 판매·렌털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명했다.

 

렌털 영역은 ▲편의점 팝업스토어 기반 초기 렌털 수요 검증 ▲구독형 수익 모델 확립 ▲재생정비(Refurbish) 기반 운영안 등이 포함됐다. 렌털 고객의 구매 전환 목표 60%, 고객 진입 장벽 70% 감소 목표도 언급됐다. 초기 체험과 구매 전환 설계를 사업 모델의 중심에 둔 접근이다.

 

이에 함판식 브이디로보틱스 대표는 “고가 장비 시장에서는 첫 구매를 바로 요구하기보다 일단 경험하게 하고, 그 경험을 구매 전환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전략을 제시했다.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기체를 구매한 이후의 운영 인프라도 구축했다. 우선, 문제가 생기면 3일 안에 해결해 주는 ‘3일 내 해결 안심 서비스(3-Day Express Care)’를 도입하고, 로봇 관리만 전담하는 전문 조직인 ‘브이디프렌즈’를 통해 사후 관리를 책임진다.

 

이 같은 사후 서비스(AS)에 더불어, 사용자 사용 패턴을 체계적으로 챙기는 시스템도 가동한다. 사용자 구매 이력과 로봇 사용 습관을 분석해 맞춤형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로봇을 통해 얻은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운동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전용 커뮤니티를 운영해 사용자들이 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로봇이 일회성 화제 상품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활용되는 생활밀착형 로봇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반복 사용과 추천이 이어지는 소비재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사용자 성향에 맞춘 라인업 4종, ‘힘 보조’만이 아니다

 

하이퍼쉘 X 시리즈는 기능·사용성 등 측면에서 네 종으로 구성됐는데, 특히 사용자 성향 분화 방식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프리미엄 모델 ‘하이퍼쉘 X 울트라(Hypershell X Ultra)’는 기록 중심 사용자, 두 번째 상위 모델 ‘하이퍼쉘 X 카본(Hypershell X Carbon)’은 착용감 중심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다. 아울러 가성비·엔트리 제품군인 ‘하이퍼쉘 X 프로(Hypershell X Pro)’와 ‘하이퍼쉘 X 고(Hypershell X Go)’는 각각 가성비 중심 사용자와 보행 중심 사용자에게 최적화됐다.

 

구체적으로 ‘고’는 일상과 장거리 보행 수요를 겨냥해 최대 출력 400와트(W), 최대 보조 속도 시속 12km, 체력 소모 감소 최대 20%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중상급 모델인 ‘프로’와 ‘카본’은 최대 출력 800W, 시속 20km, 체력 소모 감소 최대 30%가 동시에 제시됐는데, 선택 기준은 무게·소재·착용감에서 갈리도록 구성됐다.

 

앵거스 판 CPO는 “제품을 단순 상·중·하 등급으로 나누기보다 사용 목적과 체감 포인트에 따라 선택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최상위 모델 ‘울트라’는 이번 론칭 전략의 상징적 모델로 강조됐다. 양사는 배터리를 제외한 본체 무게 약 1.8kg에 최대 출력 1000W, 시속 25km 보조 속도, 최대 토크 32N·m, 배터리 최대 활용 거리 30km, 12개 적응형 상태 모드, 방수·방진 등급 ‘IP54’ 내구성 등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판 CPO는 “울트라는 단순히 출력이 높은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야외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되도록 제어와 내구 조건까지 모두 최적화한 모델”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정원익 부사장도 “하이퍼쉘 X 시리즈에 ‘한계를 넘어서는 전진(GO without LIMITS)’이라는 슬로건을 적용한 이유는 제품 판매 자체보다 체험에 지향점을 둔 야외형 로봇 소비재의 이미지를 정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전했다.

 

함판식 대표도 하이퍼쉘 X를 일상적인 야외 장비로 시장을 설득하고, 이러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운영 방식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선포했다.

 

다른 한편, 고·프로·카본·울트라는 각각 149·199·289·329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하이엔드 '하이퍼쉘 X 울트라' 체험해 보니...‘정교한 제어’를 체감으로

 

입는 로봇을 처음 경험할 때 흔히 지원하는 힘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이퍼쉘 X 울트라 착용 데모에서 느껴진 포인트는 달랐다. 체감 중심은 힘의 크기보다 ‘개입 타이밍’과 ‘제어 질’에 있었다.

 

기자의 데모 체험을 지원한 임선완 브이디로보틱스 대리는 “이 로봇은 처음 출력 숫자보다 착용 시 세팅이 최적화돼야 본연의 기능과 콘셉트가 온전히 전달된다”며 “허리·허벅지 위치, 전체적인 벨트 조임 정도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몸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제 성능을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다.

 

▲ 최재규 기자가 임선완 대리의 도움을 받아 하이퍼쉘 X 울트라를 착용하고 있다. (촬영 : 브이디로보틱스 관계자, 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하이퍼쉘 X 울트라는 보행뿐만 아니라, 달리기 상황에서도 유연한 보조를 지원한다. (촬영 : 브이디로보틱스 관계자, 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하이퍼쉘 X 울트라는 순간적인 추진감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계단 구간과 보행 전환 구간에서 장비가 상황을 인식하고 보조 강도를 조절하는 흐름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났다. 즉, 사용자 리듬과 상황에 맞춰 개입했고, 사용자가 로봇을 착용하는 느낌보다 로봇이 동작 흐름에 맞춰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특성은 내리막길과 계단 하행 구간에서 부각됐다. 실제 사용 과정에서 무릎 부담과 균형 스트레스가 크게 누적되는 구간은 내리막인 경우가 많은데, 무릎 등 하체에 무리가 가기 쉬운 내리막길에서 로봇이 제때 힘을 보태줬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울트라를 체험한 등산 크리에이터 백송희 씨는 체험 후기로 “오르막 보조보다 하산·계단 구간에서의 제어감과 부담 분산이 체감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임선완 대리는 “많이 밀어주는 느낌만 강조하면 처음에는 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로봇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리듬을 해치지 않는 제어가 더 중요하다”며 “하행 구간에서 부담 분산을 어떻게 체감하느냐가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울트라가 출력형이 아닌 제어형 모델임을 강조한 부분이다.

 

▲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하이퍼쉘 X 울트라가 사용자의 활동을 보조한다. (촬영 : 브이디로보틱스 관계자, 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메커니즘을 조금 더 다양화해 보자면, 지형·상황에 따른 12개의 대응 기술이다. 실시간 적응(Real-Time Adaptation)형으로 설계된 기능이다. 계단 오르내리기, 산악 지형, 눈길, 자갈길, 러닝, 사이클 등 다양한 환경·상황에 맞춰 보조를 조절하는 제어 로직이다.

 

 

앵거스 판 CPO는 이에 대해 “울트라의 강점은 높은 출력 수치 자체보다 상황 변화에 맞춰 보조를 조절하는 제어 로직과 실제 야외 환경 대응력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이퍼쉘 전용 애플리케이션 시작 사용자 화면(UI)에는 기기 배터리 잔량, 이동 거리, 속도, 대기 상태 등 기본 주행 정보가 표시돼 있다. 그 아래는 에코(Eco)·하이퍼(Hyper)·투명(Transparent)·피트니스(Fitness) 등 모드를 전환하며 보조 강도를 조율할 수 있다.

 

이 중 에코 모드는 중간 강도의 활동을 전제로 한 적응형 보조 모드다. 보행이나 일반 야외 활동에서 보조감과 전력 사용의 균형을 맞추는 설정이다. 그 옆에 있는 하이퍼 모드는 격렬한 활동을 위한 역동적 보조 모드로, 리듬 변화가 큰 구간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전제로 한다.

 

이어 투명 모드는 보조 기능을 끈 상태인데, 장비 개입 없이 착용감과 동작 리듬을 확인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끝으로 피트니스 모드는 보조 중심이 아니라 운동 목적의 저항 중심 모드다. 애플리케이션 화면에서도 운동 강도에 맞춘 저항 조절 개념이 강조된다.

 

 

각 모드별로 전력·저항 바가 색상으로 구분돼 표시되고, 하이퍼·에코 화면에서 로켓 아이콘으로 된 ‘부스트(Boost)’와 내리막보조(HDC)·저속안정제어(LSSC)·열보호제어(TPC) 등 항목이 배치된 '모션엔진(MotionEngine Ultra)' 활성화 여부가 표시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상황별 제어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울트라를 필두로 한 하이퍼쉘 X 시리즈는 아웃도어 환경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정원익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먼저 야외 활동 중심으로 체험 접점을 넓히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분야는 그보다 훨씬 넓다”며 “결국에는 산업 환경에서의 활용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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