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과열되는 전기차 배터리 한·중·일 삼국지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성적표가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삼국지 형세가 뚜렷하다.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TOP10에 속한 기업은 모두 한국, 중국, 일본의 기업이다. 성적표를 받아든 세 국가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일본은 밝았고, 중국은 의미심장했으며, 한국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유력한 1위 후보가 되어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눈앞에 뒀다. 중국은 TOP10에 무려 7곳의 기업이 올라오는 기염을 토했다. 2위와 3위도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한국은 LG화학이 2017년과 같은 4위를 기록했지만, 삼성SDI가 전년 대비 한 단계 내려간 6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LG화학 4위, 삼성SDI 6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중·일 기업의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SNE리서치는 지난 1월 3일, 2018년 연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자료는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기록으로 12월 한 달의 기록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연간 기준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출하된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의 파나소닉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2위와 3위는 중국 기업인 CATL과 BYD가 각각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4위와 6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연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출처 : SNE리서치>
LG화학의 4위는 거의 확실하다. 5위인 AESC와의 격차가 2.6GWh 이상에 달해, 12월 실적으로 역전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 LG화학은 2017년과 동일한 연간 4위를 유지한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2017년보다 한 단계 내려간 6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5위인 AESC와 격차가 836MWh에 달해 12월의 실적으로 그 차이를 뒤집기에는 어려움이 따라서다. 다만, 바로 밑 순위인 Farasis보다 약 485MWh 정도 앞서 현재 순위인 6위는 안정적으로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은 2위 CATL과의 격차가 1.4GWh에 달해 1위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올해 월별 추이에서는 CATL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파나소닉 역시 테슬라 모델 3 생산 판매가 급증하면서 출하량이 급성장했다. 따라서 파나소닉은 12월 실적과 관계없이 2015년 이후 3년 만에 1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2016년 1위는 중국의 BYD, 2017년 1위는 CATL이 기록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모델 3 생산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이 급성장했다. <사진 : 테슬라>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모델 판매 증가가 성장의 원인
2018년 1~11월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출하된 배터리의 총량은 약 76.9GWh였다. 전년 동월 대비 72.8%나 급증한 양이다. 이중 LG화학은 6.2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2.2%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SDI가 출하한 배터리 총량은 2.7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1%의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도는 성장률을 보였다.
두 업체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주로 현대 코나 EV, 재규어 I-Pace, 르노 Zoe 등의 BEV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출하 실적이 늘었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스트리트스쿠터 워크 등 BEV와 PHEV 모델들의 판매가 널리 증가한 것이 성장세로 이어졌다.
▲LG화학의 2018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는 전년 동기와 같은 4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LG화학>
비중국산 배터리 사용량 Top10에 한국 기업 3곳 위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국 전쟁에서 한국이 다소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절망적인 상태는 아니다. 중국에 출시된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 사용량을 제외한 조사에서는 한국 기업의 기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SNE리서치가 1월 7일에 발표한 2018년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비중국산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2위와 4위 기록을 확실히 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위로 전년 대비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1위는 중국을 포함한 배터리 사용량 순위와 마찬가지로 파나소닉이 기록했다.
▲2018년 연간 글로벌 비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 : SNE리서치>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비중국산 배터리 에너지양은 약 32.3GWh였다. 전년 대비 82.7% 증가한 수치다. 2017년에 이어 사용량 순위 2위를 기록한 LG화학의 배터리 에너지양은 6.1GWh였다. 2017년 동기 대비 41.2% 성장한 수치다.
삼성SDI는 2.6GWh로 성장률(28.3%)이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돌아 순위가 2017년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두 업체 모두 하위 업체와의 격차가 최소한 1GWh 이상에 달해, 1~11월 순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에 따라 2017년과 비교하여 LG화학은 같은 순위를 유지했고, 삼성SDI는 한 계단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690MWh로 2.5배 이상 급성장하면서 7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의 성장 추세로 볼 때 5위인 PEVE와의 격차를 메우기가 쉽지 않지만, 바로 밑 순위인 LEJ에 12월 실적만으로 100MWh가 넘는 격차를 추월당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시장 확대 노리는 LG화학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와 일본의 견고함 속에서도 한국 기업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분야 글로벌 신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남경에 1.2조 원 증설 투자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 1월 9일, 중국 남경 현무(玄武) 호텔에서 남경시와 배터리 공장 투자계약 체결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계약 체결에 따라 LG화학은 남경 신강(新疆)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 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각각 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화학 담당자는 “이번 투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용 파우치 배터리를 비롯해 LEV,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등 Non-IT용 원통형 배터리의 급속한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배터리 분야 글로벌 신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남경에 1.2조 원 증설 투자에 나섰다. <사진 : LG화학>
시장조사업체인 B3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세계 수요는 2015년 23억 개 수준에서 2019년에는 60억 개 수준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풀이된다. 연평균 시장 성장 속도는 27%다. 투자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전지사업본부장 김종현 사장은 “이번 증설을 통해 전기차뿐만 아니라 경(輕)전기 이동수단, 전동공구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남경에 위치한 세 개의 배터리 공장을 아시아 및 세계 수출기지로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남경 신강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두 곳의 배터리 공장 외에도 빈강(滨江)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기술 차별화로 승부하는 삼성SDI
삼성SDI도 지난 1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COBO)센터에서 열리는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 2019)’에서 혁신 소재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 셀을 대거 전시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핵심인 ‘전고체전지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며 기술 차별화에 나섰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SDI는 600㎞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셀과 37Ah(암페어아워)에서 78Ah까지 EV, PHEV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별 배터리 셀 라인업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소재 및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기술 차별화에 나섰다. 또한,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전지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고 한층 진화된 LVS(Low Voltage System) 팩 등 다양한 혁신 제품들도 전시했다.
▲삼성SDI는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 2019)’에서 차세대 배터리 셀을 대거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 : 삼성SDI>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음극/전해질/분리막) 중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최고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도 700km 이상 가능한 기술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에너지밀도 증가를 통한 주행거리 향상’과 ‘전기차 가격 인하’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SDI가 선보인 신제품들은 이 두 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승부수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SDI가 이번에 소개한 배터리 셀들은 에너지 용량이 크게 증가됐다. 이 셀을 채택할 경우 차량 당 셀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자동차 메이커들의 원가 혁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 전영현 사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초연결성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배터리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다양한 차별화 기술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Auto 2.0 시대를 앞당기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전기차의 동남아시장 진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 높아
현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 코나 EV의 동남아시아 진출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16일,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Car Hailing) 기업 그랩(Grab)이 최근 코나EV를 활용한 카헤일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서비스 론칭을 위해 코나EV 20대를 그랩 측에 공급했다. 그랩은 공급받은 코나EV 20대를 소속 운전자에게 대여했고, 그랩 드라이버는 이 차로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고 있다.
그랩은 현대자동차로부터 공급받은 코나EV를 포함해 연내에 총 200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나EV에는 LG화학이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가 탑재된다. 따라서 코나EV의 동남아시장 진출은 LG화학의 배터리 출하량 상승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코나EV의 동남아시장 진출은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 현대자동차>
코나EV의 동남아시장 진출은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한국 전기차가 동남아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경우, 자연스레 다양한 국내 전기차가 동남아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고, 이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2018년 전기차용 배터리 성적표는 이제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이제는 2019년 성적표를 기다릴 때다. 중국과 일본의 선전 속에서 한국 기업은 꿋꿋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한·중·일 삼국지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