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ESD), 미세 자국, 고온 내구성 등은 전기전자 제조 자동화(Automation) 공정에서 수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이자 마지막 리스크로 꼽힌다. 공정 고도화에 따른 부품의 박막화와 표면 민감도 상승은 제조 환경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열 이력이나 대전(帶電) 조건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수율 손실이 발생하며 상당한 비용 리스크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진공 흡착 기술은 생산 속도와 범용성을 확보하는 핵심 프로세스지만 리스크 관리의 난도가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정전기 방전이나 소재 열화 같은 변수가 통제되지 않을 경우, 공정 고도화의 결과가 불량률 상승과 시스템 중단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전기전자 제조 자동화는 파지(Gripping)·흡착(Suction) 단계에서 품질 리스크를 차단하고, 공정을 안정적으로 표준화하는 운영 설계로 집중되고 있다.
독일 소재 진공 기술 업체 슈말츠(SCHMALZ)가 이 같은 전기전자 제조 현장의 고질적 리스크를 타파하기 위해 나섰다. 진공 패드 소재 ‘HT1-ESD’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한국 지사 슈말츠코리아는 진공 기반 로봇 팔 종단장치(EOAT)와 작업자 보조형 핸들링 시스템을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정밀 핸들링 산업에서 ‘성과가 보이는 자동화’를 강화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진공 기술의 본질? “자동화·핸들링을 잇는 유연한 생산 기술 방법론”
슈말츠는 1910년 창립 이후 진공 기술을 고도화해 온 독일 업체다. 사업 부문은 진공 자동화(Vacuum Automation 이하 VA)와 핸들링 시스템(Handling System 이하 HS)으로 나뉜다. VA는 진공 패드, 진공 그리퍼 등 부품 및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 기술은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오더피킹(Order-picking)·팔레타이징(Palletizing)·투입(Loading)·적재(Unloading)·포장(Packging) 등 공정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광영역 그리퍼(Gripper) ‘FMP’와 ‘FXP’는 작업물의 크기, 표면 상태, 재료 편차가 큰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그리핑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범용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목재·포장재부터 금속판·유리·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소재를 핸들링할 수 있다. 사측은 민감한 표면에 발생하는 흡착 자국을 최소화해 공정 수율을 높이는 핵심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전상호 슈말츠코리아 VA영업팀장은 “결국 생산 효율의 관건은 로봇·장비가 얼마나 똑똑하게 대상물을 파지하느냐에 있다”며 “다양한 소재를 하나의 통합 그리핑 기술로 대응하는 자사 솔루션은 공정 전환의 군더더기를 없애는 핵심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HS는 작업자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작업물을 들어 올려 옮기도록 설계된 반자동 솔루션이다. 진공 리프터, 진공 리프팅 장치, 크레인 시스템 연동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 중 진공 튜브 리프터 ‘점보플렉스(JumboFlex)’는 유리·금속·목재 등 중량물을 인체공학적으로 취급하도록 돕는 제품으로 소개된다.
유효상 슈말츠코리아 HS영업팀장은 “최근 생산 현장에서는 기계 도입보다 작업자가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도록 돕는 기술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HS 솔루션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점보플렉스 등 솔루션이 근골격계 질환 예방뿐 아니라, 실제 공정의 생산성까지 끌어올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간 중심의 핸들링과 정밀 자동화 프로세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슈말츠는 최근 가속화되는 자율 제조 엔진의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은 제조 현장에 생산 효율과 안전 강화라는 이중의 과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인공지능(AI)과 협동 로봇(코봇) 기반 자동화 구축으로 사용자의 DX를 뒷받침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 안에서 로봇 도입의 확산은 슈말츠가 다루는 EOAT를 공정 전체의 수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시켰다. 슈말츠는 기존 설비 보급을 역할을 뛰어넘어, 데이터 기반 지능화 핸들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장의 요구를 정밀하게 해결해 나간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실제로 사측은 로봇 제조사, 시스템통합(SI)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솔루션 공급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안전 강화를 겨냥한 핸들링 시스템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전상호 팀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요구가 커지면서 유연하고 범용적인 그리핑 솔루션 문의가 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유효상 팀장도 작업자 부담을 줄이는 ‘비나 핸들링(Binar Handling)’ 라인업의 수요가 두드러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비나 핸들링은 ‘비나 핸들링 AB(Binar Handling AB)’, 유럽·아시아 소재 자회사 4개를 보유한 스웨덴 소재 핸들링 시스템 업체를 슈말츠가 인수한 후 완성된 라인업이다. 현재 퀵 리프트 시리즈, 로프 밸런서 등 제품으로 HS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AX 시대의 지능형 그리핑...혁신점은 '데이터 순환'과 'ESG 가치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전환(AX) 국면에서 슈말츠가 내세운 키워드는 ‘그리핑 지능화’와 ‘운영 데이터 가치화’다. 슈말츠는 핑거형 그리퍼 ‘엠그립(mGrip)’ 등 그리핑 솔루션에 AI를 접목해 비정형 다물체를 정밀하게 파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상호 팀장은 “단순히 물체를 옮기는 기술은 이제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그리퍼가 공정의 눈과 뇌 역할을 하며 예지보전 시뮬레이션을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는 AI 비전과 연동해 형태·크기·재질을 실시간 분석하고 그리핑 압력, 로봇 손가락 간격과 개방 각도를 자동 조절하는 구상도 포함된다. 여기에 빵·채소·과일처럼 손상에 민감한 식음료(F&B) 제품을 빠르게 다루는 역량 강화도 언급했다.
동시에 그룹사인 ‘GPS(Gesellschaft für Produktionssysteme)’의 생산 시스템 및 공정 최적화 역량을 활용하는 방향도 사측의 주요 전략이다. 진공 시스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분석으로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해 예지보전과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구현하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코봇 표준 인터페이스 및 모듈형 설계를 강화해 현장 도입 부담을 낮춘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회사는 ESG의 가치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시각을 기반으로, 진공 기술의 에너지 효율과 작업자 안전에서 접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슈말츠는 진공 펌프·발생기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과 함께, 코안다 효과(Coanda Effect)를 활용한 코안다 그리퍼 시리즈 ‘SCG’와 ‘SFG’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확보의 핵심 주자로 배치했다.
코안다 효과는 물체 표면에 형성된 기류가 압력 차이로 인해 유체를 끌어들여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초래하는 원리다. 소량의 압축 공기만 활용해 공기 흐름을 증폭시켜, 주변 공기를 대량으로 끌어인다. 이를 진공 기술에 적용하면, 진공 발생기 없이 공기 공급만으로 흡입(Suction)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유 팀장은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핸들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를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솔루션과 연동해, 진공 시스템 가동률 및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최적화해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저감을 겨냥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여기에는 내구성과 모듈형 설계로 제품 수명 주기를 늘려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는 접근도 포함된다.
정밀 공정의 미래 프로세스를 점치다
올해 회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HT1-ESD’는 고온 환경에서의 신뢰성·내구성 저하를 함께 겨냥한다. 슈말츠는 HT1-ESD가 고온용 소재 ‘HT1’과 ESD 보호용 ‘NBR-ESD’의 장점을 결합해 최대 170℃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ESD 보호 기능과 자국 발생 최소화로 부품 손상과 불량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부연 설명했다.
전 팀장은 “이번 신소재는 전기전자 제조 공정의 오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결과물”이라며 “특히 마모 저항성을 극대화해 유지보수 부담과 다운타임(Downtime)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제품은 평면형·주름형·원형·타원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슈말츠 측은 인쇄회로기판(PCB) 조립, 반도체 제조, 디스플레이 모듈 핸들링 등 전자 산업 전반을 적용 영역으로 설정했다.
현장 실무자들이 직면한 오랜 난제는 공정의 하드웨어적 한계와 소프트웨어적 관리 부재가 겹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슈말츠는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하던 기존 핸들링 방식을 정밀 기구 설계로 표준화함으로써, 인적 자원 변동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생산 엔진을 구축해왔다. 이는 각 산업용 로봇의 폼팩터(Form-factor)에 최적화된 전용 EOAT 라인업을 통해, 단순 반복 공정의 완전 자동화와 고중량물 취급의 반자동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실무적 해법으로 구체화된다.
특히 공정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교체 시간(Change-over Time)'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서 그리퍼·패드를 매번 수동으로 재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퀵 체인지(Quick Change) 모듈과 광범위한 소재 대응력을 갖춘 범용 그리핑 엔진을 보급 중이다.
유효상 팀장은 “국내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리프팅 솔루션과 자동화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고객사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현장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맞춤형 프로세스 설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AW 2026 등판’ 소재 혁신과 데이터 선순환이 만드는 자율 공정
슈말츠코리아는 내달 4일 개막하는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Automation World 2026, 이하 AW 2026)’에 참가해 앞선 자사 솔루션을 한데 소개할 계획이다. 전시 현장에서는 제조 공정에서 품질 리스크를 줄이는 소재 및 그리핑 접근과 운영 데이터 기반 유지관리 고도화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Q.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메시지는?
A. 전기전자 제조 공정에서 수율에 영향을 주는 여러 이슈를 소재 단계에서 줄이려는 접근이다. HT1-ESD가 적용되는 공정과 대상물을 기준으로 품질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려는지 확인할 수 있다.


▲ AW 2026 현장에서는 HT1-ESD의 가동 모습을 참관할 수 있다.
Q. HT1-ESD는 어떤 포인트로 평가해야 하는지.
A. 최대 170℃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 ESD 보호 기능, 자국 발생 최소화가 핵심이다. 마모 저항성 측면에서는 가용성과 유지보수 부담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적용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도 공정 확장성과 연결된다.
Q. EOAT·핸들링 시스템을 함께 제시하는 이유는 뭔가?
A. 인력난, 인건비 상승, 안전 요구가 겹치며 로봇 자동화와 작업자 보조 솔루션 수요가 동시에 커졌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한다. 코봇 확산과 맞물려 EOAT 관심이 높아졌고, 현장에서는 리프팅 솔루션을 통한 작업자 부담 저감 요구도 커졌다는 설명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Q. AX 관점에서 자사 전략을 이번 전시에 어떻게 녹일 예정인지?
A. 지능화된 그리핑 방법론과 통합 운영 방식을 강조한다. AI 비전 기반 그리핑 최적화 구상과 함께, 진공 시스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설비 상태 모니터링과 예지보전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Q. 현장에서 ‘운영’ 관점으로 확인할 항목은 무엇인가.
A.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 품목 변경 시 재설정 부담을 줄이는 설계 요소, 표준 인터페이스와 모듈형 구성, 유지관리 관점에서 다운타임을 줄이는 데이터 활용 방식이 핵심 항목으로 제시된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