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DX] 텍사스 휴스턴이 증명한 ‘데이터 기반 신뢰’...3DXW 2026서 확인

2026.01.31 23:24:51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우주항공이 먼저 체감한 ‘데이터의 진짜 가치’...LCA가 운영 데이터가 된다  

 

우주항공 산업의 기본값은 안전과 신뢰다. 이 가치는 설계와 제작이 완료된 후 별도의 문서로 보완되는 것이 아니다. 설계 변경, 제작 결과, 시험 기록, 운영·정비 이력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체계 내에서 구현된다. 물리적 변화가 즉각적으로 데이터에 반영되고 추적되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는 우주항공 산업을 지탱하는 약속이다. 즉, 우주항공 분야는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인프라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유인 우주 비행의 심장부이자 프로젝트 실무 데이터의 총괄지인 ‘미국 항공우주국 존슨 우주센터(NASA Lyndon B. Johnson Space Center 이하 JSC)’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예산과 행정을 다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나, 발사를 전담하는 NASA 케네디 우주센터(KSC)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곳은 임무 통제, 우주선 설계, 우주인 훈련 등이 24시간 실시간 데이터로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운영 시스템 그 자체다. 현장에서 목격되는 미션의 본질은 결국 수만 개의 부품과 프로세스에서 도출되는 데이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연결하고 증명해내는 과정에 있다.  

 

최근 이 정밀한 데이터 체계가 새롭게 수용하기 시작한 핵심 항목은 바로 환경 성과다. 그동안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이하 LCA)'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나 외부 평가 대응을 위한 보조적인 언어로만 소비돼 왔다.

 

실무와 운영 데이터가 생명인 JSC의 워크플로에서 LCA는 더 이상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다. 이제 LCA는 제품 생애주기 전반을 관통하며, 그 가치를 실시간으로 증명해야 하는 핵심 운영 지표로 편입되고 있다.

 

실제로 우주항공 현장에서 LCA는 데이터 기반 신뢰로 작동한다. 설계의 미세한 변경이나 부품 교체가 탄소 성과에 즉각적인 변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LCA가 엔지니어링 및 운영 데이터의 유기적인 일부가 되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과 조달 단계에서 가해지는 압박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들의 행보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탄소배출량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 ‘스코프 3(Scope 3)’의 감축 범위를 공급망과 제품 사용 단계까지 확장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스코프 3는 부품 조달, 물류, 출장, 제품 사용 및 폐기 등 외부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한다.

 

일례로 항공기 제작 및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보잉(Boeing)은 공급 업체가 배출량을 보고하고, 목표 대비 진척도를 정교하게 평가받도록 하는 참여 프로그램을 공식화했다.

 

이제 이러한 요구는 환경 부서의 단편적인 보고서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객사와 조달 부문이 원하는 데이터는 제품·공급망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비교 가능하고, 언제든 감사가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LCA가 기술·운영의 영역으로 파고드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가치 입증하는 ‘생동하는 데이터’

 

이처럼 데이터로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증명하는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산업계는 설계·제조를 통합하는 기술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여정이 대거 공개된다. 내달 1일(현지시간)부터 4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다쏘시스템의 연례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3DEXPERIENCE WORLD 2026 이하 3DXW 2026)’에서 이러한 내용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매년 다쏘시스템 가상 환경 방법론인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와 컴퓨터지원설계(CAD) 솔루션 ‘솔리드웍스(SOLIDWORKS)’ 생태계 이해관계가 결집하는 축제다. 이 자리에서 설계부터 제조를 아우르는 미래 비전을 조망한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을 통해, LCA 계산 등 복잡한 데이터 작업을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내부로 내재화하는 비전이 핵심 화두로 등장할 예정이다.

 

마니쉬 쿠마(Manish KUMAR)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최고경영책임자(CEO) 겸 연구개발(R&D) 부문 부사장은 "AI가 업무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며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가 단순히 기록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며 가치를 입증하는 생태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 지난해 3DXW 개막 현장 모습(좌)과 해당 행사 기조연설에서 발언 중인 마니쉬 쿠마 부사장. (출처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러한 변화가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는 지점은 역시 우주항공이다. 우주항공은 추적과 구성관리로 생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설계 너머 운영까지...‘살아있는 데이터’가 무결성 만든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제품은 공장에서 출고됐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부품이 수시로 바뀌고, 수리 기록이 쌓이며, 설계가 조금씩 수정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 과정이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으면 그 비행기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부품 하나를 갈아 끼운 기록부터 정비 이력까지, 모든 데이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야 다음 비행 임무를 설계할 수 있다. 우주항공 산업이 아주 오래전부터 ‘디지털 스레드’를 생명처럼 여겨온 이유다.

 

이 구조는 로봇 기술이 접목될 때 더 확실히 체감된다. NASA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발키리(Valkyrie)’가 대표적인 예다. 로봇이 위험한 환경에서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려면, 해당 현장의 상태와 로봇의 정비 이력이 데이터로 완벽하게 관리돼야 한다. 데이터에 빈틈이 생기는 순간, 로봇의 자동화는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LCA, '보고'를 넘어 '실시간 운영 데이터'로 진화해야

 

LCA가 까다로운 이유는 복잡한 계산식 때문만이 아니다. 각종 현장에서 끊임없는 일어나는 변화가 까다로움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주항공 제품은 설계 단계부터 수많은 변형이 일어나고, 공급처나 공정 조건도 수시로 바뀐다. 이러한 변동성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면 LCA는 과거의 기록일 뿐, 현재의 의사결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결국 LCA는 설계·조달·생산 등의 변경 사항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갱신되는 '살아있는 지표'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실무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데이터 연결이라는 병목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 자재명세서(BOM)부터 소재, 에너지 사용량, 운영 이력이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돼야만 신뢰 있는 탄소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데이터는 개별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복잡한 공급망 전체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협력사의 원가나 공정 노하우가 담긴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필요한 항목만을 권한에 따라 안전하게 교환하는 방식을 제언한다. 여기에 그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구조적 솔루션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연결 및 무결성이 확보될 때, LCA는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운영 데이터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는 곧 로봇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 도입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디지털 스레드 위에 구현되는 다쏘시스템의 LCA 비전

 

이 지점에서 다쏘시스템 솔루션의 역할은 ‘LCA 보고서 작성을 돕는 도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주항공 산업 특유의 데이터 연결망인 디지털 스레드 체계에 LCA를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설계가 바뀌면 환경 성과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함께 움직이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D익스피리언스의 LCA 기능은 글로벌 환경 데이터베이스(ecoinvent)와 연동된다. 설계 단계에서 재료나 공정을 하나만 바꿔도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즉각 보여준다. 특히 제품의 뼈대인 BOM을 기반으로 결과값을 매번 다시 계산하며, 협력사로부터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오면 이를 즉시 반영해 최신 상태를 유지해준다.

 

이번 휴스턴 행사에서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리더가 참여해 가상 환경과 핵심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이들의 통찰은 우주항공 산업이 마주한 데이터 연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접근은 데이터가 끊김 없이 연결되어 언제든 검증 가능해야 한다는 다쏘시스템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는 우주항공 산업의 필수인 ‘안전’과 LCA의 핵심인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전을 위해 존재했던 디지털 스레드 위로 이제는 환경 지표가 올라오고 있다. LCA가 실제 운영 데이터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기술 경쟁의 판도는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우주항공이 먼저 겪고 있는 이 변화는 제조업 전체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제품의 성능만 자랑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성능과 환경 성과를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시대. 우주항공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가장 까다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산업일 뿐이다.

 

산업계 이해관계들은 결국 로봇과 자동화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제 LCA는 설계, 조달, 시험, 운영 데이터와 함께 숨 쉬는 새로운 ‘산업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진화의 생생한 현장은 내달 휴스턴에서 증명될 예정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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