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기술 상용화 확대...AI 자율 보행 로봇 스타트업 주목

2025.09.30 11:44:00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KAIST는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이 조선소와 도심 현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산업용 보행 로봇과 강남 도심 속을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보행 로봇이 상용화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디든로보틱스와 유로보틱스다.

 

디든로보틱스는 철제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업할 수 있는 ‘승월(昇越) 로봇’ 기술을 상용화해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 자동화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2024년 3월 KAIST 기계공학과 휴보랩 DRCD연구실 출신 4명이 공동 창업한 디든로보틱스는 사족보행 로봇 ‘DIDEN 30’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과 족형 다리 구조, 자석 발을 결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DIDEN 30은 선박 건조 현장에서 구조물로 빽빽하게 설치된 철제 보강재(론지)를 넘는 ‘론지 극복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는 선박 내부의 좁은 출입구인 액세스홀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능 고도화를 진행 중이며, 2026년 하반기부터는 용접·검사·도장 등 실제 작업 투입을 목표로 성능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2족 보행 로봇 ‘DIDEN Walker’를 개발 중이다. 2025년 4분기 프로토타입 완성을 목표로 하며 복잡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 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향후 조선업 용접 자동화를 위한 상체 매니퓰레이터 탑재도 계획돼 있다.

 

디든로보틱스는 독자적인 ‘피지컬(Physical) AI’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AI 학습 플랫폼 ‘DIDEN World’를 통해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동작 데이터를 사전 생성, 오프라인 강화학습 방식으로 시행착오 없는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학습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또 하드웨어 내재화와 3D 인식 기술 고도화에도 나서 2026년까지 작업자 개입 없는 완전 자율 보행 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삼성중공업과 공동개발로 건조 중인 블록에서 론지 극복, 승월 테스트, 용접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디든로보틱스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받았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현재 삼성중공업, HD현대삼호,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과 현장 맞춤형 로봇 개발 협력도 진행 중이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삼성중공업 현장에서의 성공적인 테스트를 통해 기술의 실용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며 “조선업의 인력난 해소와 자동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유로보틱스는 KAIST 명현 교수 연구팀 출신 3명이 공동 창업한 자율 보행 스타트업이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 유로보틱스가 개발한 제어 기술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강남 도심 인파 속을 자연스럽게 걸어 주목을 받았다.

 

핵심은 ‘맹목(blind) 보행 제어기’ 기술이다. 카메라나 LiDAR 같은 외부 센서 없이 내장 정보만으로 보행을 결정해 낮과 밤, 날씨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정밀한 지형 모델링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지형을 ‘상상’하며 보행하는 방식으로, 보도블록·내리막길·계단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제어기로 성능을 발휘한다.

 

이 기술은 KAIST 명 교수 연구실이 2023년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사족보행 경진대회에 출전해 개발한 것이다. 당시 MIT를 제치고 우승하며 세계적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회를 이끈 인물은 유병호 유로보틱스 대표였으며, 오민호, 이동규 공동 CTO가 핵심 자율 보행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휴머노이드 환경에 맞춘 추가 개발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유병호 대표는 “이번 영상은 휴머노이드 완전 자율보행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KAIST 연구성과를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 가능한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번 성과는 KAIST 원천기술이 스타트업을 통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KAIST는 도전적 연구를 바탕으로 혁신 창업을 촉진하고 글로벌 로봇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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