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IT7] 스마트폰의 심장 운영체제…치열한 OS 전장…앱스토어 대 구글 플레이

2013.09.02 16:12:50

스마트폰의 심장 운영체제
치열한 OS 전장…앱스토어 대 구글플레이



존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에 있어 정부의 개입은 마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듯, 스마트폰에 있어서 심장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운영체제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스마트폰이 조그마한 전자적 기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만능의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운영체제를 소유한 주체의 의도에 따라 스마트폰의 영역이 한정질 수 있다는 함의가 동시 존재한다.

황재훈  객원기자


영국의 학자 존 케인즈가 경제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수정자본주의 효시인 이 경제학계의 거두가 주장한 것은 정부가 개입해 수요를 창출하고, 이에 따라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골자다. 케인즈는 1900년대 초반 세계경제의 불황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정책-뉴딜 정책-까지 만들어내는 데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
케인즈가 말한 정부의 개입이 수정자본주의의 심장이듯 스마트폰의 심장은 바로 운영체제(이하 OS)이다. 이 운영체제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멍청한 기계덩어리에 불과한 스마트폰이 현실세계에 만능으로 둔갑하는 주춧돌이 된다.
하지만 실제 그 사용처의 핵심은 주춧돌 위에 세워지는 대들보와 기둥 그 자체에 있다. 자유롭게 세워진 주춧돌은 사용자 개인에 최적화된 다양한 기능과 기술을 제공한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둥은 바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용자는 미처 모르던 스마트폰의 뒤편에는 케인즈가 주장한 정부의 개입처럼, OS 소유자의 의도와 활동이 깊숙하게 개입돼있다.
수요를 만들어내고, 시장을 형성하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도, 그 심장에 연결될 혈관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OS를 가진 자의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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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의 등장



애플은 1970년 대 이미 조그마한 기계를 마치 PC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OS를 만드는 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컴퓨터를 통해, 맥(MAC)을 통해 애플 OS를 선보였을 당시, 그리고 PC시장을 장악하기 직전 이를 막아낸 것은 바로 빌 게이츠였다. DOS, 윈도 시리즈로 대변되는 빌게이츠는 IBM PC 시리즈에 기본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막강한 제품 판매력을 가진 IBM과 DOS의 결합, 여기에 더해 IBM은 잡스의 비밀스런(CLOSED) OS와 달리 DOS를 공개(OPEN)해버렸다. 누구나 소형 기기를 PC로 만들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애플로 천하통일을 꿈꾸던 잡스는 절대 다수의 힘을 버텨내지 못했다. 잡스의 첫 번째 실패는 바로 클로스에서 비롯됐다.
잡스는 10여년이 흘러 위기에 빠진 애플에 복귀한 뒤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고, 애플만의 강점인 UI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더해 OS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면서 OS를 좀 더 특별하게 대접받기 위한 혁신적인 장치를 준비하는 데 그것이 바로 ‘아이튠즈 스토어’이다.
아이팟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아이튠즈 스토어는 혁명 그 자체였다. 아이튠즈에 접속하기만 하면, 원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었고, 이마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최적의 장터로 자리매김했다. 아이팟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아이튠즈와 스토어가 일종의 파라다이스였다.
이 파라다이스는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음악 판매에서 아이팟과 아이폰을 좀더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응용 프로그램들을 팔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이팟과 아이폰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깜찍하고도 재기발랄한 소품들이었다. 아이팟, 아이폰과 아이튠즈, 앱스토어는 끊임없이 매력을 뿜어냈고, 애플에서만 맛볼 수 있고, 애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보다 진보한 공간이었다.
애플은 앱스토어로 iOS의 폐쇄성을 교묘하게 가리면서 ‘오픈 마켓’이란 이름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애플은 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던 무선망(2G와 3G) 대신 새로운 무선망(WiFi)을 적극 활용해 앱스토어에 ‘개방(OPEN)’이라는 이름을 덧씌웠다. 전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서 사고 팔 수 있다는 전제를 내세웠다.
자유롭고도 스마트한 이 ‘오픈’이라는 단어로 애플 아이폰은 모든 영예를 독차지했다. 통신사들은 무선망 위의 콘텐츠 판매처들을 이미 갖고 있었지만 ‘폐쇄’라는 덫에 사로잡혀 있었다. 경쟁에서 밀렸고,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을 통째로 애플에 넘겨주고 말았다. 오픈되지 않았지만, 오픈된 마켓, 앱스토어가 가지고 있는 마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을 사용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바로 OS, 애플의 iOS이다.
이 비밀은 사실 공공연한 것이다. 대항마는 잡스를 1980년대 초반 좌절시켰던 진정한 개방 진영에서 다시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PC용 OS ‘윈도’와 자웅을 결했던 OS ‘리눅스’와 프로그래밍언어 ‘자바’에서 그 실마리가 풀렸다. 안드로이드 OS가 iOS를 대적할 OS로 새롭게 등장했고, 안드로이드 OS를 통째로 집어삼킨 구글이 애플의 앞에 섰다.
‘애플 기계’만을 위한 ‘iOS’ 대신 모든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기계(스마트폰)를 위한 ‘안드로이드’는 모든 개발자들과 개발사들에게 개방된 진정한 ‘OPEN’이었다. 더불어 애플 앱스토어에 대적할 새로운 오픈마켓, ‘구글 플레이’가 등장했다. 결국 OS의 전쟁은 오픈 마켓들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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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앱스토어



2008년 7월 11일 애플은 아이폰 3G를 출시하면서 앱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아이폰 또는 아이팟 용 응용프로그램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앱스토어는 대형업체가 개발하고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개방형 장터다. 운영사에서 공개한 소프트웨어 개발키트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전세계 아이폰 이용자에게 팔 수 있다.

개인 개발자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등록하면 소비자는 무선통신에 접속하여 자신이 선택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으로 다운로드하거나 개인용 컴퓨터(PC)로 다운로드한 후 휴대폰으로 옮길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판매수익은 개발자와 운영사가 7:3 정도의 비율로 분배하며, 소비자들은 무료 또는 유료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는 IT시장에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2008년 이후 5년사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갑부가 된 사업자는 끊임없이 늘어났고, 게임, 비즈니스 툴,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10억달러 이상 번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만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생겨나기도 했다.
2008년 7월 앱스토어가 첫 발을 내디딜 때 등록돼 있던 앱은 500개였지만, 현재 등록 앱 수만 90만 건에 달한다. 또 전 세계 앱스토어 계정 보유자는 5억7500만여명이며,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00억회를 넘어섰다.
미국 CNN에 따르면 앱스토어의 성공을 이끈 5대 앱으로 앵그리버드, 구글맵, 판도라, 인스타그램, 샤잠을 선정했다. 이들 앱은 각각 게임, 지도, 스트리밍, 사진, 음악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의 수익은 지난 1분기 전세계 앱스토어 매출은 전체 74%를 차지한다. 전체 22억달러 중 16억달러로 나머지 26%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가 갖고 있다.
이 애플 앱스토어의 놀라운 성과에는 사실 개발자들에게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에 비밀이 있다. 앱스토어가 30% 를, 70% 수익을 개발자가 갖는 이 방식은 기존 무선통신망 사업자들과 거래하기 어려웠던 ‘개미’들을 끌어들였다.
애플은 지불 시스템, 광고 등 수익 모델을 발전시켰고, 사업자 또는 기업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웠던 폐쇄적인 모바일 비즈니스 환경을 개방형으로 전환시켰다. 폐쇄적인 OS가 개방된 유통구조를 끌어안은 것이다.
그 결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기계(아이폰)의 대량판매·애플리케이션 수요의 증가·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의 앱스토어 진입·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애플기계의 대량판매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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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마켓


애플 앱스토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구글플레이, 즉 안드로이드 마켓이 꼽힌다. 매출과 실적,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숫자에서는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숫자는 100만개,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500억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숫자와 다운로드 횟수에 있어서는 애플 앱스토어를 육박하거나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질적 측면의 차이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있다. 전체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게는 3배에서 많게는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플레이가 애플 앱스토어와 시작 시점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구글 플레이가 나오기 전 안드로이드 마켓은 2008년 10월 22일 처음 개설됐다. 2009년 2월 중순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첫 유료 판매를 시작했다.
구글플레이는 애플 앱스토어의 그늘에 가려져 폭발적인 성장세가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애플에 버금가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왔다. 성장세와 더불어 매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스토어 내에서 애플 앱스토어보다 무료 애플리케이션 비중이 너무 높아 수익성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구글플레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무료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게임 서비스가 201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변화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의 매출액을 30%나 가져가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이는 ‘플랫폼 인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인한 수익이지만 실제로 스마트폰의 OS와 유통망인 앱스토어를 제공하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당연한 매출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구글플레이는 애플 앱스토어보다 이동통신업체가 서비스 중인 앱스토어와 경쟁 관계를 형성 중이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앱스토어를 통해 매년 40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했지만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 이후 치명타를 입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빛과 그림자


오픈 마켓은 이처럼 OS 공급자인 애플과 구글의 대리전을 펼치는 치열한 전쟁터로 총성과 포화가 오가고 있다. 오픈 마켓은 개발자들을 유인하고, 적절한 수익 분배의 규칙(룰)을 내세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사로잡은 이상적인 장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유수의 IT 전문가들은 오픈 마켓, 즉 앱스토어의 등장과 성공에 대해 “최근 5년 사이에 벌어진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앱스토어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는 개발자들의 꿈과는 달리 현실의 그림자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는 개발자 1인당 수익은 500달러(한화 약 50만원) 수준에 불과하며,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이른바 대박을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초기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흥행 신화를 썼던 앵그리버드 개발사 로비오 이후 더 이상 각광받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애니팡으로 모바일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카카오톡 게임하기도 이후 더 이상 신데렐라 개발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 대신 기존 유통망과 기술, 개발력을 갖추고 있던 거대 게임 개발사들이 기존 PC게임 또는 온라인게임의 아류작들을 양산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귀착점에는 앱스토어 소유자, 즉 OS 소유자인 애플, 구글 등의 엄격한 잣대와 제한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디자인 및 개발 가이드라인이라든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검수 기간 등이다.
실제로 디자인 제한과 가이드라인은 대형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에게는 양산형 애플리케이션 혹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개발 표준과 시스템으로 각광받지만, 개인 개발자나 중소 게임업체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되는 식이다.
구글 또는 애플은 이와 같은 제한을 두는 이유를 앱스토어 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OS 업체의 의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앱스토어는 이미 애플리케이션 판매에 대한 결정적인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실제로 구글은 앱 제작 가이드라인을 두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용 유튜브 앱을 출시 하루 만에 서비스를 차단했다. 구글은 윈도폰용 유튜브 앱이 자사의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차단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에선 모바일 시장을 두고 구글이 MS를 견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구글은 지난 5월에도 MS의 윈도폰용 유튜브 앱이 유튜브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동영상 내려받기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했다. 물론 이 사례는 유투브앱의 소유권자인 구글이 MS의 오픈마켓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차단한 것이지만, 반대로 OS와 구글플레이를 보유한 구글이 반대의 경우에도 충분히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로 해석된다.
또 하나의 그림자는 보안이다. 앱스토어는 각 OS 소유자마다 개발자들에게 엄격한 보안 정책 및 보안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일부 혹은 대다수의 OS 코드가 노출된 상태에서 완벽한 보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OS의 경우 이미 오픈된 소스이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없이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허점을 갖고 있고, 그나마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애플의 iOS역시 지난 8월16일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악성코드가 유통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대학은 애플의 앱스토어의 안전성을 시험하면서 애플이 보안 심사 과정에서 악성 앱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지아대학 악성코드 앱은 문자, 이메일 전송, 트위터 포스팅, 사진찍기, 전화걸기에 심지어는 시스템을 다시 켜는 것도 가능한 앱이었다.
결국 앱스토어가 OS의 총아이자 최종 병기로 낙점받았지만, 스스로의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양날이 검이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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