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 ‘배송 전쟁’ 새판 짠다

2025.09.25 17:45:10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JV,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 흔든다
한국 배송시장,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 개막

 

물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뒷단의 산업이 아닙니다. ‘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는 글로벌과 국내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혁신을 쉽고 깊게 풀어내고자 마련한 고정 기획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산업의 흐름을 담아 물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빅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또 하나의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손을 맞잡고 합작법인(JV)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해외 판매 채널 확대를 넘어 국내 소비자를 둘러싼 ‘배송 경쟁 체계’에 직접적인 파장을 예고한다.

 

 

G마켓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 기반, 오프라인-온라인 유통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글로벌 셀러 풀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왔다. 이 두 회사가 합작법인을 세운 이유는 단순히 판매 채널을 확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물류와 배송 인프라를 공동으로 최적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배송·물류 시장, 새로운 연합군의 탄생

 

이번 합작의 본질은 ‘배송’이다. 그동안 알리익스프레스는 글로벌 직배송 구조 탓에 국내 소비자가 상품을 받기까지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 네이버–CJ대한통운 연합의 주 7일 배송이 일상화된 한국 시장에서 이러한 대기 시간은 치명적 약점이었다.

 

합작법인은 이 ‘느린 배송’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다. G마켓의 국내 물류 네트워크와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급망을 결합하면, 중국·동남아에서 국내 거점을 거쳐 당일 또는 익일 배송까지 노릴 수 있다. 전국 단위 풀필먼트센터와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공동 활용하면 단순한 판매 플랫폼을 넘어 ‘배송 경쟁력’으로 무장한 전자상거래 연합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배송시장, 본격적인 ‘2라운드’ 개막

 

합작법인 출범은 그동안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던 배송 경쟁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핵심은 ‘가격+배송’의 결합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전략에 G마켓의 국내 물류 인프라가 더해지면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수령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가격은 낮은데 배송도 빠르다”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물류 인프라 투자도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합작법인의 등장은 경쟁사들에 물류 역량 확충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고 택배사·풀필먼트 기업·라스트마일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 간 협업과 투자를 촉발할 수 있다. 동시에 연합 구도의 재편도 불가피하다. 쿠팡 독주에 대응한 네이버–CJ대한통운 축에 더해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축이 부상하면 ‘3강 체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합작법인의 탄생에 따른 ‘위기와 기회’

 

합작법인의 등장은 국내 물류업계에 위기와 기회를 모두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기회 측면에서 글로벌 판매자들의 국내 진입 수요가 커지며 3PL·풀필먼트·라스트마일 업체에 새로운 거래의 장이 열릴 수 있다. 대형 플랫폼과 글로벌 셀러를 잇는 교두보가 되면 업계 전반에 성장의 여지도 커진다.

 

반면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까지 통합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면 기존 국내 물류업체들의 참여 폭이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공세가 배송 단가로 확장될 경우 택배사와 스타트업은 가격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형 택배사 입장에선 합작법인의 공식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가 향후 성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공격적인 물류 서비스, 지속 가능성은 숙제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이 넘어야 할 산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다. 초저가와 초고속 배송을 동시에 구현하려면 상당한 물류비를 감당해야 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유지해온 무료배송 정책이 국내에서도 지속 가능한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인력 운영, 노동 이슈, 인프라 투자 효율, 글로벌 통관·규제 변수 등 복합 과제가 얽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작법인이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 장기적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비용 구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송시장, 승자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이번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출범은 단순한 해외직구 확대가 아니라 한국 배송시장의 새로운 지형을 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굳어졌던 경쟁 구도가 깨지고 국내 배송 업계는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물량이나 자본력이 아니라 가격과 속도,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플레이어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배송에 대한 니즈를 충족함과 동시에 물류서비스의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해야하는 미션을 안게 된 물류기업들의 경쟁은 이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배송시장의 새 판은 이제 막 시작됐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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