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 이어오던 가격 흐름, 지난달 초부터 반등세 보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D램 현물 가격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4월 3일 기준 1.95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저점이었던 3월 3일의 1.722달러 대비 한 달 새 13.3%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던 가격 흐름이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인 반등세로 전환된 것이다. D램 현물가는 일시적 거래 기준 가격이지만, 통상 4~6개월 후 반영되는 고정 거래 가격과의 연동성을 고려할 때 반도체 시장의 선행 지표로 통한다. 시장 내 매매 심리를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고정 거래 가격도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PC용 DDR4 8Gb의 3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1.35달러로, 5개월 연속 보합세를 이어가며 가격 안정세를 시사하고 있다. 

 

최근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중국의 소비 진작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과 미국 관세 시행 전 수요 확대, AI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채널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AI 수요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관세 이슈로 물량 선출하가 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 국면은 조기에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가격의 반등은 메모리 업계 전반의 전략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일부 제품에 대해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계획을 전달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4월부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긴급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고객 수요에 맞춘 유연한 대응 방침을 밝히며, 가격 정책에 있어 차별화된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도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25% 감소한 4조9430억 원 수준이나, 최근 KB증권(5조8000억 원), 하나증권(5조4000억 원), SK증권(5조3000억 원) 등은 5조 원대를 제시하며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상호관세 정책은 여전히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요소로 남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IT 제품에 추가 관세를 시사한 만큼, 향후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LS증권 차용호 연구원은 "반도체는 당장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관련 세트 제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다수 세트 조립이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수요 위축 가능성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