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이뤄지면서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차전지의 수요가 급증, 이에 따라 이차전지의 핵심 부품인 분리막 시장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당 시장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발 공급망 재편으로 수혜가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분리막은 이차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단락을 방지하는 절연 소재로 된 얇은 막이다. 이차전지의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순식간에 열이 발생, 폭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은 단연 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이차전지 분리막 시장의 규모는 20% 증가한 11.5조 원. 수치는 매년 20%씩 증가해 2030년엔 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막은 전통적으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글로벌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했는데, 이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8%나 됐다.
변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다. IRA가 분리막을 셀, 모듈,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IRA에 따라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은 약 16% 정도지만 SNE리서치는 2030년이면 국내 분리막 업체가 북미·유럽 내에서 차지하는 생산능력 비중이 7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 등은 IRA로부터 파생되는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과 신제품 개발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1위 분리막 제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근 북미와 기타 해외 지역에 7년 동안 분리막을 공급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규모 전기차 제조업체로 추정된다.
이번 계약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글로벌 메이저 전기차 제조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첫 사례로, 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분리막 시장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인 매출 창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어난 6896억 원, 영업이익은 13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생산 능력은 15억 3000만㎡(청주 5억 2000만㎡, 중국 6억 8000만㎡, 폴란드 3억 4000만㎡)로, 회사는 폴란드 1공장의 가동률 상승과 유틸리티 단가 하락, 주요 고객사 수요 증가 등 요인에 힘입어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블유씨피(WCP)는 생산능력 기준(연산 8억2000만㎡)으로 국내 2위 분리막 기업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원근 대표가 2005년 일본에 설립한 더블유스코프(W-SCOPE)가 모회사로, 2015년 충북 청주에 설립됐다.
WCP는 현재 충주공장에서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에는 헝가리 니레지하저시에 약 7억 유로(9530억 원)를 투자해 분리막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내에는 북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삼성SDI향(向)으로 신규 고객과 북미향 분리막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 삼성SD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올해 하반기 목표로 내세웠다.
한편, WCP는 지난 6월, 1000V급 고성능 분리막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분리막은 기존 분리막 대비 에너지 밀도를 20% 높이고, 충전 시간을 10%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