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 '왜 BYD의 성장에 주목하는가?' 보고서 발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최근 전기차 판매량에서 글로벌 선두에 진입하면서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섰다"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부품 공급 기반을 바탕으로 내연기관차에 비견할 경제성, 완성도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왜 BYD의 성장에 주목하는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BYD는 1995년 중국의 소형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출발, 2003년 친촨자동차(秦川汽车)를 인수하면서 완성차 제조를 시작했다. 중국 최고의 인기모델에 등극한 컴팩트카 F3을 포함해 중대형 세단, MPV, SUV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중국 내수 시장에서 연간 50만대(점유율 2~3%) 내외를 꾸준히 판매하는 데 이르렀고, 최근에는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 2022년 전기차 판매량에서 글로벌 선두에 진입했다.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BYD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급증한 80.6만대로 세계 1위다. 그 중 순수 전기차(BEV)는 41만대를 판매해 테슬라(62.9만대)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확대 중인 여타 완성차 기업과는 달리 일찍이 시티카, 세단, 크로스오버, MPV, SUV 등 풀 라인업을 갖추고 양산에 집중한 것이 판매량 증대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BYD는 전기차 대중화에 필요한 기반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해 오면서, 과시적 혁신보다는 최종 소비자 지향의 소리 없는 혁신에 중점을 뒀다.
안전성·저비용을 무기로 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기반 배터리를 개발하고, CTP(Cell To Pack), CTB(Cell To Body) 등 배터리 패키징 기술로 충분한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으며, 구동 모터, 인버터, OBC 등 전동화 관련 부품, PHEV에 탑재되는 엔진 등을 자체 생산하고 부품사를 설립, 타사에 부품을 공급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높은 투자비가 발생하는 선도적 연구보다는 엔비디아나 바이두 등 유력 기업과의 협력으로 R&D 동력을 유지하는 한편 업계 표준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한편 BYD는 완성차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낮은 판매가격에도 양호한 품질과 상품성을 제공하는 '가성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2년 China J.D.Power 조사에 의하면 BYD는 첨단기술 지수(TXI)에서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신에너지차(NEV)의 신차 품질과 상품성을 평가하는 NEV-IQS, NEV-APEAL에서 양호한 결과를 획득했다.
아울러 BYD는 최근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주요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BYD는 2022년 8월부터 테슬라 독일 공장 기가 베를린에서 생산되는 Model Y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이다. 또한 도요타는 전기차 신모델인 BZ3을 BYD와의 협력 하에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와의 협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종합 자동차 기업인 BYD가 중장기적으로 저비용 전기차의 위탁 생산자(OEM/ODM)로 거듭나거나 여타 완성차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이 자국 중심의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탈(脫)중국 여건을 조성하는 가운데, BYD가 주요국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출 경우 현존 원가 우위는 일정 수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EU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한 배터리 구상 등은 전기차 관련 소재·부품 및 완성차 제조 등에 있어 단기적으로 개별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제한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확산 단계로 볼 때 전기차는 조만간 보다 대중적인 수요층을 공략해야만 하는 상황이므로 신기술 자체의 매력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22년 1~7월 전기차 침투율(penetration rate)을 기준으로 이미 주류 소비자층(majority)을 맞이한 서유럽 지역에서는 최근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자연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BYD의 브랜드는 중국 외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검증된 바가 없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BYD의 성패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원가 우위의 유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BYD의 사례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안정적인 관련 부품 공급 기반을 바탕으로 내연기관차에 비견할 경제성, 완성도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