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결정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투자·M&A 과제 '산적'

2021.08.10 09:32:33

서재창 기자 eled@hellot.co.kr

헬로티 서재창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결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가석방이 되더라도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인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13일 풀려난다.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풀려나는 것이다. 

 

그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해온 재계에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삼성의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일제히 이 부회장 가석방 환영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계에서는 회사 장기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 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야는 AI, 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 등 연이은 악재로 내부가 침체돼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일신하고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통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공식 등기 임원으로 경영 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시급한 투자 결정 경영에 참여하겠지만, 취업제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영은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에서는 보수도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도 경영에는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 대규모 투자 등 대형 사안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이 함께 협의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며 "다만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 상태라 더 공격적인 경영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가석방 상태에서 최대한 유연한 행정적 배려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이 부회장 사면을 계속 건의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다른 재판들도 부담 사안이다. 현재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가 경제에 이 부회장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13일 석방 후 머지않은 시일 내에 국내외 출장 등 행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재계에서 나온다. 또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영 정상화 못지않게 대국민 신뢰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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