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 사옥 전경. (사진=LG 제공)
LG 상속분쟁 핵심인물 하범종 사장의 고백… “LG가 상속세도, 증여세도 탈루했다”
LG그룹의 상속분쟁은 더 이상 ‘가족간 다툼’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구광모 회장과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벌이는 상속소송 한복판에서, 상속 실무를 총괄해 온 고위급 임원이 “LG가 상속세도 탈루했고, 증여세도 탈루했다”고 말한 녹취가 법정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이 발언의 당사자는 LG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는 하범종 사장이다. 하사장의 발언은 그룹 상속과 재산 관리 등 LG의 금고지기가 직접 언급한 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녹취에 등장한 ‘탈루’라는 단어의 무게
김영식 여사와의 대화 녹취에서 하사장은 “우리가 상속세도 탈루했고, 증여세도 탈루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상속과 재산 이전의 실무 책임자가 직접 사용한 표현이다. ‘탈루’라는 단어는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사장이 스스로 자백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차명주식이나 경영권 관련 자산이 선대회장 때부터 존재했고, 그것이 구광모 회장에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세금 신고와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속 분쟁을 넘어 조세 범죄 여부로까지 사건이 확대될 수 있다.
LG측은 그동안 각계에서 제기된 차명재산 의혹에 대해 “과거의 관행이었고 이미 정리됐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LG 금고지기의 탈세, 탈루 발언은 이 문제가 정말로 과거형인지, 아니면 현재까지 이어진 구조적 문제인지를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
하사장은 상속 이후의 관리자가 아니라, 상속 과정 전반을 총괄한 실무 책임자로 지목돼 왔다. LG의 차명주식과 경영권 관련 자산의 흐름, 상속 협의의 전제, 세금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스스로 ‘상속세·증여세 탈루’를 언급했다면, 이는 개인의 사견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특히 차명주식이 존재했고, 그 이전 과정에서 세금 신고가 누락됐다면 조세범 처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고인의 ‘유지 문건’은 어디로 갔나
LG가 상속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했던 고(故)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과 유지 문건은 이번 재판에서 끝내 제출되지 않았다. 하사장은 처음엔 해당 문건이 존재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관리 주체, 보관 경위, 폐기 시점에 대한 설명은 번복됐다.
법정에는 유지 문건도, 폐기를 입증할 기록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상속의 근거가 되는 문서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재판의 첫 단계에서 제출됐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건이 없다면, 그 문건을 전제로 이뤄진 상속 협의는 다시 검증 대상이 된다.
차명주식이 현재형일 경우의 파장
이번 사건은 민사소송이다. 그러나 판결문에 어떤 사실이 적시되느냐에 따라 국세청 조사나 형사 수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차명재산의 존재 가능성, 허위 설명이나 기망이 인정될 경우, 그 책임은 총수 개인을 넘어 실무 책임자와 조직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LG그룹에서 차명주식이 존재했고, 그것이 상속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이전됐다면 문제는 단순한 내부 관리 차원이 아니다. 이는 상속세·증여세·양도소득세 탈루 문제로 직결된다. 공시 지분과 실질 지배 지분 사이의 괴리는 시장과 주주, 사회 전체를 기망했는지 여부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차명재산의 가능성을 인정하거나, 상속협의 과정의 허위 설명을 지적할 경우 그 문장은 강력한 공적 기록이 된다. 이후의 세무조사나 형사 수사는 ‘새로운 의혹’이 아니라 ‘법원이 확인한 사실관계’에서 출발하게 된다.
2월 판결, 그리고 그 이후
법원은 오는 2월 12일 LG 상속재판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이 판결은 상속 비율만 가르는 결정이 아닐 수 있다. LG그룹에서 4대째 이어져온 차명재산 관리 방식과 지배구조에 대한 법원의 첫 공식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LG 상속분쟁은 한 가문의 문제가 아니다. 차명주식, 탈루, 재무라인의 책임이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현재형으로 돌아왔다. 이번 판결은 그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헬로티 윤희승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