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퍼스키가 다크웹 내 구직 시장의 구조와 위험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Kaspersky Digital Footprint Intelligence가 발간한 「다크웹 구직 시장 내부: 그들의 재능, 우리의 위협」 보고서는 해고 근로자와 청소년, 고급 기술 인력까지 다크웹 구직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태를 수치와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지하 포럼에 게시된 이력서와 구인 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 같은 수준은 2025년 1분기까지 유지됐다. 2025년 전체 기준으로는 이력서가 55%, 구인 공고가 45%를 차지했다. 카스퍼스키는 글로벌 해고 증가와 함께 젊은 층의 대거 유입이 이러한 흐름을 만든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원자 평균 연령은 24세였으며 10대 지원자 비중도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웹 구인 공고의 대부분은 사이버 범죄나 기타 불법 활동과 연계돼 있지만 일부 합법적 직무도 혼재돼 있다. 다만 구직자의 69%는 희망 직무를 명시하지 않았으며, 프로그래밍부터 사기 행위, 고난도 사이버 작전까지 유급 기회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다크웹 구직 시장이 특정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범죄 생태계 전반을 뒷받침하는 인력 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무 수요를 보면 개발자가 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침투 테스터 12%, 자금세탁 담당자 11%, 카드 사기범 6%, 악성 트래픽 유도자 5% 순으로 나타났다. 카스퍼스키는 이러한 분포가 다크웹 범죄 생태계가 이미 역할 분업과 전문화를 갖춘 성숙 단계에 진입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지원 경향 차이도 확인됐다. 여성 지원자는 상담, 지원, 기술지원 등 대면·상호작용 중심 역할을 선호한 반면, 남성 지원자는 개발, 자금세탁, 금융 범죄 관련 기술 직무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대 급여 역시 직무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리버스 엔지니어는 월 평균 5000달러 이상으로 가장 높은 보상을 받았고, 침투 테스트 담당자는 월 4000달러, 개발자는 월 2000달러 수준이었다. 사기 관련 역할은 팀 수익 배분 구조를 따르며, 자금세탁자는 평균 20%, 카드 사기범과 악성 트래픽 유도자는 각각 전체 수익의 약 30%와 50%를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렉산드라 페도시모바 카스퍼스키 디지털 풋프린트 애널리스트는 “그림자 취업 시장은 더 이상 주변산업이 아니다. 해고 근로자, 미성년자, 심지어 고급 인재까지 빨아들이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술만 있으면 빠르게 채용된다’는 점 때문에 다크웹과 합법 취업 시장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형사 처벌이라는 현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효은 카스퍼스키 한국지사장은 “다크웹 구직 시장은 이미 주변부를 벗어나 해고 근로자, 청소년, 심지어 고급 인력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빠른 채용, 면접 부담 없음’이라는 겉모습만 보고 접근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 대부분은 불법 사이버 범죄 활동과 연계되어 있으며 결국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대중은 다크웹 구직의 심각한 위험성을 반드시 인지해야 하며 기업 또한 모니터링과 교육을 강화해 공동의 사이버 보안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스퍼스키는 개인 사용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다크웹 구직과 관련한 보안 수칙도 함께 제시했다. 개인에게는 의심스러운 링크나 ‘쉬운 돈벌이’ 제안을 거부하고 비공식 채널 기반 구직 제안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기업에는 임직원 보안 교육 강화와 함께 다크웹 모니터링, 다중 소스 기반 위협 인텔리전스 활용을 통해 공격자 활동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