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스마트폰 배터리 발열, 색 변화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2025.09.24 14:18:12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GIST-KAIST, 화재 예방 ‘나노광학 온도 센서’ 개발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현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송영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배터리 내부 온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기 전인 80도 이하에서 열폭주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나노광학 온도 센서를 개발했다. 전기차나 스마트폰 배터리 발열을 조기에 포착해 화재·폭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웨어러블 기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첨단 기술의 핵심 에너지원이지만 열폭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80도를 넘으면 분리막과 전해질이 손상되기 시작하며, 1분 이내에 500도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열전대는 접촉 지점만 측정 가능하고, 적외선 카메라는 표면 재질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열변색 물질 기반 센서도 반응 속도가 느려 실시간 감지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원소 물질인 텔루륨의 특성에 주목했다. 텔루륨은 상온에서 80도로 올라가면 고체에서 준액체 상태로 바뀌며 가시광 영역에서 굴절률이 크게 변한다. 이를 활용해 10나노미터 두께의 텔루륨 초박막을 알루미늄 배터리 표면에 증착하고, 유리 보호층을 덧씌운 광학 소자를 제작했다. 이 장치는 온도 변화에 따라 반사색이 달라지는 구조로, 외부 전원 없이도 위험 온도에 도달하면 색깔이 변하고 다시 냉각되면 원래 색으로 돌아간다.

 

실험 결과, 센서는 25도부터 80도까지 온도 변화를 색으로 정밀하게 구분했고, 17밀리초 단위의 빠른 반응 속도로 배터리 표면의 열 확산 과정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줬다. 수십 회의 가열·냉각 주기와 높은 습도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9개월 후에도 성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상용 18650 배터리와 스마트폰에 적용해 충·방전 과정의 발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 셀 위에 직접 증착하거나 테이프 형태로 부착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 손쉽게 도입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만으로 색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정현호 GIST 교수는 “텔루륨의 광학 특성을 이용해 배터리 폭발 위험을 조기에 경고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전기차, 항공, 우주, 소방,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민 KAIST 교수는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7월 온라인 게재됐다.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GIST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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