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가 프랑스 전력 전자 전문 기업 브라이트루프(BrightLoop)를 인수하며 산업용 모빌리티 및 선박 추진 분야에서 전기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ABB는 고성능 소형 전력 변환 시스템 분야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ABB는 2025년 3분기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며, 초기 93% 지분을 취득하고 2028년까지 나머지 7%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브라이트루프는 ABB 내에서 독립적인 기술 및 사업 역량을 유지하며, 기존 경영진이 현 체제를 지속해나간다.
2010년 파리에서 설립된 브라이트루프는 약 90명의 직원과 함께 2024년 기준 1,6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고전압·저전압 DC/DC 변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브라이트루프는 모터스포츠, 항공우주, 해양, 방위산업 등 극한의 조건을 요구하는 시장에서 신뢰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ABB FIA 포뮬러 E 챔피언십의 모든 전기 경주차량에 브라이트루프의 변환 기술이 적용된 점은 기술력의 우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브라이트루프는 SiC(실리콘 카바이드), GaN(갈륨 나이트라이드) 등 첨단 반도체 기반 전력 전자 기술을 적용해 고효율·고전압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건설·광산 장비, 전기 페리, 해양 선박 등 고난도 환경에서의 전기화 수요에 정확히 부합한다.
ABB 트랙션 사업부의 에드가 켈러 사장은 “브라이트루프의 소프트웨어 기반 전력 플랫폼은 ABB의 전략적 전환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운송 산업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트루프 CEO 플로랑 리프랑은 “ABB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양사의 기술과 비전을 공유하며 대규모 전기화 시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BB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프랑스 내 브라이트루프의 엔지니어링 및 생산 거점을 유지함과 동시에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도 지속할 방침이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