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콘랩스 반성훈 대표 인터뷰
3D 기술은 대중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이 게임, 미디어, SNS, 쇼핑 등의 분야에서 3D 기술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경험한다. 이에 가상 세계는 더 이상 현실 세계와 대척이 아닌 확장의 개념으로 쓰인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3D 콘텐츠를 일반인이 직접 만들고 상업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리콘랩스는 온라인 영역의 발전과 함께 조명받는 3D 콘텐츠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창조했다. 여기에는 3D 콘텐츠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누리게 하기 위한 리콘랩스의 따뜻한 철학이 담겨 있다.
3D 콘텐츠 제작 ‘어렵지 않아요’
3D 콘텐츠와 디지털 세계는 밀접한 관계다. 한 예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3D 콘텐츠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 중인 산업이다. 현실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VR·AR 기기나 애플리케이션은 3D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세상을 보여준다.
3D 콘텐츠가 활용되는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3D 콘텐츠는 인공지능(AI)과의 결합으로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하게 됐다. AI는 3D 모델 생성과 분석, 가상 환경 구축 등 다양한 영역을 지원하며, 예술과 의료, 자율주행, 게임 개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특히 3D 콘텐츠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시하고 있다. 3D 콘텐츠는 창의적인 표현의 폭을 넓혀주고, 디자인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 이에 리콘랩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3D 모델로 변환하는 딥러닝 기술과 생성형 AI를 통해 필요한 3D 에셋을 제작 및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와 함께 AI를 기반으로 누구나 손쉽게 3D 콘텐츠를 만들고 활용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리콘랩스의 웹 기반 3D 콘텐츠 제작 서비스인 ‘3D프레소’다. 3D프레소는 간단한 촬영으로 2D 영상에서 고품질의 3D 모델을 생성한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로 다양한 활용시안을 자동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워크플로우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또 하나의 대표 서비스인 플리카는 이커머스 상에서 제품을 3D와 AR로 소개하고, 디지털 쇼룸, 화보, 카탈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되도록 돕는다. AI 기술로 생성한 플리카의 3D 모델은 실제 촬영된 영상을 기반으로 만들기에 기존 3D 모델과 비교했을 때 실물과 가깝게 표현된다.
리콘랩스 반성훈 대표는 “플리카는 제품을 3D화해서 판매에 활용하는 솔루션이다. 3D 콘텐츠로 디지털 화보나 메타버스 쇼룸을 만들어 마케팅 채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D프레소는 일반인도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져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기본적으로 촬영된 영상을 학습해서 만들기에 복잡도에 구애받지 않는다. 현재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정식 서비스 런칭을 계획 중이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제작 위한 파이프라인이 강점”
반성훈 대표는 오랫동안 3D 콘텐츠를 탐구한 전문가다. 반성훈 대표는 쉽고 효율적으로 3D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왔다. 이후 AI를 접목한 3D 콘텐츠 개발에 주력했던 반성훈 대표는 지난 2019년 리콘랩스를 설립했다. 반성훈 대표는 2020년부터 NeRF(Neural Radiance Fields) 기술을 기반으로 3D 콘텐츠 개발을 연구했다.
그는 “챗GPT가 세상에 나온 뒤로, AI 산업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미드저니처럼, 2D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서비스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언젠가 NeRF 기반 3D 모델 생성 방법을 많은 사람이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반성훈 대표는 NeRF가 일종의 ‘인버스 렌더링(inverse rendering)’이라고 설명했다. 반 대표는 “NeRF는 공간 안에 촬영된 3D 메쉬가 있을 때 어떤 시점에서 보더라도 무리없이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몇 장의 사진만 있다면, 실제로 공간 전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딥러닝으로 추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습이 진행되고 나면, 촬영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봤을 때에 대한 정보를 뽑아낸다. 과거에는 3D 메쉬를 정밀하게 만들기 위해 수천 장의 사진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적은 사진으로 공간을 완벽히 구현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리콘랩스는 자체 개발한 ‘메타리콘’ AI 모델링 엔진으로 어려운 표면도 정확하게 3차원으로 재구성하게 됐다. 메타리콘은 NeRF 방식에서 한층 고도화한 표면 추론을 위해 다양한 영상 기반 AI 기술이 추가 적용된 3D 재구성 AI 엔진이다. 리콘랩스는 이 핵심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 특허를 보유했다.
반성훈 대표는 “3D 콘텐츠 제작에 관한 통합적인 파이프라인은 우리가 유일하다. 학습된 데이터가 쌓인다면, 사용자는 원하는 3D 모델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나 스케치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를 진행하며, 커머스·게임·영화 등의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에셋이 축적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자산이자 강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리콘랩스는 네이버제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페토에서 ‘탑 디자이너 콘테스트’를 개최해 이목을 끌었다. 이 콘테스트는 이용자가 3D프레소를 활용해 패션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는 대회였다. 반성훈 대표는 “제페토에서 진행한 콘테스트는 제작에서 판매까지 이어진 비율이 약 80%에 달한 성공 사례로 남았다. 우리는 이용자가 메타버스에서 3D 에셋 제작 경험을 극대화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6월 리콘랩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2023 아기유니콘’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선정된 기업은 특별보증, 정책자금, R&D 자금 신청 시 우대를 받아 최대 173억 원까지 지원받는 특혜를 누린다. 이와 함께 리콘랩스는 작년 시리즈 A 누적 62억 원 투자를 유치해 대외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성훈 대표는 과거 연구실에 머물던 AI 기술이 산업에 적용되는 속도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 시점은 AI 기반 창작 파이프라인이 실제 산업에서 대중화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상상한 것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는 기술이 요구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성훈 대표는 “하반기에는 제페토와의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유저가 본인의 에셋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분야의 3D 모델 활용 폭을 넓혀가려고 한다. 현재 리콘랩스의 3D 콘텐츠 제작 엔진을 API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3D 콘텐츠를 매개로 한 생태계를 계속해서 확장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