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폼팩터 고집하기보다 두 가지 이상 폼팩터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세
점유율 1등 각형에 눈돌린 SK온… 2030년까지 각형 채택 비중 80%로 높이겠다는 폭스바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개발 중인 테슬라와 LG엔솔…게임 체인저 될까
전기차에 사용되는 이차전지는 폼팩터(제품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갈래로 나뉜다.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이 바로 그것. 각각 폼팩터는 모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완성차 기업은 저마다 이유로 각기 다른 폼팩터의 배터리를 채택한다. 배터리 제조는 특히나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배터리 제조사가 어떠한 배터리 폼팩터를 개발, 생산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미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각각 주력하는 배터리 폼팩터가 있고, 또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생산해 오던 폼팩터를 포기하고 다른 폼팩터로 노선을 바꾸기도 한다. 각 폼팩터를 둘러싼 배터리 제조사의 전략은 이차전지 시장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에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한 가지 폼팩터를 고집하기보다 두 가지 이상의 폼팩터를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추세가 엿보인다.
먼저 파우치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필름으로 패키징한 형태의 폼팩터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장점이지만, 복잡한 제조 공정 탓에 원가가 높고 열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 현대차그룹, GM, 포드, 볼보 등 완성차 업체에서 채택해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산업의 리더격인 테슬라가 뜻밖에 파우치형 배터리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테슬라는 기존에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왔다.
테슬라가 파우치형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게 된 이유로는 기존에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원통형 배터리의 성능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세 폼팩터 중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폼팩터로, 이차전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각형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5%, 수치 면에서 파우치형(20%)이나 원통형(14%) 배터리를 크게 앞선다.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 그리고 CATL, BYD 등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배터리다. 알루미늄 캔을 외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고, 상대적으로 공정이 단순해 양산에도 유리하다. 다만 네모난 형태 때문에 배터리가 서로 붙어있어 열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각형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스텔란티스, 볼보 등 완성차 업체가 채택하고, 최근 폭스바겐그룹도 향후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채택 비중을 8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수요도 탄탄하다고 평가된다.
기존에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해온 SK온은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현장에서 이례적으로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쳤다”고 밝혔다.
원통형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배터리 폼팩터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파나소닉 등이 만들어왔다.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이 일정해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 용이한 측면이 있지만, 모양이 원통이라 배터리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를 제외한 완성차 기업들에겐 그다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가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4680(지름 46mm, 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가 기존에 지적되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으면서, 향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원통형 배터리에 승부를 걸었다. 향후 원통형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노세원 LG에너지솔루션 센터장은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2026년까지 7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의 80% 이상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가장 최근 KABC 2023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최승돈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이 “기존의 파우치 배터리와 더불어 원통형 배터리를 한 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4680 배터리 수요는 올해 10GWh에서 오는 2025년 155GWh, 2030년에는 65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를 비롯해 BMW, GM 등 완성차 업체들도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채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