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연 이항구 연구위원/맹지은 선임여구원, '2023년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 발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세 약화로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신규 수요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나, 반도체 공급 완화와 대기 물량(back order)의 영향으로 전체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2023년 자동차 산업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자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자동차 내수, 수출, 생산은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유럽 수요 약화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러우 사태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7월 발표)에서 2.7%(10월 발표)로 0.2%p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침체 가능성,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위험 요인이 현실화하는 경우 자동차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 발생할 수 있다.
반면, IHS, LMC Automotive, Cox Automotive, Just Auto 등 글로벌 주요 기관들은 2023년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올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수요는 8150만 대, 2023년 전 세계 수요는 최소 올해와 비슷한 8170만 대에서 최대 4.7% 증가한 8530만 대로 전망했다.
한자연은 이 같은 전망이, 자동차 평균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금리 상승, 경제 침체로 실질적인 신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공급부족 완화와 수백만 대에 달하는 대기 물량(back order)을 고려해 나온 예측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의 주요 수요 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의 침체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나,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투자 규모‧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량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가별로는 미국 내 판매는 소폭 감소하고 EU 역시 경기 침체와 에너지난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내 판매는 정부의 수요 촉진책으로 인해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201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세계 자동차 판매 수준으로의 회복은 빨라야 2025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2017년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경기 순환적 요인에 의해 2018년 감소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공급난으로 3년 연속 감소했으며, 2021년 수요는 전년대비 5% 증가했지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유가와 금리마저 상승하자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자연은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는 2024년에야 해소되고, 2025년에는 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9700만 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전기차(BEV, PHEV, FCEV) 수요는 올해 900만 대를 넘어서고, 2023년에는 1200만 대 수준으로 증가한 후 2025년에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차 수요는 2023년 최대 7300만 대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나, 주요국의 환경 규제에 따라 향후에도 2017년의 9600만대 수준을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반등했던 국내 생산은 2023년에는 미국·유럽 수요 감소로 소폭 반락 전망이다.
한자연은 불확실성이 높은 2023년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먼저,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역성장 국면에 빠지지 않을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이월주문 물량이 수십 만대에 달하고 있어서 내수, 수출, 생산 모두 소폭 감소하는 시나리오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치솟아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하고 세계 자동차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미국과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침체와 둔화 국면을 보일 경우다. 이 때는 2023년에는 수출 및 해외 현지 생산이 동시에 큰 폭 감소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수요의 양극화 현상에 따라 대형 및 고급 모델과 전기차 생산은 증가하겠지만 중소형 이하 모델 생산이 급감해 국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뿐 아니라 부품업체의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개선되었던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영성과 재악화 우려가 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