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함수미 기자 |
코로나19 이후 ‘ESG’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했다. ESG는 오래 전부터 글로벌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ESG 트렌드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있으면 좋은 것’에 불과했던 인식 수준은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ESG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SG란?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투자자의 의사결정과 기업의 성장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기업이 경영할 때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고려해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속가능경영은 경제적 신뢰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을 가리킨다. 기업의 경영범위를 경제적 성과와 더불어 사회공헌, 환경문제 기여 등의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런 지속가능경영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ESG 평가’다.
기존 기업의 재무 평가에서 벗어나 비재무적 요소, 친환경 활동, 인권보호 등의 요소를 두루 고려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ESG의 부상
ESG는 이전부터 글로벌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었지만, 최근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소비자권익포럼에서 서정대 최남수 교수는 팬데믹을 계기로 환경 보호 필요성 증가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을 꼽았다.
과거 기업의 목적은 주주이익을 위한 주주자본주의 관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의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이해관계자 존중 경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과 사회·지배구조 좋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경영 성과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ESG는 재무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SG 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은 위험도가 낮아 수익성도 높고 기업 가치 평가도 더 양호하다는 것이다.
팬데믹 초중반의 약세장 속에서도 ESG 주식 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ESG 준수 기업은 위험 관리에 대한 전반적 이해도가 높아 회복력이 더 좋은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ESG 보고서에서 압축되는 네 가지 키워드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 기업도 ESG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국내 ESG 평가기관 중 2020년 한국기업지배연구원·2021년 상반기 서스틴베스트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은 공통적인 기업은 두산, SK, KT, 포스코 인터내셔널이다. 이 기업들의 ESG·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키워드는 ‘2050 탄소중립’, ‘인권 중심 경영’, ‘상호 발전’, ‘합리적인 지배구조’로 정리된다.
1. 탄소중립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컨센서스를 도출한 이후부터 글로벌 아젠다로 부상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주요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가속화됐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8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판 뉴딜 2.0중 하나인 ‘그린 뉴딜 2.0’에서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신설 과제를 추가해 탄소중립 개념을 결합해 기존 과제를 확대·발전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ESG 경영에 필수 사항이 됐다.
2. 인권 중심 경영
공통 키워드 두 번째는 인권 중심 경영이다. 인권 중심 경영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을 기반으로 기업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앞서 말했듯,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에 대한 배려보다 기업에 소속된 모든 종사자와 공존 공영하는 것을 경영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기업 경영의 주류 목표가 이익 창출을 기반이었기에 개인보다 기업의 성과가 우선시됐다면, 현재의 흐름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워라밸, 안전한 산업현장, 복지 제도, 차별 없는 조직 문화 등이 인권 중심 경영으로 볼 수 있다.
3. 사회적 가치 실현, 상호발전
‘평등, 인격, 사회적 가치, 협업, 상생, 공존, 공영’ 등의 사회적 가치가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경영 활동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기업에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기업 시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고 성장하는 집단으로 사회적 가치를 이끌 리더십을 요구한다.
기업은 협력사에 대한 각종 지원, 봉사활동, 인재육성 등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4. 합리적인 지배구조
반부패·투명경영·윤리경영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투명한 절차에 의한 의사결정기구 수립과 같은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원칙을 지켜야 한다.
ESG 경영을 위해 많은 기업이 ESG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 ESG 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기업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ESG 마케팅
소비자의 환경 보호 인식이 증가하면서 일상 속 ‘착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서정대 최남수 교수에 따르면, 유럽 지역 10개국에 소비자 7000명 대상 조사 결과 70%는 식품과 음료 구매 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환경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식품의 영양, 브랜드와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ESG 마케팅 성공 사례① 무라벨 생수
2020년부터 시행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지침에 따라, 생수병 통은 페트류, 라벨은 떼어내 비닐류로 분리해야 하는 배출 규정이 강화됐다. 생수업체들은 생산 단계에서 생수병의 라벨을 없앤 무라벨 생수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번거로운 재활용 과정을 없애면서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고 환경보호에 나서는 ESG 마케팅에 소비자가 화답한 것이다.
유통업계도 라벨이 없는 자체브랜드(PB) 생수를 선보이며 ESG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홈플러스의 무라벨 PB 생수는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약 134만 병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무라벨 PB 생수는 출시 후 3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신장했다. CU는 PB 생수를 무라벨 디자인으로 교체한 결과 한 달 만에 전년보다 약 78.2% 매출이 상승했다. 세븐일레븐은 무라벨 생수를 선보인 뒤 매출이 변경 전 대비 90% 증가했다.
ESG 마케팅 성공 사례② 리사이클
마켓컬리가 지난 5월 선보인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를 이용한 주문 건수가 두 달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컬리 퍼플 박스 도입으로 1년간 약 1168만 개의 종이 포장재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30년 수령의 나무 약 12만 그루, 여의도 면적 이상 크기의 숲을 보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에 모든 배송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포장재 개선 프로젝트 ‘올페이퍼 챌린지’로 1년간 4831t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ESG 마케팅 성공 사례③ 나타나는 환경적 성과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은 플라스틱과 섞이면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60%는 폐기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과제를 감안해 일상 속에서 사용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바탕으로 플라스틱이 올바르게 분리 배출되고 유용한 굿즈로 되돌아오는 자원순환을 경험하도록 하는 소비자 동참 캠페인 ‘원더플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 12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WWF, 테라사이클, 코카콜라가 진행한 이 캠페인은 3000명의 소비자가 참여하면서 11.3t의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SK네트웍스는 인공지능 기반 중고폰 매입기 ‘민팃ATM’을 통해 2020년 39만 대의 중고폰을 수거해 환경적 측면에서 94억 원의 가치를 창출했다. 휴대폰 유통‧물류 효율화를 통해 10억 원 가까운 환경적 성과도 거뒀다.
ESG 마케팅 성공 사례④ 두산, 3P 기반 ESG 경영 프레임 구축
한국기업지배연구원과 서스틴베스트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두산은 ESG 영역에서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3P(People, Planet, Partners) 경영 프레임을 구축했으며, 2020년 ESG 성과 지표를 공개했다.
2020년 활동 |
2020년 성과지표 |
|||
기후변화 대응 |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활동으로 전년 대비 배출량 10% 감축 ·기후변화 대응 구성원 인식 제고 |
온실가스 집약도 5.2tCo₂eq/억 원
|
에너지 집약도 0.82TJ/십억 원
|
|
친환경 연구개발 |
·친환경 제품 개발 과제 9건 수행(5건 완료 및 4건 진행 중) : 유해 물질 저감 2건, 오염물질 배출저감 4건, 에너지 효율향상 2건 |
친환경제품 매출 비중 77.9%
|
R&D 투자/매출액 비율 3%
|
|
건강하고 안정한 일터 |
·사내 협력사 EHS 관리 문화 정착 및 사외 협력사 EHS 지원 확대 |
중대사고 발생건수 0건
|
COVID-19 발생 건수 0건
|
산업재해율 0.27%
|
윤리경영 |
·전사적 윤리교육 체계 강화 ·고위험 부패 Risk 평가 체계 구축 ·글로벌 윤리경영이슈 관리 강화 ·임직원 대상 윤리문화 Level Up ·대외 이해관계자 소통 강화 |
윤리경영 교육 참여 임직원 수 (국내 사무직, 기술직) 2,299명
|
||
사회공헌 |
·사회공헌 사업 고도화 -대표프로그램 성과 측정 및 공개 ·임직원 참여 촉진제도 도입 -사회공헌 활동 우수사례 포상, 사내 홍보 콘텐츠 제작 |
임직원 사회공헌 참여시간 3,125시간
|
▲두산 ESG 성과 및 계획 (출처 : 2020 두산 ESG 보고서)
두산은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ESG 경영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ESG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반부패‧윤리경영을 위해 임직원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반부패 설문을 실시·내부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는 10건의 제보가 접수됐고, 윤리규범 위반 건수는 4건이었으며 해고 1건, 정지 1건, 경고 1건 등의 징계처분을 내리며 ESG 경영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SG 경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ESG 경영이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급격하게 부상하는 ESG에 대한 관심과 달리 개선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ESG가 포괄하는 영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그렇기에 현재의 ESG 평가는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남수 교수는 이런 원인 때문에 평가기관마다 상당한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ESG 평가의 한계로 평가 점수의 신뢰성이 높지 않으며 일관성도 매우 낮은 상황이라 밝혔다. 기업마다 내용, 항목, 형식 등이 제각각이라 기업 간 비교도 어렵고 유용성도 부족하다.
기업은 원활한 ESG 경영을 위해 ESG 위원회를 만들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하기 쉽지 않다. 이에 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는지, 논의되는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 인덱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ESG 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은 29%인 97곳이며, 이 가운데 ESG 위원장이 선임된 곳은 69곳으로 조사 대상 기업의 20.6%에 불과했다.
ESG 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의 위원과 위원장을 대부분 사외이사가 겸직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여주기식 조직으로 ESG 경영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허울뿐인 ESG 경영이 되지 않으려면, 통일된 평가 체계와 지속을 위한 감시 방편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