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개발자와 메이커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2012년 최초 발매 당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주기 위한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는 컨셉이었지만, 지금은 판매처의 절반 이상이 산업 용도라고 한다.
한 외신이 라즈베리 파이 재단의 창설자이자 라즈베리 파이의 개발자인 한에벤 업튼(Eben Upton)과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 에벤 업튼(Eben Upton)
2012년 2월 불과 25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가 시장에 등장했다. 작고 저렴하면서 풍부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이 제품은 판매 첫날 10만 대가 팔릴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라즈베리 파이는 2016년 12월까지 1,1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라즈베리 파이는 컴퓨터 개발 능력의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인 라즈베리 파이 재단이 개발했다. 이 재단의 창설자이자 라즈베리 파이의 개발자이기도 한 에벤 업튼(Eben Upton)은 2006년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쳤지만,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기능 저하에 우려를 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능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며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응할 것’, ‘아이가 즐길 수 있을 것’, ‘아이들이 학교에 가져가도록 작고 튼튼할 것’, ‘저렴할 것’ 등 나름대로 4가지 요건을 정하고, 컴퓨터의 개발에 도전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바로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인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는 2012년 제1세대에 이어 2세대 ‘Raspberry Pi Model A +’와 ‘Raspberry Pi Model B+’, 제3세대 ‘Raspberry Pi 2’, 4세대 ‘Raspberry Pi 3’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Raspberry Pi 3는 ARM의 Cortex-A53 쿼드 코어를 탑재해 CPU의 성능은 Raspberry Pi Model B +의 10배, Raspberry Pi 2의 1.5 배를 기록했다. 또한 이전부터 요청이 많았던 Wi-Fi 및 블루투스 4.1에도 대응하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용 카메라 모듈은 2016년에 신형 ‘Raspberry Pi Camera Modules v2’가 등장했다. 소니의 CMOS 이미지 센서 ‘IMX219’를 탑재한 800만 화소 모듈이다. 또한 라즈베리 파이의 DSI 포트에 연결할 수 있는 WVGA(800 × 480 픽셀)의 7인치 터치 스크린도 발표했다.
산업용으로 두각 나타내는 ‘라즈베리 파이’
이와 같이 라즈베리 파이는 본체 뿐만 아니라 주변기기도 충실하게 대응해왔다. 에벤 업튼(Eben Upton)이 놀란 것은 현재 고객의 절반 이상이 산업 용도로 라즈베리 파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에벤 업튼(Eben Upton)은 “원래는 ‘우수한 장난감’이라는 이미지로 개발했기 때문에 산업 용도로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라즈베리 파이 재단은 2014년 산업용 임베디드용으로 ‘Compute Module’을 발표했다. 2017년에는 그 후속 모델인 ‘Compute Module 3’를 출시할 예정이다. NEC Display Solutions Europe은 2016년 10월 라즈베리 파이 재단과 제휴를 발표하고 ‘Compute Module 3’을 탑재한 NEC의 디지털 사이니지용 디스플레이를 2017년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벤 업튼(Eben Upton)에 따르면, ‘Compute Module 3’는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메모리 용량이 2배, CPU의 피크 성능이 12배 향상됐다. CPU 코어는 Compute Module이 ARM 11 싱글 코어, Compute Module 3는 라즈베리 파이 3과 같은 Cortex-A53 쿼드 코어가 장착돼 있다.
▲ Raspberry Pi 3
에벤 업튼(Eben Upton)에 따르면, 라즈베리 파이는 산업 용도로 디지털 간판, 에어컨, 우편 서비스를 위한 공장 자동화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는 “사실 대리점에서 판매된 후에는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2016년에는 약 400만 대가 출하됐고, 그 중 절반이 되는 약 200만 대가 산업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의 목적이었던 교육 용도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라즈베리 파이의 잠재 시장은 산업 기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과 교육용은 라즈베리 파이에 대한 요구 사항이 상당히 다른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산업은 고성능, 교육용으로는 웬만한 성능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값싸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에 대해 에벤 업튼(Eben Upton)은 “개인적으로는 교육용야말로 고성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능에 대한 요구가 가장 엄격한 고객이 바로 아이들인 것이다. 실제로 이전 모델인 Raspberry Pi Model A+와 B+는 대부분의 산업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 라즈베리 파이에 대해서 산업용으로서는 비용이 가장 중요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벤 업튼(Eben Upton)은 “물론 지금까지 1개의 라즈베리 파이에서 교육용 및 산업용 모두를 대응했지만 앞으로도 그것이 잘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1종류를 유지한다는 것은, 양산할수록 비용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라즈베리 파이의 진화 방향을 교육용, 산업용으로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1종류의 라즈베리 파이를 주류로 간다. 그리고 예를 들어 산업 용도는 Compute Module 3과 같은 제품을 보조적으로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업 기기 및 가전 제품을 모두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라즈베리 파이 제품 라인업
▲ Compute Module
라즈베리 파이, 왜 산업용으로 통할까?
왜 산업서 라즈베리 파이를 선택하는 것일까? 에벤 업튼(Eben Upton)은 그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고성능이면서 성능이 안정돼 있다는 점이다. 라즈베리 파이는 지금까지 1,100만 대가 판매됐다. 라즈베리 파이와 같은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이러한 대부분은 대량으로 제조되지 않고 연간 약 1만대, 많으면 10만 대 정도다. 그렇게 소규모 생산을 통해 성능을 안정시키는 것은 어렵다.
둘째, 비용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Raspberry Pi Model A+는 20달러, 가장 최근 출시된 Raspberry Pi 3도 35달러다. 산업용으로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대인 것이다. 또한 매우 짧은 리드 타임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예를 들어 오늘 1만 대를 요청하면 바로 내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에코 시스템이다. 그는 “전용 케이스 하나 가지고 가서, 예를 들어 산업용에는 DIN 레일에 장착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것을 준비할 수 있다. 상업용 에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지식이 집약된다. 양산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이러한 에코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벤 업튼(Eben Upton)은 “개발 초기에는 라즈베리 파이가 산업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능과 품질이 안정되도록 적절한 투자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라즈베리 파이 진화 방향 ‘소프트웨어 강화’
라즈베리 파이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가. 에벤 업튼(Eben Upton)은 “현재 CPU 성능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2~3년 간은 소프트웨어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김진희 기자 (el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