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현대 IT 기기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꿈의 메모리’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KAIST와 연세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전자의 ‘오비탈(Orbital)’ 운동을 활용해 자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세계 최초로 정립했다.
그동안 차세대 자성 메모리 소자 연구는 주로 전자의 스스로 회전하는 성질인 ‘스핀(Spin)’을 활용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스핀을 조절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물리적 제어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 운동인 ‘오비탈’에 주목했다.
KAIST 물리학과 이경진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팀은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자의 오비탈 에너지가 자성체의 오비탈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오비탈 교환상호작용’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 오비탈 기반의 제어 방식이 기존 스핀 기반 방식보다 훨씬 강력한 제어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에 정립된 이론은 최근 학계에서 차세대 자성 재료로 큰 주목을 받는 ‘교자성(Altermagnet)’ 물질을 제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교자성 물질은 전체 자화 값은 0이지만 결정의 대칭성에 의해 특정 방향에서 강력한 스핀 분할을 보이는 특성을 가진다. 연구팀은 이번 이론을 통해 자석의 방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성체 고유의 물성 자체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론 규명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실험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제시하여 향후 산업계에서의 실용화 가능성을 대폭 높였다. 이 기술이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될 경우, 정보 처리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정보 처리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지게 된다.
이경진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 스핀에만 의존하던 기존 자성 제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오비탈이라는 새로운 자유도를 활용한 차세대 전자소자 설계의 핵심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고효율·저전력 자성 소자 개발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어 그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성능 기기의 발열과 에너지 효율 문제를 해결하려는 IT 업계의 노력이 이번 원리 규명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