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로 혁신 ‘ON’, 생생한 변화를 목격하다 [TECH온앤오프]
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 줄 요약]
· 지구촌이 직면한 환경 문제, 인간의 힘만으론 역부족...접근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에 ‘한계’
· 환경 로봇 등장...폐기물 분류부터 미세먼지 정화, 해양 오염 제거 등 새로운 해결책 제시
· 실용화·대중화로 가는 길 “법규 정비, 대중 인식 전환 등 필요해”
건강한 지구 위한 BOT의 발자국...환경 로봇,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다
지구는 지금 기후 변화, 미세먼지, 해양 플라스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 지구적인 산업 변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확보·제고를 비롯해, 친환경 기술, 자원 순환,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국 정부는 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환경 규제를 도입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공급망실사지침(CSDDD) 등을 통해 역내외 기업의 탄소 감축과 공급망 환경·인권 책임을 강제한다.
미국 또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으로 대기 오염을 규제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토대로 친환경 산업 투자를 이끌며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강대국들의 환경 규제는 기업의 생존 문제로 연결돼, 비즈니스 방식과 생산 체계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전지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남아있다. 넓고 깊은 바다 속, 오염된 폐기물 처리장, 접근조차 어려운 위험 지역 등에서 환경 정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인간의 힘만으론 한계가 명확하다. 이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한 환경 로봇이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다.
이 같은 환경 로봇은 인간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밀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펼치며 전 세계적으로 그 필요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르도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환경 로봇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이 로보틱스 기술은 건강한 지구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OFF : 해결되지 않는 환경 난제...‘인간’만으로는 한계
그동안 환경 문제는 주로 인력에 의존하거나 대규모 설비를 통해 해결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들은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가령, 폐기물 처리장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하는 비효율성과 작업자들의 안전 문제에 직면했다. 유독성 물질이나 날카로운 폐기물은 작업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안겼다. 또한 넓은 지역을 커버해야 하는 미세먼지 측정·대응은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는 정확한 오염원 파악과 실시간 대응이 어려웠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해양 오염은 인간이 직접 수거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바다와 깊은 심해의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오염원은 탐지조차 어렵다. 아울러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인력 소진과 낮은 효율로 이어졌고, 결국 환경 문제 해결 속도는 오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점철됐다. 이렇게 환경 문제의 규모와 복잡성이 커질수록, 인간의 물리적·시간적·안전상 한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ON : 로봇 기술과 만난 에코시스템, 푸른 지구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 ‘오픈’
환경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로봇이 투입되며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인간의 능력과 기술의 한계로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오염 현장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활동하는 중이다. AI 기반 정밀 분석, 자율주행 기반 이동, 특수 센서 활용 오염원 감지 등 기능을 갖춘 첨단 환경 로봇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러한 로봇은 지구 생태계를 복원·보호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폐기물 분류 로봇은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며, 효율성·정확성을 극대화한다. 국내 스타트업 ‘에이트테크(AI+8 Technology)’는 AI 기반 폐기물 선별 로봇 ‘에이트론(Atron)’를 보유했다.

이 기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폐기물을 AI 비전 기술이 분석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델타 로봇(Delta Robot)이 종류별로 정확히 분류한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유독 물질로부터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고 인력 의존도를 낮춰 인건비 절감에도 기여한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한 지방자치단체 쓰레기 처리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거쳐 그 효과를 입증했다.
위험 지역 환경 조사 및 제염 로봇은 환경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 접근이 불가능하고 위험한 방사능 및 유독 물질 오염 현장에 투입된다. 이곳에서 로봇은 오염도를 측정하고 제염 작업을 수행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원자력 시설 해체 시 오염 표면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제염 로봇 관련 기술을 개발·고도화했다. 특히 양팔로 최대 200kg 물체를 옮기고, 험지에서도 이동이 쉬운 원자력 재난 대응 로봇 ‘암스트롱(ARMstrong)’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국내 방산 업체 ‘빅텍스(VICTEX)'가 이 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 및 현장 적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빅텍스는 암스트롱의 로봇 기술을 자사의 방사성 폐기물 하이브리드 제염 기술과 결합해 제염 로봇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작업자의 피폭 위험을 최소화하고, 제염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넓고 깊은 바다를 정화하는 해양 오염 정화 로봇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쉐코(SHECO)’는 해양 오염물 회수 로봇 ‘쉐코 아크(SHECO-ARC)’를 개발해, 해수면 부유 쓰레기와 유출된 기름을 자동으로 수거한다.

해당 로봇은 고성능 센서와 자율 항해 기능을 갖춰, 지정된 구역을 스스로 이동하며 오염원을 탐지하고 회수한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 회수, 유류 오염 등 복합적인 해양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수거된 데이터는 오염원 분석 및 해양 생태계 연구에 활용돼, 해양 환경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선 네덜란드 비영리 환경 단체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개발한 자율 해양 쓰레기 수거 시스템 ‘인터셉터(Interceptor)’는 강 하구를 중심으로,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대량 포획해 해양 생태계를 보호한다.

인터셉터는 태양광 에너지로 구동되며, GPS와 AI 기반 항법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최적의 쓰레기 수거 경로를 찾아 이동한다. 특히 강의 흐름을 이용해 쓰레기를 유도한 뒤, 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선체 내부에 자동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로봇 및 자율주행 시스템은 해양 환경에서 정화 활동을 지속 수행하며 해양 생태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녹색 꿈꾸는 로봇 “현실의 벽 넘어야”
환경 로봇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우리 삶에 완전히 안착하고 활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허들 중 하나로, 초기 투자 비용을 꼽았다. 고가의 로봇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은 재정 여건이 충분치 않은 지방자치단체나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국내 한 환경 로봇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초기 시장 진입 비용 문제”라며 “아직은 로봇 시스템 도입이 기존 인력 운영보다 경제적 우위를 확실히 점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아, 정부·지자체가 앞장서 재정 지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성 평가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규 및 정책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환경 로봇은 무인 항공, 수중 운항,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기존 법규와 충돌하거나,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양 정화 로봇은 운항 구역 설정,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에서 법적·제도적 한계에 의해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
업계는 환경 로봇의 복합적인 활동 영역을 포괄하는 통합적이고 선제적인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수로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규제로 인한 기술 발전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부처 간 협력을 통한 환경 로봇만을 위한 특화된 가이드라인 및 인증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의견도 도출되고 있다.
여기에 대중의 인식 전환과 신기술 수용 의지도 필요하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로봇의 오작동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환경 전문가는 “환경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협력자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로봇 도입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위험을 줄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표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육, 대중 캠페인 등을 통해 환경 로봇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마지막으로, 표준화된 기술 개발 및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도 환경 로봇 도입·상용화에 필수로 요구된다. 다양한 기업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로봇을 개발하면서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들이 수집한 환경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분석하기 위한 표준화된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로봇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 이정표’
환경 로봇은 폐기물 처리장, 바다 위, 하늘 등 인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 지구를 치유하는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환경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것부터 인간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더 정확한 환경 데이터를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여전히 초기 비용 부담, 규제 미비, 인식 문제 등 로봇이 우리 삶에 스며들기 위한 해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는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할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 전망된다. 향후 환경 로봇은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해, 오염원 예측 및 예방과 생태계 복원 등 더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 전체가 로봇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인식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환경 로봇과 인간의 협력은 필수이기 때문에, 환경 로봇의 활약상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 확보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