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보통주 공모를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여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3월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코스피 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제시한 주당 공모 희망 가격 범위는 1만 1500원에서 1만 3500원이었으며 이를 통해 약 1718억 원에서 2017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 원에서 5622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서 한때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미 눈높이를 상당히 낮춘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공모가가 희망 가격 범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시점에서 상장을 강행하기보다는 향후 적절한 시기를 다시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다만 상장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다른 관계자는 "그룹 내 물류 시너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수익성을 더욱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상장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상장 철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IPO 추진 과정에서 공개했던 중장기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은 기존대로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과 베트남에 자동화 및 콜드체인 기술이 적용된 첨단 물류센터를 구축 중이며 이집트에서는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기반으로 한 현지 물류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성장성이 높은 이차전지, 수소, 암모니아 등 특화물류 분야와 신선물류 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그룹 시너지를 활용한 안정적인 수익 중심의 성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