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양산에 뛰어들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배터리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고객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0년대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비슷한 시점에 각형 배터리를 개발해 이미 기술력은 갖춘 상태다.
2010년대 후반까지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로 각형 배터리를 양산했으나, 소비자 니즈(요구)가 줄어들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면 글로벌 배터리업계 중 처음으로 파우치형과 원통형, 각형 등 3종 폼팩터를 아우르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SK온도 작년 초 각형 폼팩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각형 폼팩터의 기술 개발은 완료된 상황으로, 양산 시기 등에 대해 복수의 고객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업체는 삼성SDI뿐이었으나, 시장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실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들의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의 선호도가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내 배터리 폼팩터별 사용 비중은 각형이 49%로 절반을 차지했다. 파우치형과 원통형은 각각 35%, 16%로 집계됐다.
2019년 통계에서 각형이 19%, 파우치형이 46%, 원통형이 35%를 차지했으나, 4년 만에 각형의 비중이 3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각형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최근 배터리의 안정성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좋다.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배출구)와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도 있다. 넓은 밑면으로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발열 전파를 막는 데도 최적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파우치형, 원통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각형의 인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단가가 낮아 양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추가적인 안전장치 없이 셀을 바로 탑재할 수 있어 팩 설계 측면에서 셀투팩(CTP) 적용에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