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는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수단 중 하나다. 대다수의 완성차 기업이 내연기관의 종식을 알린 지금, 전기차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은 자동차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과 환경 문제에 주요국가의 대응 및 규제 강화, 소비자의 환경 의식 변화 등에 기인해 지난 몇 년 사이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이에 주요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의 전동화와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의 생산 체계를 이루는데 주력하고 있다.
둔화하는 성장세, 필요한 전략은?
전기차 생산량과 판매량을 매년 조금씩 성장하는 추세다. 올해 역시 전년보다 전기차 등록 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지난해보다 36% 이상 증가했다. SNE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세계 80개국에서 등록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순수전기차(BEV) 총 대수는 대략 966만5000대로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불가피한 중장기적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따라 잠시 주춤하는 전기차 시장은 가격 중심 트렌드가 유지되는 동안 중저가형 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에 수요가 집중되며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둔화하는 추세다. 테슬라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포트 등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던 데서 한발 뒤로 물러나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지속해 내리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 만큼 수요 증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회사 수익도 악화하고 있다.
결국 업체들은 속속 투자를 재검토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의 부진은 배터리 등 차량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한 발 앞서 시장을 검토하며 새로운 전략 구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EV 전용 공장으로 새 시대 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0월 울산공장 내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어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생산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EV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개최한 현대차는 앞으로 2조 원을 투자해 축구장 80개에 달하는 54만8000㎡ 규모 부지에 EV 전용 공장을 짓는다.
현재 주행시험장으로 쓰이는 곳이 EV 전용 공장으로 대대적으로 탈바꿈한다. 현대차가 국내에 새 공장을 짓기는 1996년 아산공장 이후 처음이다. EV 전용 공장은 오는 2025년 완공되며, 이듬해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완공 시점 기준으로 29년 만의 신공장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이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과거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꿈이 오늘날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든 것처럼 현대차는 EV 전용 공장을 시작으로 울산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모빌리티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EV 전용 공장을 혁신적인 제조 플랫폼과 최적의 근무 환경을 갖춘 인간 중심의 공장으로 만들어 전동화 시대 현대차 모빌리티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에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해 근로자 안전과 편의성, 효율적 작업을 고려한 미래형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차별화한 가격 노선 택한 테슬라
올해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였다. 익스페리언의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올해 9월까지 48만9000대를 판매해 57.4%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통계였다. 중국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테슬라는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할인 경쟁에 나선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지난 10월 테슬라는 웨이보 공식 계정에서 이날부터 모델3의 신형 롱레인지와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각각 1500위안, 2500위안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지난 5월에도 모든 차종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2000위안 인상했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 가격 인상에 대해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월 테슬라가 독일에서 3000만 원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독일 현지 공장 기가팩토리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2만5000유로 가격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테슬라가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이 저렴한 전기차 생산이 언제 시작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독일 공장의 생산 규모를 두 배로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현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도요타
렉서스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가 고급화를 목적으로 1989년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렉서스는 대중차 브랜드에서 분리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렉서스는 2030년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와타나베 다카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은 “전기차의 진정한 가치는 차에 대한 상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실현의 계기는 소프트웨어며, 그런 면에서 제네시스에 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는 각국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을 위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를 모두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동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렉서스는 지난 재팬모빌리티쇼에서 항속거리 800㎞의 전기 세단 콘셉트카 ‘LF-ZC’를 선보이며 전동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렉서스는 미국 테슬라가 처음 도입한 ‘기가 캐스팅’ 공법을 도입해 제조과정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와타나베 사장은 “자동차 구조를 프런트, 리어, 센터 등 3개로 나누고 이를 모듈화하면 심플한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며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가 캐스팅은 LF-ZC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