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 기존 계약 무시한 채 공사비 50% 인상
- 조합원들, 재검토 요청과 조합장 해임 추진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의 핵심요지인 주공4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원 사이에 공사비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이 GS건설과 공사비 50% 인상을 합의하자 조합원들은 공사비 재검토를 요구하며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는 최근 급등한 물가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원들은 기존 도급계약을 무시한 채 인근 단지들에 비해 평당 단가를 1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하는 등 시공사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변경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4단지재건축조합(조합장 김동준)은 GS건설과 협상 끝에 평당 677만원에 공사비 인상 협상을 마치고 오는 26일 공사비 증액계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이 조합은 시공사와 2020년 1월 기준으로 평(3.3㎡)당 493만3000원으로 계약했으나 올 들어 시공사가 평당 공사비를 740만원으로 제안한 후 4차례 협상을 했다. 이 조합은 앞서 올해 4월 착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이주를 마쳤지만 시공사는 설계변경을 이유로 변경계약과 착공을 미뤄왔다.
조합의 소식지 등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지역 시공자 선정 평균 공사비가 평당 673만원이고, 과천 내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의 입찰가가 평당 740만원이라며 4단지 공사비가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빠른 재건축을 위해 현재 금액으로 계약을 맺은 후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거쳐 재협의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조합의 비상근 이사 6명은 시공사와의 협상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모두 의혹투성이라며 조합장과 상근임원 2인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들은 이달 15일 조합장 및 상근임원 2인 해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11월 5일로 연기했다.
발의자 대표인 김성운 이사는 “최근 과천 주암동 장군마을 재개발조합과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인 ‘더 현대’의 공사비를 평당 577만원으로 합의했고, GS건설이 최근 계약한 안양 비산삼호아파트의 경우도 평당 567만원인데 우리 단지가 여기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비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측이 평당 700만원대라고 내세우는 과천 10단지나 8, 9단지의 경우 2~4년 후에 착공할 곳이므로 우리 단지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며 “기존계약에 명시된 소비자물가지수(12%)를 무시한 채 건설공사비 지수(27%)를 적용하겠다는 변경계약으로 인해 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이는 조합장의 배임행위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이어 ”GS건설이 인근 과천5단지에는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시에 공사대금 등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 없는 경우 현물로 상계하는 ‘대물변제’조항을 넣었지만 우리와의 계약에는 명시하지 않는 것도 시공사가 추후 면피하려는 술수”라고 강조했다.
해임 발의에 나선 또 다른 이사는 “변경계약 체결 전에 이주를 마칠 경우 조합의 협상력이 떨어져 불리하다는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합장이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공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안건들을 이사회 심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 유착과 결탁 의혹이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해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협상과정과 자세 등이 문제가 많지만 재건축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조합장을 교체해도 일정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재건축 일정에 대해 10여 차례 번복하고 온갖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는커녕 시공사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 또 비판적인 조합원들을 배제한 채 별도의 단톡방을 만들고 외부 홍보요원(OS)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신뢰를 잃고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착공과 완공일정도 올해만 10여차례 연기했으나 이마저 지켜질지 의문이고 공사비 또한 증액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GS건설은 불리한 조건이라면 시공을 포기하면 되는데 조합원들을 저항할 수 없도록 이주부터 시킨 후 온갖 갑질을 다하고 있다”며 “인천 검단자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부실시공과 CEO횡령 의혹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GS건설에 대한 조합원들의 걱정이 큰 데다 공사비까지 비싸게 책정되자 시공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사태 등의 영향으로 건설자재비가 크게 올랐다”며 “이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다면 시공사가 시공을 이어갈 수 없고,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면 조합원들이 인정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김동준 조합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과천정부청사역과 중심상가에서 가장 가까운 과천 주공 4단지는 연면적 8만 6000평에 기존 15층 1,100세대에서 지하 3층-지상 35층 11개동 총 1,445세대로 2027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헬로티 박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