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문 상품을 정해진 시간 안에 배송해야 한다는 미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원칙은 유통 업계에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한 물류 시스템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 화물이 오가는 해상 물류 분야는 역사가 오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하고 지연된 정보를 바탕으로 운용되거나, 비대칭적 경험 정보에 의존하는 등 여전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고수하며 답보하고 있다.
그동안 해상 물류가 쉽게 디지털화되지 못한 이유는 해양 물류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변수를 분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을 이용해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 있다. 작년 말 16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씨벤티지(SeaVantage)는 해상 물류와 관련한 실시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 가시화 및 예측/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씨벤티지의 송형진 대표이사를 인터뷰했다.
Q. 씨벤티지의 솔루션에 대해 소개해 달라.
씨벤티지의 핵심 기술은 전 세계 40만 척 이상의 선박들의 목적지와 도착 시간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씨벤티지가 이러한 솔루션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항로 네트워크 MTN(Maritime Traffic Network)를 구축하는 것이었어요. MTN은 선박의 종류, 크기, 화물의 종류, 계절 등에 따라 상이한 항로를 정밀하게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고요.
씨벤티지는 MTN과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 그리고 기상 정보를 통해 선박의 도착 시간 등을 예측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구축한 항구, 터미널, 선석(船席) 데이터와 결합해 체선 현황과 접안 시간 등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5000여 개 이상의 항구를 대상으로 선석 단위를 분석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 해상 물류에 인사이트를 가진 데이터 분석가들이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시리즈 A 투자까지 유치할 수 있었고요.
Q. 솔루션에 대한 고객사들의 피드백은 어떤가?
검색 엔진에 ‘실시간 해상 화물 추적’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보면, 글로벌 회사 10여 개, 국내 업체 2~3개가 나와요. 다양한 업체를 경험, 비교해 본 고객들은 씨벤티지 서비스의 활용성, 데이터 품질, 가격에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어요.
포워딩 업무 관련 고객의 경우, 매일 반복적으로 화물의 위치와 도착에 대한 변경 사항을 확인하는데 드는 시간을 80% 이상 줄여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고요. 원자재를 취급하는 화주의 경우, 항구 적체, 도착 시간 예측으로 물류 비용 낭비 요소 50% 이상 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글로벌 공급망 관리가 큰 이슈다. 하반기 물류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간 수출입 통제 등으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고 공급망 재편이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죠. 여기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기업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씨벤티지 같은 IT 기반 물류 솔루션 기업에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요.
팬데믹 기간, 상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망의 문제점이 드러났잖아요. 전 세계 수출입 기업들은 때로 상품 가격보다 비싼 물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많은 기업이 공급망 관리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동의하고, 물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연결(Data Connectivity) 분야예요. 공급망 내 모든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공급망에서 육상, 해상, 항공이 각자 개별로 운영됐거든요. 각각의 공급망에 접근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많은 자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죠. 만약 공급망 내 모든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많은 자원이 절약될 것입니다.
Q. 씨벤티지의 하반기 계획은 무엇인가? 중장기 목표는?
해상 물류는 전체 공급망 구간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구간이에요. 이를 효율화하는 게 전 세계 기업들의 중요한 경영 목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분석 결과를 제공, 공급망 사슬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또 올해 시작한 해외의 파트너사 및 고객사들과의 대화가 내년부터는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고객사에 검증받은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 글로벌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Q. 올해 SCM FAIR 2023에 참가한다고 들었다.
SCM FAIR는 많은 공급망 이해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시회예요. 우리의 솔루션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참가를 결정했어요. 지난해 SCM FAIR 2022 참가를 계기로 30% 이상의 고객을 신규 유치할 수 있었는데요. 올해 전시회 참가로 더 많은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리라 생각해요.
전시회에서는 카르고 인사이트(Cargo Insight), 쉽 인사이트(Ship Insight), 포트 인사이트(Port Insight) 서비스를 소개할 예정이에요. 각각 화물의 위치, 선박의 위치, 항구 및 터미널 체선(滯船)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여기에 신뢰할 수 있는 예측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예요. 올 하반기에 런칭을 준비 중인 IoT 디바이스를 연계한 인랜드 트래킹(Inland Tracking)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