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예산 산출·과업 기준 명확화·기존 관행 타파 등 방안 제시
그동안 법령 제도개선·과업심의위원회 출범 등 공공 SW 사업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왔다. 하지만 잦은 과업변경·개발자 근로여건 악화·수익성 저하 등이 공공 SW 사업의 고질적 근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사업 내 정당한 문화·환경 조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이달 13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각각 주최 및 주관을 맡았다. 토론회는 개회사·축사·발제 발표·주제 토론 등 4가지 과정으로 됐다.
최현택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회장은 “공공 SW 사업은 국가 각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중요한 사업”이라며 “발주사항 불일치·빈번한 과업 변경 등 사업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존재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개회사를 통해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공 SW 사업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 이해관계자가 겪는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찬욱 성결대학교 교수와 김이기 휴고컨설팅그룹 이사가 발제 발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공공 SW 사업 정당대가 실현방안’을, 김 이사는 ‘해외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결정 및 지급 방식’을 발표 주제로 설정했다.
박찬욱 교수는 발표에 앞서 “그동안 공공 SW 사업의 정당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됐지만 사업자 측면 체감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 및 제도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박 교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공 SW 사업 수주자 및 발주자는 요구사항 상세화를 통한 과업 명확화를 가장 우선시 해야 될 과제로 꼽았다. 여기서 수주자는 투입인력 관리 개선을, 발주자는 발주절차 간소화 개선을 추가 개선사항으로 지목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합리적 예산수립 및 집행·과업기준 명확화·합리적 과업 변경·과업 확대에 따른 예산 활용 명확화·합리적 대가산정 적용 등이다. 이날은 특히, 사업 예산수립과 대가산정 그리고 과업 기준이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의 공감을 얻어낸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동안 공공 SW 사업을 포함한 정보화 예산은 각 부처에서 산출한 기능점수(FP)와 투입인력수를 기준으로 편성됐다. 이 과정에서 예산수립·발주·계약·설계 단계에서 명확한 과업범위 확정과 사업 진행 중 과업변경 시 사업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또 그는 예산 활용의 투명성도 함께 강조했다.
박찬욱 교수는 “그동안 노력을 통해 큰 틀에 대한 기반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세부적인 부분을 개선한다면 공공 SW 사업의 정당하고 공정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 김이기 이사의 발제 발표가 이어졌다. 김 이사는 “국가 및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SW 사업의 핵심은 정당한 수단으로 빠르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유연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정책 접근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 이사가 강조한 두 가지 요소는 ’정당한 대가 지급‘과 이를 통한 ’최고 품질의 소프트웨어‘다.
김 이사는 우선 현재 공공 SW 사업 환경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공 SW 산업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사업 전략 수립 시 적은 예산과 짧은 기간 등이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경직된 예산 산출 방식 및 과정이 문제라는 말인데, 예산 한계를 설정한 후 요구사항 및 과업에 따른 유연한 예산 설계가 가능한 T&M 등 방식 도입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그는 더불어 미국 TMF 기금을 예시로 들어, 국가 차원의 범용적 펀드 조성을 거시적 해결책으로, 미시적 해결책으로는 각 기관 내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TMF는 정부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유연하고 빠른 예산 확보가 장점이다.
김 이사는 특히 각 기관 내 펀드 조성을 강조했다. 각 기관에서 예비비 예산을 항시 확보한 후 필요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이기 이사는 민간 의존도 감소·독자적 예산 사이클 보유·유연한 예산 관리 가능 등을 해당 방식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어 이상곤 한국IT서비스학회 수석부회장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주제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 토론은 앞서 발제 발표를 진행한 박찬욱 교수와 김이기 이사와 더불어,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 장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정윤모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부회장 등 사업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7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먼저, 채효근 부회장은 공공 SW 사업 예산 책정 기조를 지적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세 번의 예산 인상이 있었지만 아직도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표준시장단가(FB단가)를 준수해 정당한 수준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가개혁법 구조 변경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부회장 역시 예산 경직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혁상 KCC정보통신 대표가 사업 수주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기능점수 산정 방식의 개혁과 SW 개발 시 원격 방식 채택을 우선 과제로 주장했다. 이어진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의 토론 키워드는 ’사업 타절‘이다. 대가가 기반이 되지 않는 과업변경에 대해 사업자들은 염증을 느껴 사업 이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공공SW 분야에서 설계기술 측면을 바로 세울 것을 피력했다.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SW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기서 발주자 입장에서의 예산 측면 불편 의견도 나왔다. 정윤모 공공발주자협의회 부회장은 사업 진행 시 고정된 예산을 큰 걸림돌로 평가했다. 이어 사업이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잦은 과업변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 품질을 향상시켜야 함도 함께 언급했다.
장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과업 변경 과업심의위원회의 실질적 영향력 제고를 강조했다. 발주자 면책 및 과업변경 기준, 이에 따른 예산 확보 및 지급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및 제도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