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서재창 기자 |
인공지능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경쟁의 핵'으로 떠올랐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역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 7월 미 AI 국가안보위원회가 개최한 글로벌 신기술 고위급회의에서는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쯤 되면, 중국이 실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지 궁금해진다.
中, 적극적인 기술 개발 공세 나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양강 구도를 이루는 AI 강국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제1의 경쟁상대로 인식한 행보를 보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수출입 법안과 자국 R&D 투자 정책을 펼치며 AI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중국은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청사진을 펼쳤다.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통과된 ‘2035년 장기 목표’에서 2035년까지 완성할 7대 첨단 과학기술의 첫 번째로 AI를 꼽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양회에서 “오는 10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희토류, 로봇 등 8대 IT 신산업과 7개 기술 영역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리커창 총리는 제14차 5개년 경제계획 기간 중 R&D 지출을 매년 7% 이상씩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아스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제14차 5개년 경제계획을 이행하게 될 시 2025년경 중국의 R&D 지출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R&D 지출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6%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R&D 지출 평균 증가율은 3% 수준에 그쳤다.
중국은 반도체 등 당장 다급한 산업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중에도 미국과의 냉전 구도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기초연구 분야 투자에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AI 강국’을 목표로 한 중국의 결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중국의 AI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AI 산업 규모는 지난해 1500억 위안(약 25조7890억 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중국 AI 시장이 연평균 26.8% 성장해 2025년에 4500억 위안(약 77조364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 수에서는 이미 미국을 제쳤다. 지난 2020년, 중국은 전 세계에서 인용된 AI 논문 중 20.7%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연구는 질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미인공지능학회(AAAI) 사무국이 발표한 최고의 논문 6편 중 2편이 중국 연구진(베이징항공우주대학교)의 성과였다.
다만,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중국은 아직 미국과 유럽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지난해 기준 미국(100)의 85.8%로 유럽(89.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인재 수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앞섰다. 국제무역연구원과 IITP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은 2017년 말 기준 20만4575명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2만8536명(13.9%)으로 가장 많은 인재를 확보했고, 중국이 1만8232명(8.9%)로 2위를 기록했다.
안면인식과 자율주행서 강점 드러내다
중국의 AI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중국 AI 시장이 확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주요 요인은 막대한 빅데이터,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발현된 중장기 전략 및 정책이다.
정부 승인 아래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고 거대 내수시장을 AI 기술 개발의 저변으로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자본과 인재가 모여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도시 인프라, 의료, 제조,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안면인식 보안기술 개발 및 상용화의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갈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 인구수 대비 부족한 의사 수, 의료시설의 도시 집중화로 인한 도시와 농촌 간 의료 불균형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침해를 둘러싼 사회적 우려로 안면인식 기술 발전이 지연되고 있지만, 중국은 일상생활 전반에 안면인식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칭화대 졸업생 3명이 2011년 공동으로 설립한 메그비는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오픈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최대 얼굴인식 플랫폼 기업으로 떠올랐다.
일부 중국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위해 직원의 뇌파 측정을 허용하거나, 생체리듬을 감지하는 스마트 쿠션을 개발해 직원에게 스트레칭 주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반면, 공공 및 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안면인식·지문채취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관련 데이터도 쉽게 유출돼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보안업체 컴페리테크가 세계 96개국의 생체정보 수집·활용 정도를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으로 당국이 안면인식 드론을 활용해 봉쇄 지역 주민의 외출을 감시하기 시작하면서 생체정보의 무차별 수집에 대한 공포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가 승객의 얼굴 촬영과 체온 측정을 위해 버스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생체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광범위한 사용 탓에 안면 영상과 신분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되고 헐값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자율주행에서도 급격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이 800개에 달하고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되는 도시다. 이는 선전시 정부가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를 준비하는 등 자율주행차 운행 여건이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좋기 때문이다.
선전시 내에 위치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딥루트닷에이아이는 선전시민을 대상으로 로보택시 운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당사는 총 20대의 로보택시를 투입해 선전시 업무중심지인 푸톈(福田)구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로보택시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 요원이 동승한다.
선전시는 자율주행차 제도를 장착시키기 위해 관련 규칙을 마련 중이다. 중국 중앙 정부는 선전시에 AI, 빅데이터, 바이오기술, 드론, 자율주행차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법률을 만들 자율권을 부여하고,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용이하게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