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 테크놀러지 송영준 이사 인터뷰] “파이버 레이저가 가공기 시장서 CO2 레이저 완전히 대체할 것”

2021.04.30 10:35:07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헬로티=이동재 기자]


“제조 경험 없는 레이저 오퍼상, 제대로 된 사후관리 불가능해”


30년 업력, CNC 제조에 대한 경험 데이터로 우후죽순 오퍼상과 차별화


▲송영준 한터테크놀러지 기술영업부 이사와 21일 안양시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 이동재 기자)


파이버 레이저는 철판,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구리 등을 절단하는 가공기다. 기존의 CO2 레이저보다 정교할 뿐 아니라 경제적이고 반영구적이어서, 5~6년 전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빠르게 CO2 레이저를 대체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CO2 레이저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CO2 레이저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 만큼 파이버 레이저의 장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파이버 레이저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부터 해당 제품의 수입 및 판매 사업에 뛰어든 한터테크놀러지의 송영준 이사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파이버 레이저와 CO2 레이저, 뭐가 다른가.


A. 파이버든 CO2든 결국 빛을 이용해 소재를 절단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돋보기와 같은 원리인데, CO2의 경우 빛을 발생시켜 절단시킬 소재까지 떨어뜨리는 과정이 복잡하다. 먼저 거리를 계산하고 초점을 맞추는 레이저 빔 조정 과정이 필요하고 레이저가 지나가는 관에 헬륨가스, 산소 등을 충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수명이 짧고 전기 사용 효율이 좋지 않다.


이에 비해 파이버 레이저는 자동초점 기능을 갖춰 빔 조정 과정이 필요 없다. 광섬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헬륨 등의 충전이 필요하지 않아 별도의 가동비가 들어가지 않고, 전력소모도 적다. 수명은 10만 시간으로, 하루 8시간씩 매일 써도 30년 이상 쓸 수 있어, 사실상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CO2보다 훨씬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트럼프(TRUMPF), 바이스트로닉, 한광(에이치케이) 등 레이저 가공기 분야의 주요기업들도 최근에는 CO2 레이저에서 파이버 레이저로 돌아서는 추세다. 한터테크놀러지가 주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품목도 바로 이 파이버 레이저다.


Q. 한터의 파이버 레이저 사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준다면?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한터테크놀러지(이하 한터)는 원래 CNC(컴퓨터 수치 제어) 전문 기업이다. CNC를 시장에 접목한 조각기, 라우터 등을 주로 제조하고 판매한다. 현재도 국내뿐 아니라 20여 개 국가의 기업들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터는 가공기 산업에서 업력이 30년 정도 되는데, 창업 당시에 이 분야는 완전히 황무지였다. 국내에는 기술도 없고 엔지니어도 없어 제품을 전부 수입해서 가져다 썼다. 초창기에는 한터 역시 기계를 수입해서 납품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산화를 목표로 핵심 기술인 컨트롤러 개발에 매달렸고, 2008년 드디어 개발 완료한 컨트롤러를 탑재한 국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CNC 기반의 라우터와 정밀한 조각을 위한 조각기가 그것이다.


한터가 CNC 라우터나 조각기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 가공기 산업에서는 메인 장비가 레이저 가공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5~6년 전 파이버 레이저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해당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고, 수입업체들도 많아졌다. 기존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자 발품을 팔던 중, 파이버 레이저에 시선이 닿았다.


Q. 파이버 레이저도 직접 개발해서 판매하는 건가?


A. 아니다. 레이저 가공장비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국산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통 중국 등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다. 사실 옛날에는 중국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퀄리티가 올라오면서 오히려 장점이 많다. 가격 경쟁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과거에는 수요업체가 레이저 장비를 갖춘 전문 가공업체에게 커팅을 주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저렴한 중국산 레이저 가공기가 많이 나오면서 가공업체에게 외주를 맡기지 않고 가공기를 구매해 직접 작업하는 수요업체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레이저 가공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입업체도 많아졌다. 한터도 5년 전 확대된 파이버 레이저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수입 및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광주 광역시에 위치한 한 가공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파이버 파이프 레이저(로딩 언로딩 포함). (출처 : 한터테크놀러지)


Q. 레이저 장비를 판매하는 수입업체가 많아졌다고 했는데, 한터만의 강점이 있나.


A. 한터는 업력 30년의 CNC 업체고, 파이버 레이저도 결국 CNC다. CNC는 기본적으로 X, Y, Z, 세 축으로 움직여 모션이 이뤄진다. 한터의 CNC 제품에 절삭기 대신 레이저를 장착하면 바로 레이저 제품이 된다. CNC 기술에 대한 경험치와 데이터가 쌓여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설치, 사후관리, 기술적 조언 등의 서비스에 있어서 일반적인 수입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수입업체가 좋은 AS서비스를 약속하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제조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엔지니어를 부르는 방법을 쓰곤 했다. 이 방법은 문제가 크다. 실제로 작년에 수입업체를 통해 장비를 구매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엔지니어가 오지 못해 곤혹을 치른 업체를 본 적이 있다. 도착한 장비를 설치하지 못해 한터에 설치를 의뢰해 온 것이다. 수입품을 사더라도 국내 제조 업력이 있는 제조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장비를 사야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 한가지 한터의 강점은, 수입해 오는 제품의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는 수많은 파이버 레이저 업체가 있다. 제품의 생김새는 비슷하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제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수입업체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품질보다는 가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터는 CNC 제품을 제조해 온 경험을 토대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별해 수입해 올 수 있다. 아무래도 관련된 제품을 직접 제조해 본 경험이 없다면 당연히 품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한터는 CNC 제품에 대한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제품을 고르고 검증과정을 거친 후 판매한다. 


▲2019년 한국기계전에 전시된 파이버 레이저 시리즈 HFL1530CSP. (출처 : 한터테크놀러지)


Q. 파이버 레이저는 주로 어떤 업종에 판매되고 있는가.


A. 철판, 스테인리스, 티타늄 등의 가공을 해야 한다면 어떤 산업군에 있든지 상관없이 파이버 레이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종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CCTV, 냉장고, 싱크대 업체에 납품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파이버 레이저는 5mm 이하의 박판 가공이나, 브러시처럼 얇고 정교한 커팅이 필요한 상황 등에 가장 효율적이다.


파이버 레이저가 대중화됨에 따라 납품처의 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터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산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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