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은 2차원 구조를 갖는 탄소 기반의 나노소재로 전기적, 기계적,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 특성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넓은 비표면적 및 뛰어난 전기전도도를 지녀 슈퍼커패시터 및 이차전지와 같은 에너지 저장 소자로의 응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래핀을 전극 소재로 활용한 에너지 저장 소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전자기기의 발전과 함께 그린에너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소자는 소형화 및 고효율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물질로 그래핀 및 그래핀 하이브리드와 같은 뛰어난 전기화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나노 재료가 각광받고 있다.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는 단시간에 고출력을 발휘하며, 장기간 신뢰성을 갖추고, 빠른 충방전 순환이 가능하다. 활성탄소 등 탄소 소재 중심의 친환경적 원료를 사용해 기존의 메모리 백업 전원 시장에서부터 수송, 기계 및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에 고출력 전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재난 시 전기 공급이 차단된 상황에서 비상 대피 유도 장치의 보조 전원, 사고 상황에서 자동차 항공기 블랙박스에 적용되는 보조 전원, 모바일 기기의 충격에 의한 배터리 분리 상황의 보조 전원으로 슈퍼커패시터는 반드시 필요한 소자이기도 하다.
슈퍼커패시터는 고출력을 갖지만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나 연료전지에 비해서 낮다. 슈퍼커패시터는 일반적으로 양극과 음극의 두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탄소 소재를 사용한다. 또한 집전체로서 금속포일 또는 탄소 기반 폴리머를 주로 사용한다. 슈퍼커패시터는 울트라커패시터(Ultracapacitor) 또는 전기화학커패시터(Electrochemical Capacitor)로도 불리며,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전기화학적 에너지를 저장하고, 에너지 저장용량은 전극의 비표면적에 비례한다(그림 1).
▲ 그림 1. 슈퍼커패시터 분류
슈퍼커패시터 에너지 저장 매커니즘
슈퍼커패시터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커니즘은 전기이중층(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 EDLC)과 준커패시턴스(Psuedocapacitor) 등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기이중층 거동을 보이는 커패시터는 활성전극에서 전해질 용액 내 이온들의 정전기력에 의해 가역적인 흡·탈착으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활성전극은 전기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며, 이온의 흡·탈착을 많이 시킬 수 있도록 비표면적이 넓어야 한다. 또한 EDLC 전극에서 산화환원반응(Redox Reaction)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같이 전극의 표면을 이용한 저장 매커니즘은 빠른 에너지의 저장과 수송을 통한 고출력을 유도한다.
한편, 슈퍼커패시터는 산화환원 반응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데에 한계가 있는데, 준커패시턴스는 가역적인(Reversible) 패러데이 반응(Faradaic Reaction)을 일으킨다. 이때 사용되는 전극 재료로는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탄소재료, 금속산화물, 전도성 폴리머 등이 있다.
준커패시터는 충방전 사이클의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에너지 밀도는 EDLC에 비해 뛰어나며, 산화환원반응을 통해 전하의 이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슈퍼커패시터의 특성 향상을 위해 전해액, 분리층의 두께, 전극의 기공 크기, 부피, 저항, 기계적 안정성을 조절해야 한다.
슈퍼커패시터에 활용되는 그래핀 제조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다양한 인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탄소 재료로 이루어져 있는 전극 소재이다. 대표적인 탄소 전극 재료는 활성탄(Activated Carbon),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이 있다. 그 중 그래핀은 대표적인 나노카본 재료로서, 슈퍼커패시터의 응용에 있어서 높은 비표면적 및 뛰어난 전기전도도로 기존의 탄소기반 재료를 능가하는 것으로 논문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래핀 전극물질로서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론적으로 높은 비표면적(Specific Surface Area : 2630m2/g), 높은 열전도도 및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 : 5300W/mK, 200 S/m)를 가지며, 높은 전기이중층 커패시터(~21uF/cm2)의 용량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넓은 비표면적으로 인해 많은 이온들이 쉽게 활성층에 흡·탈착할 수 있기 때문이며, 전극의 저항이 작아 전하를 이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핀은 금속산화물(Metal Oxide), 전도성고분자(Conducting Polymer),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및 활성탄(Activated Carbon)과 같은 다양한 전극물질과 복합체(Composite)를 형성시킬 수 있어 보다 높은 에너지 저장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우수한 물질이다.
그래핀을 제조하는 방법에는 흑연결정으로부터 그래핀 한 층을 분리하는 방법과 고온에서 탄소를 잘 흡착하는 전이금속을 촉매층으로 이용해 그래핀을 합성하는 화학기상증착법(CVD) 및 고온에서 결정에 흡착돼 있거나 포함돼 있던 탄소가 표면의 결을 따라 성장하는 에피성장법 등이 있다. 특히, 흑연을 산화시켜 용액 상에서 분리한 후 환원(rGO, reduced Graphene Oxide)시키는 화학적 박리법은 대량 생산과 화학적 개질이 용이해 다른 소재와의 하이브리드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흑연을 산화시키고 이온성 물질을 층간에 삽입시켜 층간 거리를 넓힌 후 산화 흑연을 제조하는 기술은 이미 1974년부터 관심을 받았으며, 이는 주로 이차전지나 슈퍼커패시터의 전극활물질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또한 2006년 Ruoff 그룹에서 산화흑연을 기본 재료로 사용해 그래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은 후로부터 폭발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화학적 박리를 통해 제조되는 산화그래핀환원물(rGO)은 높은 비표면적을 보유함과 동시에 rGO 층간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재료이다. 탄소 계열의 물질들이 슈퍼커패시터의 전극으로 주로 사용된다. rGO는 고전도도 및 높은 비표면적을 갖기 때문에 단일층 그래핀의 상대적인 비표면적이 여타 탄소 계열의 물질에 비해 월등히 높아 이를 이용한 슈퍼커패시터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008년에 인도의 Rao 그룹에 의해 rGO의 슈퍼커패시터 실험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산화그래핀을 열처리로 환원해 전극을 형성한 후 황산 전해질을 사용하여 측정한 결과, 축전 용량은 117F/g, 출력 밀도는 32kW/kg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하이드라진을 통한 환원으로 얻어진 rGO로 전극을 형성하고, 전해질로 Ionic Liquid를 사용하면 75F/g, KOH를 사용하면 102F/g의 축전 용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rGO가 높은 비표면적을 갖고 있으며 저가공정이 가능해 슈퍼커패시터의 응용에 적합한 탄소재료이긴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과 반복 재현성, 신뢰성 등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이 남아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rGO와 다른 재료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Li(C. X. Guo and C. M. Li, Energy & Environ) 교수는 rGO와 탄소구(Carbon Spheres)를 하이브리드화 해 그래핀끼리 뭉치는 현상을 방지하고, 이온이 확산될 수 있는 공간을 벌려줌으로써 순수한 그래핀 전극(115F/g)보다 높은 19 F/g의 전기 용량을 지닌 그래핀-탄소구 하이브리드 전극을 제작했다. 충방전 반복을 측정한 결과 1000회 동안 95% 이상의 안정성을 유지했다.
Liu 그룹에서 Graphene Nanosheets와 Carbon Black의 복합체를 제조한 결과, 높은 비용량(175F/g)을 보였으며, 6000사이클 동안 90% 이상의 안정성을 보였다. Graphene/CNT/Graphene의 샌드위치 구조를 형성해 385F/g의 용량을 보였다.
Co 촉매를 이용해 그래핀을 CVD로 합성하면 Co(OH)2의 Pseudo-Capacitance에 의해 용량이 증가한다. Feng은 그래핀 위에 CNT를 수직 성장시켜 전극을 제작했으며, 높은 비용량(1065F/g)을 얻는 데 성공했다. CVD 증착법에 의한 전극 제작은 여전히 제작 공정에 있어 고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래핀과 금속산화물의 하이브리드는 준커패시터의 거동을 보인다. MnO2, ZnO, SnO2, TiO2, Co(OH)2, RuO2, NiO, Fe3O4 등과 같은 금속산화물은 그 자체의 산화환원반응을 통해 전기 용량을 증가시키고, 그래핀의 높은 전기전도도는 충·방전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에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즉, 금속산화물은 이차원구조를 갖고 겹쳐져 있는 그래핀의 중간에 공간을 제공해 비표면적을 넓힘과 동시에, 산화환원반응을 통해 전기 용량을 더욱 증가시킨다. 또한, 팽창된 그래핀 사이에 이온들이 쉽게 확산할 수 있는 채널을 형성해 전하 수송을 용이하게 해 준다.
망간산화물(MnO2)도 준커패시터 전극의 거동을 보여 주는 유망한 물질로 평가되고 있다. 원가가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이론적으로 높은 용량이 기대되나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MnO2 필름형 커패시터의 경우 150∼250F/g의 전기용량을 보이는데 이는 탄소 재료, 바인더의 사용으로 전기접촉저항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바인더를 사용하지 않고 rGO와 MnO2 복합체를 형성해 높은 비용량을 나타내는 결과가 보고됐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급속 가열을 통해 두 물질의 복합체를 형성시키고 측정한 결과 310F/g의 비용량을 나타냈으며 15000사이클 동안 95% 이상 그 특성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과 금속산화물의 복합체를 형성할 때, 전기전도도와 산화환원반응을 통한 비용량의 향상 2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Ruoff 그룹은 rGO 그래핀을 이용해 일반 슈퍼커패시터(4~5Wh/kg)보다 10배 정도 큰 75kW/kg의 출력을 갖춘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2.5A/g의 전류와 BMIM BF4의 전해질 용액을 이용했으며, 10000번의 충·방전 실험을 통해 97%의 전기 용량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국내 대용량 슈퍼커패시터 개발 동향
초고용량 슈퍼커패시터의 용도는 표 1과 같다. 국내 기업들도 자동차에 활용하기 위한 대용량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 발전기 등에 쓰이는 슈퍼커패시터 시장에 전통 전자부품 기업들이 뛰어들어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 표 1. 초고용량 커패시터의 주요 용도
삼화콘덴서는 최근 5000F 용량의 슈퍼커패시터 개발을 완료했다. 하이브리드 캡이라는 이름의 이 커패시터는 충전 속도가 2∼3초에 불과하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주로 쓰이는 슈퍼커패시터의 용량은 2000∼3000F 수준이다. 삼화콘덴서는 세라믹을 이용해 전하 보유량을 기존 대비 40% 가까이 늘려, 7000F 용량의 슈퍼커패시터 개발에도 성공했다.
유리 전문업체인 코닝도 탄소를 이용한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해 상용화하고자 울트라 커패시터를 개발했다. 이 커패시터는 1초 이내에 충전이 가능하고, 리튬이온전지 및 연료전지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슈퍼커패시터는 전력 충전을 1∼2초 내에 수행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허비되는 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저장한다. 때문에 대표적으로 주정차를 반복하는 전기자동차가 슈퍼커패시터를 필요로 한다. 이는 에너지저장장치에 연결해 보조 전원으로 사용되며, 발전소, 연료전지 등에 적용된다. 관련 소재 개발도 한창인데 이제까지는 탄소 기반의 커패시터가 주로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그래핀 또는 세라믹 등 신소재가 연구되고 있다.
삼화콘덴서는 전자제품용 세라믹적층콘덴서(MLCC)에 적용했던 세라믹 기술을 응용해 성능을 높였고, 한양대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CNT)를 응용한 소형 슈퍼커패시터 개발을 발표했다. 기존 탄소전극이나 활성탄소 커패시터에 비해 축전 용량이 최소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테리아 표면에서 커패시터 전극에 활용되는 나노분말 합성 공정도 개발되었다. 아주대 연구팀은 박테리아 표면에서 코발트 산화물 나노분말을 합성해, 4000번 이상 충·방전을 처리해도 저장 효율이 95%에 달하는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다공성 그래핀 필름의 슈퍼커패시터 전극용 전기화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Embossing 공정과 진공여과법에 의해서 제조된 다공성 그래핀 필름을 슈퍼커패시터의 전극활물질로 사용해 우수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래핀 사이에서 Polystyrene 입자들의 삽입·제거 공정을 이용해 기공 구조들을 제공함으로써, 그래핀의 반복 적층(Restacking)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이렇게 제조된 다공성 그래핀 필름은 넓은 표면적, 상호 연결된 기공 구조, 높은 전기전도도 및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보인다. 다공성 그래핀 필름을 슈퍼커패시터의 전극물질로 사용해 황산 수용액과 이온성 액체 전해질 기반의 3상 전극 시스템에서 전기화학적 특성을 파악했다. 다공성 그래핀 필름은 높은 비축전용량(284.5F/g)을 나타냈으며, 이는 적층 그래핀 필름(138.9F/g)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그래핀 필름 내의 이온 이동속도 향상 효과로 다공성 그래핀 필름의 충방전 속도(98.7% retention)와 충방전 수명(97.2% retention)이 향상됐다.
슈퍼커패시터 시장 분석
현재 전 세계의 슈퍼커패시터 제조업체는 총 66개로 중국 20개, 일본 16개, 미국 14개, 한국 3개, 이스라엘 2개, 러시아 2개, 호주 2개 순이며, 캐나다, 대만, 멕시코, 에스토니아, 영국, 프랑스, 독일에 각 1개사가 있다.
미국의 Maxwell Technologies, Cooper Bussmann, 일본의 혼다, TDK, 교세라, 대만의 영롱테크놀로지, 한국의 네스캡 등이 대표적인 제조업체들이다. 이 중 Maxwell Technologies가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할 정도로 규모가 가장 크고 매년 3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Maxwell은 연간 2백만 개 이상의 대형 슈퍼커패시터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PSA(푸조-시트로엥) 외에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Continental AG에 슈퍼커패시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네스캡은 슈퍼커패시터 매출이 2천만 달러로 약 29%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Ada Technologies, Cap-XX, Graphene Energy, Nanotecture, Quantum Wired, Skeleton Technologies 등은 기술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500만 달러 미만이다.
슈퍼커패시터는 전기버스와 기차 등 운송수단에 적용되기 위해 크기가 대형화되고 있는데, 300F 이상의 슈퍼커패시터가 2012년 총매출 9억 달러 중 68%를 점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Maxwell 등의 미국 업체 및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중국 업체의 슈퍼커패시터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커패시터 시장의 분야별 점유율은 표 2에서 보듯이, 전자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49%에서 2023년 39%로 감소하고, 전기기기는 2013년 51%에서 2023년 6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표 2. 세계 커패시터 시장의 분야별 점유율
세계 분야별 슈퍼커패시터 시장 점유율 및 시장 규모(단위: %, 백만 달러)
세계 커패시터 시장 규모는 2013년 8억 달러에서 2018년 31억 달러를 거쳐 2023년에는 116억 달러로 고속 성장이 기대되며, 슈퍼커패시터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천 객원전문기자 (레이딕스텍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