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뒷단의 산업이 아닙니다. '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는 글로벌과 국내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혁신을 쉽고 깊게 풀어내고자 마련한 고정 기획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산업의 흐름을 담아 물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물류 AI 기업 니어솔루션, 그리고 '소프트웨어 퍼스트'를 외치는 사람
니어솔루션은 물류센터의 운영 실행을 소프트웨어로 재정의하는 물류 AI 기업이다. 이 기업의 핵심 제품은 WES(Warehouse Execution System)로, 물류센터 내 사람과 설비, 주문과 작업을 하나의 시스템 위에서 조율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니어솔루션의 SaaS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최용덕 본부장은 물류 현장 운영 출신으로, 오랜 기간 물류센터의 비효율을 직접 체감해온 인물이다. 그는 물류 자동화의 본질이 값비싼 설비의 조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실행 설계에 있다고 강조하며, '소프트웨어 정의 창고'라는 개념을 업계에 꾸준히 전파하고 있다. 최근 니어솔루션은 SaaS 기반의 클라우드 WES를 통해 소규모 물류센터부터 대형 풀 오토메이션 창고까지 다양한 규모의 고객에게 솔루션을 공급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란한 자동화 설비가 왜 실패하는가"…물류업계가 풀지 못한 숙제
최용덕 본부장은 물류업계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핵심 문제로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화 사고방식'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많은 물류기업이 소터, ASRS, AMR 등 첨단 설비를 도입하면 자동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 본부장은 "아마존도 프로젝트 Blue Jay라는 대형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가 실패했고, 나이키 역시 물류 자동화를 잘못 설계해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수백억 원을 투입한 자동화 센터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는 이러한 실패의 공통 원인을 '오케스트레이션의 부재'로 진단했다. 개별 설비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이 없으면, 설비 간 병목이 발생하고 운영 환경이 바뀔 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선수를 아무리 모아놔도 감독이 제대로 된 전술을 짜지 못하면 팀이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하드웨어에 의존한 자동화는 한 시점에 맞춰 고정된 설계를 해놓는 것이기 때문에, 물량이 바뀌거나 화주가 달라지면 곧바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처럼 쓰는 물류센터"…니어솔루션이 제시하는 새로운 답
니어솔루션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최용덕 본부장은 WES를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에 비유했다.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WES가 하나의 OS가 되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경량형 피킹 카트와 태블릿만으로 시작하더라도, 물량이 늘어나면 소터를 붙이고 로봇을 연결하면 된다. 스마트폰에 앱을 추가하듯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니어솔루션의 WES는 같은 카트 하나로 오전에는 DPS(Digital Picking System) 모드, 오후에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 모드로 세팅만 바꿔 운영할 수 있다. 물리적 설비를 교체하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세팅 변경만으로 작업 방식을 전환하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최 본부장은 "기존 방식에서는 소터를 도입하려면 WCS를 새로 붙이고 시스템을 바꿔야 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하면 OS 위에 설비만 연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니어솔루션은 최근 AI 기술을 접목한 '오퍼레이셔널 인사이트' 기능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물류센터의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연어 질의를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 가장 많이 출고된 제품이 뭐야?"라고 물으면 데이터를 분석해 답을 제시하고, "오늘 출고 마감까지 이슈가 될 만한 게 있어?"라고 질문하면 잔여 작업량과 작업 추이를 분석해 잔업 가능성까지 예측해주는 방식이다. 최 본부장은 이를 "과거에는 대시보드만 띄워주고 결국 판단은 사람이 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인사이트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orea MAT서 만나는 니어솔루션, "이제는 설비 넘어 실행 볼 차례"
니어솔루션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16회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 2026)'에서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심 물류의 실체를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에이전틱 AI 기술을 접목한 'AI Execution Intelligence'다. 최용덕 본부장은 "현장에서 음성으로 질문하면 물류센터의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퍼레이션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부스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음성으로 물류센터 운영 현황을 질의하고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분석해 화면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체험이 가능하다.
최 본부장은 이번 전시회를 찾는 물류업계 관계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전시장에서 다양한 하드웨어를 둘러보고 '이거랑 저거를 조합하면 우리 창고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설비의 조합이 아니라 이를 실행하고 조율하는 소프트웨어가 진짜 성과를 만든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가 물류의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을까
최용덕 본부장이 그리는 물류업계의 미래상은 '지능형 자동화 운영'이다. 다만 이는 니어솔루션만의 비전이 아니라 물류업계 전반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다.
최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상상해보면 센터장이 운전하면서 '우리 물류센터 지금 잘 돌아가고 있지?'라고 물으면 시스템이 '오전 작업 목표 대비 잔여 작업량은 이만큼인데,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도 가능하다"고 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물류에 본격 접목되기까지는 5~10년, 에이전틱 AI가 물류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본부장도 "데이터가 시작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연결되어야 이상적인 자율 물류센터가 가능하다"며 "피킹이나 출고 같은 제한적 프로세스에서는 2~3년 내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전면적인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시각을 함께 제시했다.
결국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최 본부장은 "물류라고 하는 본질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당장 자동화를 하지 못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하고 단계별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테슬라가 기가팩토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유연한 생산 방식으로 기존 제조업을 뒤흔든 것처럼, 물류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실행의 중심이 되는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