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류 현장의 화두는 더 이상 자동화(Automation) 도입 및 완성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업계는 대체로 센서와 설비는 이미 충분히 촘촘해졌고, 데이터도 이전보다 많이 쌓였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데이터가 의사결정으로 변환되는 속도, 그 결정이 실제 작업 변경과 자재 흐름으로 이동하는 경로, 예외 상황에서 공장·물류센터가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 등이 최신 경쟁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거시 환경의 압력이다. 공급망 변동성, 에너지 리스크, 탄소 규제와 같은 외부 변수는 생산 계획을 수시로 혼동시키며, 개별 설비의 성능만 높이는 최적화 방법은 공정 간 흐름을 끊는 병목을 유발한다. 공정별로는 개선되지만 전체 효율이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그래서 최근 제조 혁신의 키워드는 자율성(Autonomy)이다. 작업자가 매번 개입해 조정하는 자동화가 아니라, 설비·시스템이 스스로 상태를 읽고 최적의 다음 행동을 선택한다. 이후 측정·판단·행동의 루프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때 데이터 품질, 네트워크 신뢰성, 제어 정밀도가 함께 최적화돼야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가 실제 공정에서 구현된다.
인공지능(AI) 역시 과거의 ‘도입 여부’에서 ‘운영 방식’이 관건이 됐다. 모델을 가동하는 순간부터 업데이트, 검증, 보안, 품질 관리 등이 운영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예지보전·품질·안전·보안 등 실무 과제가 AI로 어떻게 연결되고, 운영 설계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지가 기술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보틱스(Robotics)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데모를 앞세워 퍼포먼스 위주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이미 이전의 방식이다. 이제는 공정 규칙, 안전 조건, 협업 시나리오를 먼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은 실제 상용화 로드맵과 산업 적용 전략이 함께 제시되는 단계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 국장은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이 AI 전환(AX)으로 확장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단순 도입을 넘어 운영 과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짚으면서 중소기업이 각자의 공정 여건에 맞는 DX·AX 로드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제조·기술 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강화하는 한편, 현장 실행을 뒷받침할 전문 업체 지정과 제도 기반 정비를 병행하겠다는 방향 또한 제시했다. 아울러 제조 데이터의 축적·활용·관리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확산 체계를 통해 현장 적용 사례를 빠르게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운영 중심 AI 전환’ 흐름을 펼쳐 보이는 행사가 열렸다. 이달 4일 개막한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Automation World 2026, AW 2026)’은 제조·물류 현장을 둘러싼 공통 과제를 올해의 주요 어젠다로 기획했다. 단순히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산성·품질·에너지·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어렵고,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각각이 분절돼 있는 운영이 병목을 만든다. AW 2026은 이 병목을 운영 체계의 재설계로 풀어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배치했다.
데이터 축적부터 현장 구동까지,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법
AW 2026의 올해 슬로건은 ‘자율성, 지속가능성의 동력(Autonomy, The driver of sustainability)’이다. 이 메시지를 참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글로벌 500개사 업체가 약 2300부스를 마련했다. 이를 관전하기 위한 참관객은 약 8만 명이 모일 예정이다. 전시 측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자율 공장 모델로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핵심은 센서·비전에서 AI·스마트물류까지 이어지는 ‘자율제조 순환 체계(Autonomous Manufacturing Loop)’다. 데이터 입력 품질, 시스템 신뢰성, 운영 소프트웨어 의사결정, 지능형 물류 시스템 순환까지 제조 전 과정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구조를 전시장 안에서 연결된 관람 흐름으로 구현한 방식이다.
전시의 기본 축은 네 개 전문관으로 분화돼 있다. 그동안 AW와 함께 성장한 ‘국제공장자동화전(aimex)’은 센서·계측, 제어, 구동, 산업용 네트워크 등 자율성의 하부 구조를 다루고, ‘한국머신비전산업전(Korea Vision Show)’은 검사 중심의 비전(Vision) 기술을 ‘예측(Prediction)’으로 확장해 공정 변동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스마트공장엑스포(Smart Factory Expo)’는 생산·품질·설비·에너지 등 산재한 데이터를 통합해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하고 공정 간 단절을 해소하는 운영 소프트웨어의 영역을 전면에 둔다. ‘스마트물류관(Smart Logistics Zone)’은 자율 이송, 창고 운영, 추출(Picking)·포장(Packing) 등 공정을 하나로 연결해, 생산 계획 변화가 물류 운영에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순환 모델을 제안한다.
특히 올해 전시 포인트인 ‘운영’의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더 플라츠(THE PLATZ)의 ‘AI 팩토리 특별관(AI Factory Pavilion)’이다. 이 특별관은 피지컬 AI(Physical AI), 로보틱스, AI 인프라 등 기술 현장 배치를 실현하는 방법론을 패키지 형태로 앞세운다. 이 과정에서 AI를 예지보전, 품질 관리, 안전·보안 같은 실무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한다.
로보틱스 분야는 실제 ‘현장 배치’ 관점으로 확장됐다. 화낙(FANUC)·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 등 50여 개 글로벌 로봇 제조사가 참여하며, 이 중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의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ile Eccentric Droid, MobED)’도 국내에서 실물을 공개했다. 모베드는 네 개 바퀴에 독립 탑재된 드라이브 앤 리프트(DnL) 모듈과 편심(Eccentric) 메커니즘을 기술적 핵심으로 제시해, 주행 안정성과 지형 대응을 구현하는 접근을 소개했다.
이 밖에 AW 2026 개막 첫날,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를 조명하는 특별 콘퍼런스도 진행됐다. ‘차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컨퍼런스(China Humanoid First Journey to Korea)’에서는 애지봇(Agibot)·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푸리에인텔리전스(Fourier Intelligence)·레주로보틱스(Leju Robotics)·화웨이(Huawei) 등이 참여해 자국의 휴머노이드 기술력을 내세웠다.
이들은 휴머노이드 기술 전략과 글로벌 상용화 로드맵을 공유했다. 실제로 발표 세션에서는 휴머노이드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운영 시나리오가 어떻게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구동시키는지에 대한 방법론이 전파됐다.
다른 한편, AW 2026 부대행사도 다양한 시각의 제조 혁신법을 다뤘다. 산업지능화 콘퍼런스, AI 자율제조혁신포럼 등을 포함해 약 200개 세션 규모의 콘퍼런스가 사흘간 이어진다. 전시장에서 확인한 솔루션을 실제 공정에 어떻게 통합할지 설계도를 제공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