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가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에 48볼트 전장 기술과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해 전기차 비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경제지 CNBC는 포드 모터(Ford Motor)가 차세대 순수 전기차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테슬라(Tesla)가 사이버트럭(Cybertruck)에 상용화한 48볼트 전기 아키텍처를 도입할 것이라고 2월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포드는 이 시스템이 전기차 비용을 낮춰 가솔린 차량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은 2027년 3만달러 가격의 소형 전기 픽업트럭 출시로 시작될 예정이다. 포드는 이 픽업트럭을 포함한 차세대 전기차를 향후 공통 플랫폼인 ‘유니버설 일렉트릭 비히클(Universal Electric Vehicle, UEV)’ 기반으로 생산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48볼트 전기 아키텍처는 수십 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논의돼 왔지만, CNBC에 따르면 테슬라가 2023년 사이버트럭을 통해 미국 소비자 시장에 처음 상용화했다. 기존 자동차 업계는 차량의 각종 전장 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12볼트 시스템과 납산 배터리를 사용해 왔으며, 이는 여러 전기차에서 문제를 일으켜 리콜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새로운 아키텍처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로 차량 내 모든 장치를 구동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48볼트 시스템은 효율을 개선하고, 추가적인 전력 대역폭을 제공하며, 배선 감소를 통해 차량 중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됐다. 또 새로운 전자제어장치(ECU)가 전기차 내 여러 아키텍처 그룹을 관리하면서, 필요할 경우 전압을 12볼트로 낮춰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포드는 이 같은 새로운 전기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혁신 기술이 2027년 출시 예정인 3만달러 소형 전기 픽업트럭을 시작으로, 자사 차세대 전기차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짐 팔리(Jim Farley) 최고경영자(CEO)는 켄터키주 전기 픽업트럭 생산 공장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포드는 다른 많은 기업들이 멈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을 포함한 경쟁사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팔리 CEO는 이 프로젝트를 20세기 초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포드의 대표 모델에 빗대 ‘모델 T(모델 티) 모먼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러 기술 변화와 함께 회사와 공정 방식 전반에 변화를 야기하는 중대한 ‘베팅’이라고도 설명했다.
포드는 공통 UEV 플랫폼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가 새로운 기술과 효율 개선을 통해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제조 비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대형 배터리 탑재로 인해 전기차 생산 비용이 크게 높고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사는 새 전기차가 기존 일반 차량 대비 부품 수를 20% 줄이고, 체결 부품은 25% 감소시키며, 공장 내부 도크 간 작업공정(워크스테이션) 수를 40% 줄이는 한편, 조립 시간도 15% 단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팔리 CEO는 “이는 포드가 모델 T 이후 차량 설계와 생산 방식에서 겪는 가장 급진적인 변화”라며 “이제 다시 한 번 게임의 판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이러한 개선과 가솔린 모델에 가까운 가격 책정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지원 축소와 예상보다 낮은 소비자 수요로 미국 전기차 판매가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판매 비중은 연방 인센티브 종료를 앞둔 9월에 신규 차량 시장의 10.3%까지 올랐으나, 이후 수요가 급감해 4분기 잠정치로는 5.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포드는 최근 전기차 계획 축소와 관련해 195억달러 규모의 평가손실(write-down)을 발표했지만, 2027년까지 UEV 플랫폼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전기차 선행 개발 총괄인 앨런 클라크(Alan Clarke) 전무는 기자 브리핑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차량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고, 그 이상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단순히 가격이 낮은 전기차가 아니라, 매우 매력적인 차량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라크 전무는 48볼트 시스템이 배터리 외 차량의 다른 부분에도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며, 12볼트 배터리의 전력 대역폭이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8볼트 시스템은 더 저렴하고, 더 얇은 배선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미래”라며 “이 플랫폼이 10년 이상 지속되도록 미래를 대비하려면 48볼트 채택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다.
포드는 새 중형 전기 픽업트럭의 배선 하니스가 1세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사용된 것보다 4,000피트 이상 짧고, 무게도 22파운드 가벼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23년에 포드,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등 경쟁사들에게 48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가이드’를 보냈다고 전했다.
클라크 전무는 포드가 이미 48볼트 플랫폼 채택을 결정한 이후 이 서한을 받았지만,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고, (테슬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가이드가 부품 공급업체들이 48볼트 시스템 지원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포드는 48볼트 시스템 외에도 공기역학 개선, 차량 효율 향상을 위한 내부 팀 ‘바운티(현상금)’ 제도, 그리고 테슬라가 선도한 ‘기가캐스팅(gigacasting)’ 공법 도입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가캐스팅은 여러 개의 소형 프레스 부품을 매우 큰 단일 부품으로 대체하는 제조 공정으로, 대형 금속판을 고압으로 성형하는 대형 장비가 필요하다.
포드는 새 전기 픽업트럭의 경우 차체 앞뒤 구조 부품을 각각 한 개씩, 총 두 개의 구조 부품만 사용해 현재 가솔린 소형 픽업트럭 매버릭(Maverick)에 들어가는 146개 구조 부품을 대체할 계획이다. 또 향후 전기차에 적용할 알루미늄 캐스팅 부품이 테슬라 모델 Y(Model Y)의 캐스팅 부품보다 27% 이상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클라크 전무는 “전기차 비용은 여전히 가파르게 하락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해야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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