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규의 키워드PICK] “내 자리는?”...현대차 노사 협의 테이블, 휴머노이드 시대의 ‘첫 단추’ 설계될까

2026.01.27 19:28:04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현대차그룹이 던진 ‘아틀라스(Atlas) 취업’이라는 화두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자사 로보틱스 부문 글로벌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자 현대차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는 현장 투입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정면으로 맞섰다. 아틀라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 관심을 이끈 직후이기에 파장은 더욱 큰 양상이다.

 

 

이번 논쟁의 본질은 로봇의 가치나 성능이 아니다. 로봇이 실제 작업장에 들어오는 순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안전 규칙, 책임 기준, 노동 변화가 갈등의 중심으로 올라선 분위기다.

 

 

갈등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크게 터진 이유는 회사가 ‘2028년’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꺼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028년부터 아틀라스 투입을 시작하고, 그해 연 3만 대 생산 체계를 목표로 한다’라고 선언한 것은 현장을 즉각 움직이게 만들었다. 노조 입장에서도 일정표가 나온 이상, 협의가 늦어질수록 유리한 조건을 걸 기회가 줄어든다고 판단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술 검증(Pilot)보다 합의부터 하자는 요구가 앞서서 터져 나온 것이다.

 

“가능할까?” 묻던 사람들이 “내 자리는?”이라 묻기 시작했다

 

회사가 공장 투입 시점을 명시하면서 현장 내 어젠다는 즉각 생존의 문제로 바꼈다. 시점이 명확해지는 순간 노동자들은 로봇의 가능성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대신 내 라인이 어떻게 바뀌고 내 자리가 유지될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라인 운영 방식, 인력 배치, 안전 기준 등 각종 실무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는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이던 기존 산업용 로봇 및 협동 로봇(코봇)과 달리 사람과 같은 통로를 걷고 나란히 서서 일하는 장면을 전제한다.

 

 

아직은 미래형인 이 장면이 점점 구체화될수록 현장은 더 정교한 규칙을 요구하게 된다. 작업자가 동선에 들어오면 로봇은 몇 초 안에 멈춰야 하는지,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즉시 멈춤 버튼을 누를 권한을 갖는지, 재가동 승인은 누구의 몫인지 등 실무적인 답이 합의서에 담겨야 비로소 도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논쟁 역시 업무의 내용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봇이 부품 운반이나 반복 작업을 가져가면 기존 작업자의 업무 성격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는 숙련도 인정 기준, 고과 평가 방식, 교육 체계 등 기존의 기준에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직군이 어느 경로로 이동하고 재교육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구체적인 문장으로 확정되지 않으면 이번 갈등은 인사 노무 영역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노조는 로봇 도입을 단순 자동화가 아닌 생산 거점 전략이나 물량 배분과 통합해 해석하고 있다.

 

회사는 생산성을 말하지만 노조는 고용 압박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 해석의 차이는 기술 토론이 아닌 노사 교섭의 가장 예민한 의제로 남게 됐다.

 

회사의 '단계적 투입' 선언...노조에겐 '경보령'

 

현대차가 말하는 방향은 ‘단계적 투입’이다. 특정 시점부터 일부 작업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여기에 구체적인 생산 목표가 함께 언급되는 순간, 현장은 이를 ‘실험’이 아니라 ‘사업’으로 본다. 그 순간부터 협의의 속도가 빨라진다. 도입 조건을 지금 정하지 않고 미뤄두면, 나중에는 기술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의 ‘단계적 적용’이라는 표현은 노사 양측에 각기 다른 긴장감을 부여했다. 회사는 초기 리스크를 줄이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첫 공정의 적용 방식이 이후 전 라인으로 확대될 '표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즉, 첫 번째 아틀라스가 배치되는 구역의 운영 규칙이 곧 미래 노동 환경의 헌법이 되는 셈이다. 다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실제 투입 범위와 속도는 기술 검증 성과, 안전 기준 확보 정도, 노사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시점에는 회사가 제시한 ‘구상’과 현장에 확정될 ‘운영 방식’을 엄격히 분리하는 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틀라스 ‘멈춤 버튼’, 왜 노조가 쥐겠다고 할까

 

노조가 원하는 것은 ‘로봇을 절대 못 들어오게 하겠다’라기보다, ‘규칙을 먼저 설정해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로봇이 일단 라인에 들어오고 확산이 시작되면, 운영의 주도권은 기술을 쥔 회사로 급격히 쏠릴 것을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장 숙련도가 로봇 시스템에 녹아든 뒤에는 노조가 조건을 새로 걸기 어렵다는 사실도 여기에 힘을 더한다. 그래서 첫 투입 이전에 문서로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합의의 핵심은 우선 안전 확보에 있다. 이는 정지 조건과 속도 제한은 물론 비상 정지 권한과 재가동 조건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기계가 스스로 멈추는 기능보다 현장 작업자가 위협을 느낄 때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명문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 또한 사고나 품질 불량이 발생했을 때 설비 결함인지 운영 오류인지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로봇의 오차와 작업자의 관리 부실 사이의 회색지대를 정리하지 않으면, 책임 공방이 끊이지 않아 로봇의 현장 확산이 막힐 수밖에 없다.

 

직무 전환 문제 역시 어느 일이 줄고 느는지에 따라 인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교육 비용은 어떻게 처리할지 상세 설계가 담겨야 한다. 단순히 교육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교육 기간의 임금 보전과 전환 배치 이후의 숙련도 평가 기준까지 구체적으로 내려가야 실질적인 합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데이터 주권’ 이슈가 추가된다. 최근 최대 화두 중 하나인 ‘피지컬 AI(Physical AI)’를 강조할수록 현장 데이터는 중요해진다. 하지만 로봇의 카메라가 수집하는 정보는 작업자의 모든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무엇을 수집하는지, 누가 접근하는지, 사용 목적과 보관 기간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데이터가 생산성 관리나 고과 평가의 근거로 쓰이는 '디지털 감시'로 변질될 우려를 차단하는 문구가 합의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로봇 시대의 첫 단추, '테이블'서 끼워진다

 

앞으로의 진짜 갈림길은 로봇 성능표가 아니다. 기술 검증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핵심이다. 어느 구역에서 어떤 작업부터 로봇에 맡길지, 작업자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쓸지 아니면 혼재된 공간을 쓸지, 실패 조건과 중단 조건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현장 적용의 ‘안전선’이 된다.

 

이 설계 과정에서 노사는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기술 검증을 작게 잡으면 기술적 위험은 줄지만, 노조는 ‘작게 시작해 슬그머니 크게 확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핵심 공정에 바로 투입하면 효과는 빨리 보일 수 있지만 노사 갈등은 극대화된다.

 

실패를 정의하는 기준도 쟁점이다. 로봇이 부품을 몇 번 떨어뜨려야 기술 검증을 중단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곧 기술 수용의 문턱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아틀라스 논쟁은 휴머노이드 시대의 상징적 첫 장면이 되고 있다. 로봇이 도입되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보행이나 텀블링 동작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이 납득하는 안전 규칙, 책임 기준, 직무 전환 등 계획이 얼마나 단단하게 굳어지느냐가 먼저다. 그 문장이 만들어지는 곳은 가장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는 노사 협의 테이블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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