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로 본 한국 양도세의 현재와 다음 수순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질 때마다 정부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거의 예외 없이 ‘세금’이 등장한다. 최근 다시 불거진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논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똘똘한 한 채’에 쏠린 자산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이 논의를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닌, 부동산 세제의 기준점을 다시 설정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논의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해외 주요국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 다시 양도세인가, 가격 규제의 한계 이후 남은 수단
양도세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분명하다. 가격을 직접 건드리는 정책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고, 대출 규제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거래를 조절하고, 자산의 이동 경로를 바꾸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양도세는 매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 신호다. 현재 정부가 바라보는 문제는 ‘집값이 오르느냐’보다 ‘자산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가깝다. 거래가 줄고, 이동이 막히며, 특정 지역과 특정 상품으로 자산이 쏠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양도세는 이 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책 도구다.
정부가 손보려는 핵심은 ‘세율’이 아니라 ‘공제 구조’
이번 논의의 중심은 양도세율 인상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장기보유특별공제라는 구조에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1가구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장기 보유와 실거주를 유도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고가 주택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정책 라인에서 거론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전체적으로 낮추는 방식, 양도차익 규모가 클수록 공제율을 낮추는 차등 구조, 실거주 공제는 유지하되 고가 자산에 한해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양도차익까지 폭넓게 감면해주는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이다.
숫자로 보면 달라지는 풍경, 1주택자도 피하기 어려운 세 부담 변화
이 구조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오히려 장기간 한 채를 보유해 온 1주택 실거주자일 가능성이 크다. 장기보유와 실거주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양도차익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핵심 주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가정해보자. 전용 84㎡ 아파트를 2013년 10억 원에 매입해 10년 이상 실거주한 뒤 2024년 35억 원에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은 약 25억 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실거주 공제를 적용받아 실제 부담하는 양도세가 2억 원대에 그친다. 그러나 공제율이 축소되거나 고액 차익 구간에 제한이 걸릴 경우, 같은 조건에서도 양도세는 5억~6억 원 수준까지 뛴다. 집값이 오른 만큼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다시 내야 하는 구조다.
수도권 신도시나 인기 주거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6억 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10년간 보유·거주한 뒤 18억 원에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은 약 12억 원이다. 지금까지는 1주택 실거주자라는 이유로 양도세가 1억 원 안팎에서 정리됐다. 그러나 공제 구조가 바뀌면 세금은 2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집 한 채 오래 들고 있었을 뿐인데” 체감 세금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앞으로의 양도세는 ‘1주택이냐, 다주택이냐’보다 얼마를 벌었느냐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과세 기준의 이동, ‘주택 수’에서 ‘자산 가액’으로
이 변화는 양도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유세 논의까지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정부는 주택 수 기준 과세가 시장 왜곡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이후 자산이 고가 1주택으로 압축되었고, 그 결과 특정 지역과 특정 상품으로 쏠림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과세 기준을 ‘몇 채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짜리 자산을 가졌는가’로 옮기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주택자 중과는 정리되는 대신, 고가 자산에 대한 보유·처분 단계의 부담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이다.
해외 사례가 말해주는 공통된 원칙
이 지점에서 해외 사례는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미국은 일정 금액까지 주택 양도차익을 비과세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명확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보유 기간이 길다고 해서 공제율이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는다. 일본 역시 장기보유에 따른 세율 차이는 있으나, 고가 주택에 과도한 감면을 제공하지 않는다. 독일은 실거주 보호 원칙이 분명하지만, 투자 목적이나 고가 자산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이 명확하다. 공통점은 ‘장기 보유’보다 ‘차익 규모와 자산 성격’을 기준으로 과세 구조를 설계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이와 비교하면 상당히 예외적인 제도에 가깝다.
정책의 위험지점, 거래를 멈추게 할 것인가, 구조를 바꿀 것인가
문제는 방향보다 속도와 방식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세제 개편은 대부분 긴 예고 기간과 점진적 적용을 동반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세제 논의 자체가 곧바로 시장 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양도세 강화 국면에서도 매물 잠김과 거래 급감은 반복됐다. 최근 기사들에서 제기되는 우려 역시 이 부분이다. 장기 거주 고령자, 다운사이징이 필요한 실수요자, 주거 이동이 필요한 계층이 가장 큰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금이 투기 억제 수단을 넘어 이동의 장벽이 되는 순간, 정책은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양도세 논의의 다음 수순을 읽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 중과가 정리되는 대신, 양도세와 보유세는 점차 자산 가액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인 세수 확보라기보다, 중장기적인 자산 구조 조정을 겨냥한 시도에 가깝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전면 수정할 것인지, 고가 자산에 한정해 손을 볼 것인지. 실거주 보호 원칙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에 충분한 전환 기간을 줄 것인지다.
부동산 세제는 언제나 제도보다 해석이 먼저 움직인다. 양도세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신호다. 지금 시장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세율표가 아니라, 세금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다.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