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AI융합학과 김승준 교수 연구팀이 자율주행차가 도로 이용자와 더 안전하고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외부 인간-기계 인터페이스(eHM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대다수 연구가 보행자 단독 상황만을 가정해 온 한계를 넘어, 보행자·자전거 이용자·운전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현실에서 재현해 eHMI의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일반 운전자 등 차량 외부의 모든 도로 이용자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기존에는 운전자가 보행자와 눈 맞춤이나 손짓 같은 비언어적 신호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이러한 신호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명확히 전달하는 eHMI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자율주행차와 보행자 간 1대 1 상황에 집중돼 왔다. 실제 도로처럼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불명확해 오해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안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맥락 기반 eHMI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자율주행차의 외부 신호를 신호 없음, 단순 양보 의사만 표시하는 기본 신호, 양보 대상을 알려주는 대상 정보, 정지 시점을 알려주는 시점 정보, 정지 위치를 알려주는 위치 정보 등 다섯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고 그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신호는 국제 표준 교통신호와 혼동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색상과 심벌 체계를 적용했으며, 차량 전면·측면·후면에 동일하게 표시되도록 설계됐다. 실험에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일반 차량 운전자 등 총 4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보행자에게는 머리에 착용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실제 페달 조작과 속도 변화를 재현할 수 있는 실내 고정식 자전거 장비를, 운전자에게는 실제 운전 환경을 모사한 차량 시뮬레이터를 각각 적용해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가상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와 동시에 상호작용하도록 구성했다.
연구 결과, 대상 정보 신호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해 모든 지표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누구에게 양보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할 경우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운전자 모두가 더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었으며, 안전감, 신뢰도, 명확성 등 주관적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신호가 전혀 없는 경우는 모든 지표에서 가장 낮은 성능을 보였고, 단순 양보 의사만 표시하는 기본 신호는 혼란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점 정보와 위치 정보 신호 역시 신호 없음 대비 높은 신뢰도와 안전성을 보였다. 특히 두 신호 모두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행동 오류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맥락 정보가 실제 의사결정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부 전기 반응을 이용해 긴장과 불안 수준을 분석한 생체신호 분석에서도 대상 정보 신호가 제공될 때 참가자들의 심리적 긴장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참여자 인터뷰에서도 대상 정보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신호의 대상이 명확해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단순 심벌 기반 신호는 기존 교통신호 체계와 달라 혼란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색상 코딩처럼 시각적 정보의 직관성을 높이는 방식이나, 신호 점멸 또는 간단한 음향 알림을 함께 제공하면 eHMI의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강유민 박사과정생은 실제 도로에는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와 차량 운전자까지 함께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가 현실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와 도로 이용자 간 오해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인터페이스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GIST AI융합학과 김승준 교수는 다중 교통 주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하고 eHMI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자율주행차가 양보 의사뿐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양보하는지까지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미래 교통 안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스마트 교차로 설계, 교통약자 보호를 위한 안전 시스템 개발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관련 연구 지원과 GIST-MIT 공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유비쿼터스 및 웨어러블 컴퓨팅 분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GIST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