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MARINE 2025] 연료·전력·데이터가 재편한 바다, 탄소 이후의 조선·해양은?

2025.10.21 18:35:32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연료·전력·데이터가 한 배에 오른 시대, 조선·해양 산업의 판이 달라졌다

 

조선·해운의 질서가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산업의 판이 기술이 아니라 ‘탄소(Carbon)’로 재정의되는 양상이다. 지난 2023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강화하면서 ▲2030년 최소 20% ▲2040년 70%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구체적 이정표를 제시했다. 해양 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선택’이 아니라 ‘이행’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탄소 감축의 해법은 단일 연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료·전력·디지털’의 삼중 구조 속에서 재편되는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과도기적 지위가 유지되는 사이, 메탄올 듀얼연료선(Methanol Dual-fuel Vessel)은 급속히 늘었다. 암모니아(Ammonia)와 수소(Hydrogen)는 안전성 검증과 규제 프레이밍이 동시에 진행되는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 ▲배터리 하이브리드(Battery Hybrid) 추진 ▲연료전지 보조 전원 ▲전력전자 고효율화 ▲폐열회수 시스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예지정비·사이버보안 통합 등은 조선·운항·유지보수의 표준이 돼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성능보다 실질적인 도입과 실행을 요구받고 있다.

 

이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체 연료 추진선 신규 발주는 선박의 전체 내부 용적 기준으로 계산한 크기 단위인 총톤수(GT) 기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LNG에서 메탄올, 하이브리드로 옮겨가는 곡선은 분기형으로 분석되며, 이때 기술·정책·자본이 한데 움직인다. 현재 시장은 어떤 조합으로 위험을 분산할지에 대한 고민이 팽배하다.

 

본격적으로 드러난 글로벌 해양 생태계의 현재

 

 

이 거대한 산업 전환의 현장이 이달 21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소재 전시장 벡스코(BEXCO)에서 펼쳐졌다. 제24회 국제조선·해양산업전(KORMARINE 2025)은 지난 1980년 첫 회를 시작으로 45년 역사를 이어온 조선·해양 전문 격년 전시회다. 기술 교류와 산업 전략이 한자리에서 맞물리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이 세계 5대 조선·해양 전시 거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도 이 축적된 산업 기반 덕분이다.

 

올해 행사에는 신조선·기자재·에너지·항만·플랜트까지 조선·해양 가치사슬(Value Chain)이 총망라됐다. 기술의 미래보다, 실행 가능한 현재를 보여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연료·전력·데이터가 동시에 재편되는 해양 산업의 대전환기 속에서, 단순한 비전 제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해답을 제시하는 자리로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결국 ‘실행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테스트베드로 진화한 모습이다.

 

올해 KORMARINE은 산업통상자원부·부산광역시·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RX K. Fairs·벡스코가 공동 주최·주관했다. 올해는 40개국에서 1000여 업체가 2100개 부스 규모를 꾸렸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효성중공업·태웅·바람그룹·세아베스틸·한국풍력산업협회·GE버노바(GE Vernova)·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UL솔루션즈(UL Solutions)·구스토MSC(GustoMSC)·CMP츄고쿠페인트(Chugoku Paint)·볼보펜타(Volvo Penta) 등 주요 업체가 전시장을 꾸몄다.

 

 

전시 참가군의 스펙트럼은 넓고 명료했다. 이른바 국내 조선 3사로 알려진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은 차세대 추진 시스템, 배터리, LNG 재액화, 운항 최적화 등 기술을 전면에 세웠다.

 

기자재 업체들은 발전·저장·변환·충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솔루션으로 응답했다. 항해·통신·자동화, 소재·코팅·배관·펌프, IT 플랫폼·보안 등 조선소에서 선박 운항·정비·서비스로 연결되는 가치사슬이 그대로 시각화됐다.

 

또한 주요 부대행사인 ‘코마린 콘퍼런스 2025(KORMARINE Conference 2025)’에서는 앞선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주제를 배치했다. ‘변화하는 지정학, 그리고 새롭게 그려지는 해양산업의 미래(Shaping the Future: Change of Geopolitics and Maritime Industry)’가 이에 해당한다.

 

이 슬로건을 내세운 올해 콘퍼런스는 지정학·에너지·무역 규제의 복합 변수가 해운·조선·기자재 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다룬다. 한국해양대학교·KOMEA·한국선급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연사들이 세션을 이끈다. 여기에 기술 세미나, 수출상담회, 어워드 시상식 등 부대행사도 이어진다.

 

전시장 구성도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제2전시장에는 ‘에너지 혁신 홍보관(Energy Innovation Pavilion)’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글로벌 톱티어가 전시 중심에 섰다. 전기추진·연료전환·친환경 전력 시스템이 집중 전시됐다.

 

또한 선급·엔지니어링·전력전자·계측 분야의 다국적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국의 대표 업체를 각각 조합한 국가관(National Pavilion)은 대한민국·영국·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스위스·중국·일본·대만 총 12개국으로 구성돼 소재·밸브·계측기·코팅·센서 등 에너지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을 강조했다.

 

다른 한편, 전시회 첫 날 열린 개막식에는 이준승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휴 존스(Hugh Jones) RX K. Fairs 회장, 피터 판 더 플리트(Peter van der Vliet) 주한네덜란드대사 등 기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조선·해양 산업계를 대표해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사업대표, 허용도 태웅 회장, 최영구 한국알파라발 대표, 강호일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도덕희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손수득 벡스코 대표이사 등 주요 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조선·기자재·에너지·학계·행정의 축을 대표하며,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상징했다.

 

규제·자본·표준의 삼각지대...기술이 아니라 ‘실제’로 경쟁하는 산업의 다음 항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명확하다. 대체 연료 추진 계통의 실물 인터페이스다. 연료공급, 배출, 안전 규격과 전력 변환, 배터리, 하이브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통합이 어느 수준까지 표준화됐는지 제시됐다.

 

또한 설계·건조·운항 전주기에 걸친 디지털 트윈과 예지정비의 결속이다. 장비사·엔진사·조선소·선주 간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마지막으로 지정학·보조금·탄소가격제가 선주 의사결정에 어떻게 작용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함께 제안됐다.

 

 

이처럼 KORMARINE 2025은 연료의 선택보다는 시스템의 선택,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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