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35주 이상 연속 상승하며 사실상 ‘불장’의 전조를 보이자, 오랫동안 “집값은 반드시 떨어진다”고 외쳐온 폭락론 진영이 스스로 균열을 맞고 있다. 단순한 전망의 오류를 넘어, 시장을 해석하던 신념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 현상은 단순히 일부 유튜버나 전문가의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와 정보 소비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누가 맞느냐보다 어떤 근거로 말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다.
서울 아파트 36주 연속 상승, 규제의 한계 드러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월 초 상승 전환 후 3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 3구를 비롯해 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에서 상승 폭이 확대됐고, 심지어 비규제 지역까지 열기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연이은 상승세에 조정대상지역 확대, 대출 규제 강화, 세제 압박 등 ‘3번째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장은 쉽게 식지 않는다. 이미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되었고,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구조적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2곳에서 매물 수가 한 달 새 5% 이상 감소했고, 도봉·광진·성동구 등은 10% 이상 줄었다. 집주인들은 “지금은 팔 시기가 아니다”라며 관망세로 돌아섰고, 이는 곧 매물 잠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매수세를 자극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 아니면 더 비싸진다’는 불안 심리가 다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락론의 균열,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예언자’를 만들어냈다. 상승기에는 폭등론자가, 하락기에는 폭락론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시장이 방향을 틀자 폭락론 진영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대표적 하락론자였던 채상욱 커넥티드코리아 대표는 최근 “9·7 공급대책은 무(無)공급 수준이다. 남은 건 가격 급등뿐”이라고 말하며 입장을 바꿨다. 한때 “장기 하락”을 주장하던 인물이 불과 1년 만에 반등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유튜버 표영호 역시 구독자와의 설전에서 “계속 떨어지기만 바라면 거지 된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폭락론 내부에서조차 ‘하락의 신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논쟁이 아닌 신념 공동체의 붕괴로 본다. 한 경제학자는 “폭락론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나는 이성적이고, 남은 탐욕적이다’라는 도덕적 확신 위에 세워진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그 확신을 부정하면서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과의 데자뷔, 부동산 시장은 늘 ‘반대’로 움직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2021년 집값이 최고점을 찍은 뒤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상승론자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라”던 이들은 ‘영끌오적’이라 불렸고, 상승론은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같은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엔 폭락론이 공격받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확신이 강한 쪽을 배신해왔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감정과 신념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언제나 데이터·금리·공급이라는 기본 변수의 싸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정책·금리·공급, 그리고 ‘심리’가 만드는 4중 구조
지금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정책 리스크다. 규제지역 확대, 대출총량제, 세금 강화 등 단기 조정 효과는 있지만 중장기적 흐름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둘째는 금리 사이클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산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역시 하반기 완화 기조 전환을 시사하며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공급 불균형이다. 서울 도심 내 신규 공급은 줄고, 착공·인허가 지연으로 2026~2028년 입주물량 공백이 예고되고 있다. 이 공급 병목이 가격 상승의 근본적 동력이다. 여기에 시장 심리라는 네 번째 축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항상 뒤늦게 움직인다. 2023년 하락기에 ‘더 떨어진다’며 기다리던 수요가 2025년 들어 ‘이제는 늦었다’며 다시 뛰어드는 모습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심리와 기대감이 숫자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다.
앞으로의 시장,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스탠스
단기적으로는 규제 강화와 매물 감소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규제가 강해질수록 일시적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서울과 핵심지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특히 한강 벨트, GTX 노선 인근, 업무지구 재편 지역은 구조적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중심의 현실주의’가 답이다. 부동산 시장을 신념이나 감정으로 해석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금리, 공급, 인구, 정책의 수치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시장은 늘 중심으로 회귀한다. 결국 남는 것은 확신이 아니라 근거를 가진 판단력이다. 폭락론이 무너진 지금, 부동산 시장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