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PICK] 지금 배송시장은 '춘추전국시대'…네이버 중심 연합, 쿠팡 아성 흔들까?

2025.09.03 17:09:03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산업을 움직이는 단어 하나, 그 안에 숨은 거대한 흐름을 짚습니다. ‘키워드픽’은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그 정의와 배경, 기술 흐름, 기업 전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기술의 흐름 속에서,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독주 체제였다. 빠른 배송을 무기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수년간 막대한 물류 투자를 단행해온 쿠팡의 아성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이 독점적인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바로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 네이버가 물류 동맹인 이른바 ‘N-배송’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반(反)쿠팡 연대'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국내 배송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독보적 1위 쿠팡과 물류 동맹을 내세운 네이버, 그리고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까지 가세하며 대한민국 배송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로켓배송'의 독주와 그 아성에 균열을 내는 ‘N-배송’

 

지난 10년간 쿠팡은 6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물류 인프라에 쏟아부었다. 전국에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고용하며 '로켓배송'이라는 독보적인 서비스를 완성했다. 익일 배송은 물론 신선식품 새벽배송, 심지어는 유료 멤버십인 와우회원에게는 무료 반품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구축했다. 그 결과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은 로켓그로스에 입점하지 않으면 상위 노출조차 어려운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쿠팡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네이버다. 네이버는 쿠팡처럼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CJ대한통운, 마켓컬리 등 국내 주요 물류 및 유통 기업들과 손잡는 전략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N-배송(네이버배송) 시스템이다. '오늘배송', '내일배송', '새벽배송', '일요배송' 등 다양한 배송 옵션을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각 물류 파트너사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최근 컬리의 물류 자회사인 넥스트마일과 협력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쿠팡의 핵심 경쟁 영역에 직접 뛰어들었다.


'반(反)쿠팡 연대'의 구심점,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네이버 물류 동맹의 핵심에는 CJ대한통운이 있다. CJ대한통운은 쿠팡에 맞서기 위해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택배업계의 주 6일 근무 체제로는 쿠팡의 익일 및 주말 배송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CJ대한통운은 주말 배송을 통해 물류 밀도를 높여 비용을 낮추고 네이버를 비롯한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쿠팡에 버금가는 배송 경쟁력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류 전문가들은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쿠팡이 막대한 자본 투자로 구축한 독점적 물류 인프라에 대항할 수 있는 반 쿠팡 연합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노조와의 협의, 충분한 인력 증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성공한다면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는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송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는 '배송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소비자다. 기업들은 서로 더 빠른 배송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는 멤버십 혜택과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고, 쿠팡 역시 제주산 수산물을 항공 직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품목과 서비스를 확대하며 견제에 나섰다.

 

과거에는 쿠팡 외 플랫폼에서 주문할 경우 주말 배송이 불가능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나 상품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협력으로 주말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쿠팡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서비스가 비슷해질수록 연회비 부담이 있는 쿠팡 '와우회원' 대신 다른 플랫폼을 선택할 여지도 커진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업체들까지 국내 물류센터 구축을 검토하며 배송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파격적인 '수수료 및 택배비 무료' 정책을 들고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2025년 배송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 경쟁의 미래, 지속 가능성이 관건

 

이처럼 배송시장의 경쟁 구도가 다변화되면서 앞으로의 관건은 단순히 '속도' 경쟁을 넘어선 지속 가능성에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주 7일 배송'이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조와의 합의와 인력 충원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네이버는 풀필먼트 연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C-커머스 업체들은 파격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승자는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해온 기존 강자가 될지, 아니면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연합군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들의 경쟁이 단순한 출혈 경쟁이 아닌, 물류 시장 전체의 혁신과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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