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이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한 조치로,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한 수출 규제를 동시에 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3대 반도체 EDA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지멘스 EDA 등 주요 업체들에 대해 중국 사업에 적용됐던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 취득 요건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들 기업은 즉시 중국 고객들에 대한 소프트웨어와 기술 접근을 복원했다고 밝혔으며, 이번 해제 조치가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따른 것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말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발동한 수출 규제의 철회를 의미한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중국 EDA 시장 점유율이 약 70%에 달하는 이들 세 업체에 수출 통제 서한을 보냈고, 중국의 반도체 설계 생태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지난달 10일부터 11일까지 런던에서 개최한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제네바 1차 무역 합의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의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은 희토류 및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프레임워크를 “제네바 합의에 실질적인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의 정상화와 전략자산의 상호 거래 안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다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고, 글로벌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혼란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국 간 기술 주도권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규제의 ‘출렁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