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Next' 주제 내걸고 AI 공급망 관련 기업 및 제품 선보여
아시아 최대 AI 전시회로 거듭난 ‘컴퓨텍스 2025’가 20일인 오늘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막을 올렸다.
20일부터 23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AI Next'라는 주제로 그에 걸맞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 주최기관인 타이트라(TAITRA)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는 올해 29개국 1400여 개 기업이 4800여 개 부스로 전시장을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컴퓨텍스에도 쟁쟁한 이름들이 즐비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퀄컴, 인텔 등 주요 기업과 더불어 폭스콘, 미디어텍 등 다수의 자국 기업이 참석하며, 그들은 이곳에서 자사 기술·산업의 강점과 청사진을 유감없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대만은 자국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AI·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컴퓨텍스는 지난 1981년 대만의 컴퓨터 부품 전시회로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AI와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산업 흐름 속에서 그 위상을 키워왔으며, 특히 대만 정부의 ‘AI 스마트 섬’ 비전과 함께, TSMC, 미디어텍, 폭스콘 등 자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연대가 강화되며 전략적 행사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간 역학 관계와 지정학적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컴퓨텍스 행사와 내포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일 열린 개막식에는 지난해와 같이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칭더 총통은 개막 축사에서 "AI 세계에서 대만이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은 반도체, 통신, AI 등 핵심 산업에서 완성도 높은 공급망을 갖췄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대만을 전략적 운영 거점으로 선택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대만에 투자한 기업으로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언급하며, “엔비디아가 최근 타이베이에 글로벌 운영 센터 설립을 발표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타이베이 베이터우 스린에 ‘엔비디아 대만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글로벌 기업 및 산업계에 세 가지 협력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대만을 미래 기술의 중심지로 삼는 투자 확대, 공급망 협력 강화, AI 및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또한 “우리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대만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라이 총통은 AI 산업의 중요성을 수치로도 설명했다. 지난해 대만의 AI 관련 제품 수출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59% 증가했고, 전 세계 반도체 첨단 기술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들어 “AI는 대만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전시회 현장에서도 총통은 에이서, MSI 등 주요 대만 기업 부스를 직접 방문하며 기술 혁신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행사장은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대만의 산업 전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한편, 행사의 중심에는 단연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있다. 19일 기조연설에 나서고, 20일에는 부스를 순회한 후 21일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대만에 AI 슈퍼컴퓨터 구축 발표와 엔비디아 대만 신사옥 설립지를 공개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젠슨 황 CEO의 깜짝 발언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행사에서도 6세대 HBM ‘HBM4’를 적용한 차세대 GPU ‘루빈’을 최초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번 행사에는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 슈퍼마이크로의 찰스 리앙 CEO, 폭스콘과 미디어텍 등 반도체·IT 기업의 대표들도 기조연설에 나선다. 인텔에서는 올해 3월 취임한 립부 탄 CEO가 처음 컴퓨텍스를 찾는다. 그는 대만 진출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전 행사에 참석한 후 전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며, 주요 협력사들과의 만남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리사 수 CEO 대신 수석 부사장인 잭 후인이 참석해 자사의 고성능 컴퓨팅과 AI 제품 전략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생성형 AI, 로보틱스, 엣지 AI 등을 주제로 한 포럼과 기술 세션이 마련됐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Arm,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어드밴텍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각 분야에 걸맞은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컴퓨텍스의 주요 볼거리인 전시회에는 대만을 비롯해 세계 AI 공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다수 참가했다. 인텔, 기가바이트, 폭스콘, 페가트론, 미디어텍, MSI, 델타, 슈나이더 일렉트릭, 에이수스, 에이서, 애즈락 등 칩과 모듈, 서버 등을 구축하는 주요 기업 부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일부 참가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참가해 GTC 2025에서 공개한 HBM4를 전시하고, TSMC 및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부각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처음 컴퓨텍스에 참여하며, AI 기반 고성능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 패널을 프라이빗 부스에서 소개한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AI 시장에서 대만은 반도체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컴퓨텍스 2025는 이러한 대만의 전략을 대내외에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