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 ‘전고체전지’에 대한 세계 각 연구기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그동안 고체전해질과 탄소와의 계면 불안정성이 위험 요소로 남아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전극을 구성하는 탄소에서 그 원인을 찾아 주목받고 있다.
▲ 왼쪽부터 박상욱 석사과정생(1저자), 김병곤 박사(교신저자), 이상민 센터장(과제책임자) <사진 : 한국전기연구원>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성장 예상되는 전고체전지 시장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떠올랐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는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이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경제연구소는 전고체전지가 향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이차전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연구소는 전기처전지 시장이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보급 및 전력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활용되는 등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았다.
전고체전지는 불이 잘 붙는 액체전해질 대신 전극과 전해질을 모두 고체로 만들어 전해액 누출에 따른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을 제거한 전지다. 그런데 전고체전지는 아직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성능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전고체전지는 전지를 구성하는 고체화된 입자 때문에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자간 계면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계면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 고체전해질-음극 계면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선방법과 관련한 다수의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인 탄소도전재가 불안정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한 규명 및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고체전지가 가진 과제 해결할 ‘나노탄소 도전재’ 개발
전고체전지가 계면 불안정성으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 차세대전지연구센터가 최근 전고체전지 내 고체전해질과 탄소와의 계면 불안정성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는 ‘나노탄소 도전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상민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이 주관하고 교신저자로 김병곤 박사, 1저자로 박상욱 석사과정생이 함께한 이번 연구는 비정질의 탄소 표면에 존재하는 다수 작용기가 황화물 고체전해질과의 부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탄소 도전재는 친환경 전기차의 차세대 에너지 심장으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도전재다. 최근 전기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도전재는 국내외 이차전지 제조업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비정질탄소(왼쪽) 대비 결정성 및 전도성 높은 나노탄소(오른쪽) <사진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 성과,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스몰지’에 실려
이 연구팀은 ‘작용기가 없으면 탄소도전재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기반으로 나노탄소 도전재와 더불어 ‘중공(hollow) 나노탄소’ 개발에도 성공했다. 공정은 단순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비정질 탄소가 2,400도의 고온 열처리 공정만 거치면 작용기가 존재하지 않는, 즉 전도성 높은 양질의 결정성 중공 탄소를 얻을 수 있다.
흑연처럼 결정성 높은 나노탄소를 도전재로 사용하게 되면 계면에서의 전기화학적 부반응이 줄어들고, 부반응으로 형성되는 절연성 물질의 형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비정질 탄소 대비 250% 가량 향상된 전기 전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전지의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교신저자인 김병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고체전해질과 탄소 계면의 부반응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 및 도전재의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매우 의의가 크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비록 고온 열처리 장비의 가격문제가 있지만, 대용량화가 이루어지면 전고체전지용 도전재를 손쉽고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와일리(Wiley) 출판사의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스몰지(Small, IF=9.598)에 게재됐다. 또, 와일리가 선정한 Surfaces and Interfaces 분야 Hot Topic으로도 선정됐다. 연구팀은 성과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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