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재생에너지 기반 ESS 기술 개발 동향과 비즈니스 모델 및 추진방향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밝히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총 63.8GW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앞으로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이에 따른 대비도 필요해졌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재생에너지 설비 시설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을 시간에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해주는 저장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1월 6일에 열린 ‘신성장동력 확산을 위한 에너지·IoT분야 공개기술세미나’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ESS 기술 개발 동향과 비즈니스 모델 및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한 한전 전력연구원 조성민 박사의 강연내용을 정리했다.
▲ 한전 전력연구원 조성민 박사 <사진 : 김동원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는 재생에너지 사용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7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200GW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소비하는 전력 대부분은 화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1년간 전 세계가 소비하는 전력 중 70%는 화석에너지이고, 16.4%가 수력, 5.6%가 풍력, 태양광은 2.2% 수준에 머물렀다. 태양광은 개발된 지 10년이 넘어 기술도 성숙기에 들어갔고, 새롭게 설치되는 경우도 많지만, 햇빛이 강해야 에너지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한계 탓에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가장 적은 비중을 기록했다.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보인 국가는 중국이었다. 미국과 독일, 인도,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지난해 기준 10GW로 적은 편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48.7GW를 더 설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30년에 한국은 총 63.8GW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63.8GW는 절대 적은 양이 아니다. 조성민 박사는 “이번 여름에 잠깐 예비력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전기 발전량이 93GW였다”며 “정부가 발표한 63.8GW는 가장 많은 전력을 쓸 때의 2/3 수준이다. 연중 에너지 생산량 중 20%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많아지면 덕 커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 : Energy Alabama>
재생에너지 사용이 많아질수록 생길 수 있는 문제점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는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도 대비해야 한다. 조성민 박사는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을 염려했다. 덕 커브 현상은 미국 텍사스나 캘리포니아 등 태양광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가던 도시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낮 동안에는 태양광 발전을 통한 과잉 발전이 이뤄지고, 일몰 이후 단시간 내 부하가 급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덕 커브 현상은 순 부하량의 예측 정확성이 떨어지게 만들고, 기저발전원이 전원을 하루 단위로 정지하고 재가동하게 만드는 등 불안정성을 야기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까지 했다. 조성민 박사는 “덕 커브 현상이 진행되면 정오에 기조발전보다 낮은 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기조 변화로 돌고 있는데, 원자력은 시간과 상관없이 24시간 일정하게 출력하기 때문에 정오에 에너지 출력이 많아지면 부하가 변동이 생겨 주파수와 전압이 변하고 전기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현 시점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워낙 적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지만, 2030년까지 보면 이런 부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덕 커브 현상과 함께 관성 문제도 염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발전 방법을 쉽게 설명하면, 기존의 발전기는 엄청나게 큰 쇳덩이가 돌면서 에너지를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쇳덩이는 다 전기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어서 하나의 발전기가 빨리 돌고, 천천히 돌 수가 없다. 주파수대로 모두 똑같이 돌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파수를 변하게 하지 않는 관성이 있어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쇳덩이가 아닌 인버터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관성이 태생적으로 없다. 따라서 주파수가 쉽게 변할 수 있고, 이는 전력 생산에 큰 문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조 박사는 “태양광의 경우 먹구름이 지나가면 출력이 떨어지는 등 출력 변화가 쉽게 생길 수 있다”며 “이 변동성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태양광 발전기를 20개 정도를 중첩시켜서 보면 생각보다 변동성이 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얼마만큼 변동이 있을지는 실제로 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러한 걱정 때문에 해외에서는 관련 비즈니스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SS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
재생에너지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는 역할은 ESS가 할 수 있다. ESS는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과 공급 시스템 안정화 등 2가지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조성민 박사는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신재생 전기품질 개선 및 전력계통도 안정시킬 수 있다”면서 “전력수요와 전기요금이 낮은 심야시간에는 에너지를 충전해주고, 이 충전된 에너지를 전력수요가 많고, 전기요금이 높은 피크 시간에 사용하게 해주는 역할을 바로 ESS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기는 그동안 저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이 단점을 극복했던 유일한 솔루션이 양수발전이었다. 하지만 양수발전을 건설하기 위해선 환경 평가부터 해서 10년이란 시간이 걸리는 등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공사단위도 커 일본과 섬 국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양수발전은 고려하기 힘들다. 따라서 다음 배터리로 ESS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조 박사는 ESS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많다고 설명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UPS나 Time of use다. 조 박사는 ESS app 등 발전시간에 따라서 보상금을 주는 REC나 서남해 해상풍력 연계 실증사업 등 ESS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등은 굳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국가이지만, 이런 국가에도 ESS는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이라 굳이 쌀 때 충전했다가 비쌀 때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지만,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비싼 독일의 경우는 집에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고, ESS로 충전한 후 필요할 때 쓴다. 그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ESS는 향후 해외나 국내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독일에서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충전소와 ESS를 만들어 직접 전기를 충전해서 사용하고 있다. <사진 : Vir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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