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대규모 군사작전 이후에도 브라질 증시가 흔들리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선거 등 국내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이 국제법 위반 우려를 낳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 증시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체포돼 뉴욕으로 이송됐다. 두 사람은 이후 마약 밀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은 모습이다. 공격 직후 첫 거래일이었던 1월 5일(현지 시간) 라틴아메리카 최대 주식시장인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 주요 지수는 약 1% 상승 마감했다.
이 지수는 다른 국가 주요 지수들과 보조를 맞추며 이후에도 올랐고, 해당 세션 이후 1월 16일(현지 시간) 금요일 마감까지 약 3% 추가 상승했다.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 ETF(EWZ)도 공격 이후 약 3% 상승했다.
MRB 파트너스(MRB Partners)의 신흥시장 전략가 아므르 압델 할레크(Amr Abdel Khalek)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경우 이 문제가 큰 이슈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곳에서 공격적인 개입이 일어날 높은 위험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압델 할레크 전략가는 “시장에 진짜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수개월간 공격적인 긴축을 단행해 기준금리인 셀리크(Selic) 금리를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인 15%까지 올려둔 상태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화되면서 통화 완화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브라질 지리통계연구소(IBGE)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둔화돼 4.2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보다 0.57%포인트 낮은 수준이자, 국가통화위원회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4.5%를 하회하는 수치다.
또한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누적 인플레이션을 기록한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브라질 담당 국장 실비오 카시오네(Silvio Cascione)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시오네 국장은 “평범한 브라질인이라면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삶이 크게 변했다고 느끼지는 않겠지만, 몇 년 전보다는 나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시오네 국장은 금리 인하가 “여전히 큰 재정 문제를 안고 있는 심각하게 불균형한 경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높은 금리”라며 “이는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고, 정부의 각종 부양책으로 유동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카시오네 국장은 “투자자들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고 재정 확장을 줄이며 저축과 투자를 늘려 다른 기반 위에서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손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Thornburg Investment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파블로 에차바리아(Pablo Echavarria)는 브라질의 기준금리 인하가 2026년 상반기 중 어느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하반기 이후 인하 경로는 10월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차바리아 매니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금리 인하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룰라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상대 후보가 “더 큰 재정 건전성”을 가져올 수 있고, 보다 “관리된” 재정 상황은 중앙은행이 “조금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기업 실적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현재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차바리아 매니저는 “금리가 내려가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룰라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시장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공격이 브라질 증시를 압박하거나 브라질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룰라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작전 이후 멕시코, 콜롬비아 등 다른 국가들과 직접 협력해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체인지 글로벌(Change Global)의 전무이사 테아 제이미슨(Thea Jamison)은 이러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 해외 자본 유입, 개방성,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기회라는 서사는 브라질 선거로 가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전무이사는 “정치적·경제적 오남용 문제를 해결할 경우, 라틴아메리카는 앞으로 막대한 해외 직접투자(FDI)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미 큰 규모의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 직접투자 유입액은 841억 달러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제이미슨 전무이사는 브라질과 라틴아메리카로 유입되는 투자 규모가 “있어야 할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스페인 기업들이 석유와 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회수해 왔다”고 말했다. CNBC는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확인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보호 아래 미국 석유 기업들이 최소 1000억 달러를 투입해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TS 롬바드(TS Lombard)의 엘리자베스 존슨(Elizabeth Johnson)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늘어날 경우, 브라질이 북부 해안의 이른바 ‘적도 해안(Equatorial Margin)’을 개방해 석유·가스 산업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슨 전무이사는 브라질이 해당 지역의 변동성에 대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보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석유·가스 부국이 많다”고 말했다.
존슨 전무이사는 “그러나 이들 국가는 정부가 천연자원과 석유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며, “반면 브라질은 석유·가스 부문에서 점진적인 개방과 매우 명확한 규칙을 유지해 국제 석유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존슨 전무이사는 베네수엘라 사태 전개로 브라질 에너지 부문이 타격을 받더라도, 브라질은 여러 종류의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브라질은 쇠고기, 커피, 철광석, 대두(콩)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존슨 전무이사는 브라질 경제가 이처럼 다변화돼 있고, 룰라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브라질은 상당히 보호받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가 폭락하더라도 브라질 경제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RB 파트너스의 압델 할레크 전략가는 베네수엘라 공격에도 브라질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 이전부터 라틴아메리카에 압박을 가해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핵심은 이것이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델 할레크 전략가는 인터뷰에서 2026년 신흥시장 전반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 있어 주요 위험 요인은 미국이 자국의 국익에 “보다 밀접하게 정렬”하도록 각국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브라질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조치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압델 할레크 전략가는 베네수엘라 사태의 시장 영향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것이 시장의 안일함을 보여주는 사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에 대해 “어쩌면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그러나 나는 다른 시각을 취하고 싶다. 우리는 미국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