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나노기술 결합한 호흡기 바이러스 예방 기술 공개

2025.12.15 13:53:38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빠른 호흡기 바이러스는 백신만으로 완벽히 막기 어렵다. KAIST 연구팀이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가 지녔던 열에 약하고 코 점막에서 금방 사라지는 한계를 AI 기술로 극복한 비강 투여형 항바이러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KAIST는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정현정 교수,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 공동 연구팀이 AI로 인터페론-람다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재설계하고, 이를 비강 점막에 잘 확산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전달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를 범용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15일 밝혔다.

 

인터페론-람다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선천면역 단백질로, 감기·독감·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치료제로 만들어 비강에 투여할 경우 열, 분해효소, 점액, 섬모운동에 취약해 실제 효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AI 단백질 설계 기술을 이용해 인터페론-람다의 구조적 약점을 정밀하게 보완했다. 먼저 단백질의 헐거운 루프 구조로 흔들리던 부분을 단단한 스프링처럼 고정되는 나선형 구조로 바꿔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단백질끼리 달라붙어 뭉침이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표면을 물과 잘 섞이도록 설계하는 표면 엔지니어링을 적용했고, 단백질 표면의 당사슬 구조를 추가하는 글라이코엔지니어링을 도입해 단백질을 한층 튼튼하고 안정하게 재설계했다.

 

그 결과 새롭게 제작된 인터페론-람다는 50℃에서 2주를 버틸 만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됐으며, 끈적한 비강 점막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여기에 단백질을 나노리포좀이라는 미세 캡슐에 담아 보호하고, 그 표면을 저분자 키토산으로 코팅해 코 점막에 오래 붙어 있도록 점막 부착력을 크게 강화했다.

 

이 전달 플랫폼을 인플루엔자 감염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콧속 바이러스가 85% 이상 감소하는 강력한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이 기술은 간단히 코에 뿌리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점막 면역 플랫폼으로, 계절성 독감은 물론 예기치 못한 신·변종 바이러스에도 신속히 대응할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는 “AI 기반 단백질 설계와 점막 전달기술로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의 안정성과 체류 시간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점막에 오래 머무르는 이번 플랫폼은 엄격한 냉장 유통시스템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 가능한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술은 다양한 치료제·백신 개발로의 확장성이 크다”며 “AI 단백질 설계부터 약물 전달 최적화, 감염 모델을 통한 면역 평가까지 다학제 융합 연구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노코어 AI-혁신신약연구단 윤정원 박사, 생명과학과 양승주 박사, 의과학대학원 권재혁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와 바이오머터리얼즈 리서치에 11월 20일과 21일에 연달아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이노코어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KAIST 대규모 융합연구소 운영사업,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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