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숙련 단절’ 늪 빠진 금형 생태계...오토폼, 디지털로 판 뒤흔든다

2025.05.09 17:53:00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헬로즈업 세줄 요약]

 

· 오토폼은 30년 기술력과 AI 기반 DX 솔루션으로 자동차 제조 혁신 ‘본격화’

· 숙련 부족 해소, 데이터 활용 극대화 위한 AI 플랫폼 및 친환경 제조 방법론 제시

 

· 금형 산업 DX 및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 방안 논의도


 

고령화, 3D 기피 현상, 교육 부족, 지역 격차 등으로 인력난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숙련 기술의 빈자리가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 이 양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제조업의 핵심 축이자, 정밀 기술의 집약체인 금형 산업은 이 같은 흐름의 직격탄을 맞는 영역 중 하나다. 새로운 젊은 인력의 유입은 극히 드물고, 숙련된 베테랑들은 속속 현장을 떠나며 기술 단절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숙련 기술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를 넘어, 숙련 기술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전환(DX) 기술이 금형 산업에서도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숙련 인력 부족과 기술 단절 위기에 직면한 금형 산업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전통적인 제조 시스템을 새로운 체제로 혁신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AI)이 DX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단순한 생산 효율성 증대를 넘어, 숙련 인력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기술·노하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고, 이를 새로운 인력에게 전수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기대받는 것이다.

 

더불어 AI 기술은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보조함으로써, 작업자가 더욱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이를 통해 숙련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남아있는 인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DX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의 AI 기술을 도입하고, 이러한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올리비에 르퇴르트르(Olivier Leteurtre) 오토폼엔지니어링 CEO는 “현시점 AI가 필요한 이유는 전문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방법론이면서도,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중요 엔진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AI는 모든 기술의 총체적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툴’이라는 관점을 분명히 했다.

 

 

DX·AI 기반 금형 설계 혁신 선포...오토폼, 디지털 생태계 전환 ‘새 章’

 

스위스 취리히에서 1995년에 설립된 ‘오토폼엔지니어링(AutoForm Engineering 이하 오토폼)’은 글로벌 금형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업체다. 컴퓨터응용해석(Computer-Aided Engineering, CAE)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특히 박판 성형 해석 및 금형 설계 최적화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주로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오토폼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첫 방한한 르퇴르트르 CEO는 이달 8일 열린 기념 행사에서 “오토폼은 지난 30년간 금형 산업의 디지털 기술 기반 의사결정 환경을 구축해 제조 혁신을 주도해왔다”며 “‘가상 환경(Virual World)’에서 구축된 제품을 ‘물리적 세계(Real World)’에서 구현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의 글로벌 허브이자, 디지털 제조 혁신을 목표로 한 높의 잠재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오토폼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전 세계 다양한 차량 제조사에서 활용하는 범용적으로 활용하는 툴로 자리매김했다. 박판 성형 공정 전체를 시뮬레이션하고 분석·최적화해 자동차 차체(Body in White 이하 BiW) 제조를 도왔다.

 

5년 전에는 ‘오토폼 어셈블리(AutoForm Assembly)’을 출시해 BiW를 구성 과정을 직관화했다. 이 솔루션은 BiW 제조 공정에서 활용되는 여러 개의 금속 박판을 용접(Welding)·접착(Bonding)·리벳팅(Riveting) 등 방식으로 결합해, 최종 형태를 만드는 조립 공정을 시뮬레이션·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다. 이때 통상적으로 약 250여 개의 금속 박판이 하나의 BiW로 구성된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 글로벌 60여 개의 주요 자동차 OEM 업체와 그들의 1000여 개 공급망 벤더(Vendor)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항공·전기전자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삼성,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오토폼 솔루션을 통해 제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오토폼의 핵심 활동은 차량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초기 차량 설계자의 디자인 의도부터 실제 차체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장한다. ▲설계(Design) ▲개발(Develop) ▲산업화(Industrialise) ▲제조(Manufacture) 등 프로세스가 오토폼 솔루션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평평한 금속 판재가 복잡한 자동차 차체로 구현되는 과정을 가상 환경에서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토폼 솔루션은 제품 개발 단계, 초기 생산 계획 수립, 금형 공정 설계 및 제작, 품질관리,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제조의 모든 공정을 아우른다. 제작 가능한 금형 파트 및 어셈블리 엔지니어링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용 산출을 가능하게 하고, 안정적인 생산 프로세스를 위한 최적화된 금형 설계를 지원한다.

 

르퇴르트르 CEO에 따르면, 이는 곧 품질 최적화 및 공정 횟수 감소와 원활한 양산 체계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가상 환경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제조 프로세스는 물리적인 공장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가상 환경에서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에 필요한 방안을 제시한다.

 

사용자는 PC를 통해 생산 계획 수립, 비용 산정, 시운전, 실제 제조, 품질관리, 문제 발견·해결, 제품 산출 등 제조의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르퇴르트르 CEO는 “실제로 오토폼 솔루션은 하나의 자동차 프로그램당 연간 약 500만 유로(약 8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자동차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이는 연간 약 50억 유로(약 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경험 데이터 기반 AI는 혁신의 열쇠”...제조 효율 극대화, 친환경 확보 잡는다

 

오토폼은 그동안 축적된 숙련 기술을 데이터화해 새로운 인력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하는 방법론을 핵심 동력으로 채택했다. 이 가운데 핵심 기술이 바로 AI다. 더불어 신차 개발 시 기존 플랫폼이나 부품을 재활용하는 ‘캐리오버(Carry-over)’ 전략이 일반화됨에 따라, 과거 프로젝트의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을 전략으로 배치했다.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CEO는 오토폼 AI 플랫폼은 축적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사가 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미래 기술을 예측하도록 기여한다. 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정밀한 수학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 기술을 예측한다. 이는 자동차 제조 생태계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르퇴르트르 CEO는 오토폼 AI 기술을 공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AI 형태를 세분화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예측형 AI(Predictive AI) ▲대리 모델 AI(Surrogate AI) ▲물리 AI(Physical AI)가 그 대상이다.

 

 

이 중 생성형 AI는 오토폼 툴 디자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금형 지오메트리를 자동 생성해 설계 효율성을 높인다. 이어 예측형 AI는 생산 라인에서 신차 관련 부품 재사용 가능성을 예측하고, 제조 상황·조건을 분석해 효율적인 생산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뒤이어 대리 모델 AI는 제품 설계자와 엔지니어 간의 협업 과정을 간소화하고, 설계 타당성을 신속 검증한 후 개발 초기 단계의 오류를 줄인다. 특히 설계자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컴퓨터지원설계(CAD) 시스템 내에서 설계 실현 가능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물리 AI는 수학적 연산을 기본으로 한다. 이때 완전한 정밀도를 추구하면 연산 시간이 매우 길어지는 ‘상충 현장(Trade-off)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0.1mm 단위까지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하려면 많은 연산 자원과 시간이 소요된다.

 

높은 정확도와 빠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원하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물리 AI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르퇴르트르 CEO는 오토폼 플랫폼 자체적으로 약 95%의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고, 복잡한 문제가 남겨진 나머지 5%는 물리 AI가 추가적인 분석과 솔루션을 제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르퇴르트르 CEO는 “AI는 단순한 기술적 목표가 아닌, 경쟁력 강화, 비용 및 시간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도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매뉴얼 구축과 학습 데이터가 주요요소로 구축돼야 하며, 축적된 전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토폼은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탄소 배출량 수집·감소 목표 달성에도 AI를 활용한다. 소재 수율 증강, 스크랩 비율 감소, 차체 경량화의 세 가지 핵심 파라미터를 AI에 반영해 자동차 산업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다각적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로드맵에서는 세 가지 큰 틀에서의 세부 방안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박판 절단 후 공정에서 소재 수율을 1% 향상시키면, 차량 한 대당 20.5kg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차량 제작 시 스크랩 비율을 1% 감소시키면 차량 한 대당 24.6kg의 CO2 배출량을 줄여 폐기물 감소를 통한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또 BiW 중량을 1kg 감량하면, 차량 수명 주기 동안 9.1kg의 CO2 배출량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특히 전기자동차(EV) 시대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르퇴르트르 CEO는 “고객사들은 오토폼을 통해 이미 수백만kg의 CO2 배출량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토폼코리아, 국내 금형 산업 DX 및 인력 양성에 ‘올인’

 

오토폼 국내 지사 오토폼코리아는 앞선 기조를 이어받으면서도 인력 양성에 특화된 비전을 구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인재 발굴 사례를 양산할 계획이다.

 

조영빈 오토폼코리아 대표는 국내 제조업의 DX와 금형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낙후된 현장 환경으로 인해 젊은 인력 유입이 저조한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오토폼은 한국 산업에 실질적인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토폼은 성균관대학교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미래 자동차 연구 분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대학교에는 오토폼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기증해 지역 학생들의 취업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2·3차 벤더를 위한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경일대학교에 센터를 설립하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 연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오는 연말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와는 AutoForm Digital 교육 및 산학연 프로젝트를 통해 프레스·금형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영빈 대표는 2·3차 벤더들의 DX 실현 어려움을 언급하며 “오토폼 ‘Digital Tryout Lab’을 통해 교육·컨설팅·프로세스 구축 등을 지원해 이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이어 미래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스마트 엔지니어 확보와 학습 데이터 활용 능력을 꼽았다. OEM과 공급기업 간 디지털 연결을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Data Pipeline)을 구축해, 데이터 공유 및 상생의 중요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오토폼은 국내 자동차 업계와의 20년 이상 지속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의 DX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 변화에도, 차체 생산의 필수성과 오토폼 솔루션의 비용 최적화 기여도를 함께 강조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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