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한국의 제조업 투자가 급증하면서 물류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내 투자가 2019년 158억 달러에서 2023년 277억 달러로 약 1.8배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투자가 미국 동부로 집중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 동남부 ‘Auto Alley’ 지역에 공장 설립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텍사스에서의 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투자 확대는 미국 서부 항만의 정체 문제와 함께 아시아-미국 물류 패턴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동부의 뉴욕, 뉴저지, 사바나, 휴스턴 등 주요 동남부 항만은 지난 10년 간 물동량 증가율이 3.4%에서 7.6%에 이르며, 이는 미국 서부 항만의 연평균 증가율인 -2.1%에서 1.8%와 비교하여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미물류공급망센터 이성우 센터장은 “미국 서부 항만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국에서 출발한 물류가 미국 동부를 통한 해상운송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고서는 미국 동남부 지역에 터미널, 창고, 철도, 도로 등의 물류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터미널 및 물류센터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선사들의 화물 처리 우선순위에서의 불이익을 줄이고, 수출기업의 계약 위약금이나 취소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물류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법제도 구축, 금융지원제도 개정 및 화주·물류기업 간 상생 협의체 운영 등의 정책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해운 피격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수출 장애 등 다방면에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내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안정적 위치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 동부지역에 항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롱비치와 같은 미 서부 주요 항만의 매각 이후 더욱 뚜렷해진 문제점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지에 물류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 리스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필요한 안전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며, “시설이 부족한 경우 부품 공급 중단으로 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으며, 이는 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 비용 증가, 배송 문제 등을 야기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국 동부 지역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 확보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불확실한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물류 인프라 확충과 관련하여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