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활동 무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로봇’ 하면 산업 현장이 떠오르는 시대를 지나, 일상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한 것이 로봇이다. 각종 로봇 형태 중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보조 역할인 기존 로봇의 목적을 확장해 직접적으로 인간과 함께 움직임을 가져간다.
말 그대로 ‘입을 수 있는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은 지난 1965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 해군에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군용 목적의 ‘하디맨(Hardiman)’이 그 시초다. 하디맨은 활용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고, 이에 전 세계 주요국은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지속 개발하기 시작했다.
웨어러블 로봇이 본격적으로 고도화를 이룩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선 이후로 알려졌다. 이 시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차세대 로봇이 줄지어 등장하기 시작했고, 로봇에 이식되는 소재부터 모션제어 장치까지 혁신을 맛봤기에 가능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이제 로봇 대중화를 이끄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받는다. '좀 더 편하고 실용성 있는 기술'을 지향하는 웨어러블 로봇 업계는 로봇 대중화를 주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달 24일 웨어러블 로봇 기술 업체 위로보틱스가 보행용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지난 2월 출시한 기업·기관용(B2B)에 이어 시장에 내놓은 소비자용(B2C) 제품이다.
김용재 위로보틱스 CTO 겸 공동대표는 “올바른 보행운동을 위한 초경량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을 선보이게 됐다”며 “이번 B2C 모델은 1.6kg의 초경량으로 설계됐고, 30초 이내로 탈부착이 가능해 1인 1로봇 시대를 앞당길 혁신”이라고 윔을 소개했다.
보행 특화 웨어러블 로봇 윔...주목 포인트는?
윔은 ‘인간과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안전하게 활동하는(인터랙티브, Interactive) 로봇 기술’이라는 위로보틱스의 철학에 기인한 모델이다. 김 대표는 “인간과 로봇이 다른 객체로서 서로 도와주는 시대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위로보틱스는 시간이 갈수록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인류를 돕기 위해 인터랙티브 로봇 기술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며 “윔은 이를 실현하는 데 시발점을 마련한 대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위로보틱스는 가볍고 쉽게 활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을 비전으로 윔을 설계했다. 김용재 대표는 “2kg 이하의 무게를 가져야 편하게 입고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이 로봇을 입고 활동하는 데 편해야 한다. 시중에 출시된 기존 웨어러블 로봇처럼 옷처럼 입는 형태를 뛰어넘는 설계를 고안했다”며 윔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윔은 액추에이터, 배터리 등이 접목된 본체를 허리와 무릎에 장착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초경량 무게를 갖추기 위해 차동 방식 단일 모터를 채택했고, 로봇이 몸 전체를 감싸지 않기 때문에 착용한 상태에서도 보행을 비롯한 연계 동작 등을 자유롭게 수행하기 위한 설계를 갖췄다.
김 대표에 따르면 양 다리를 최적의 길이로 연결한 후 대칭적 보조력(토크)을 공급하는 것이 이 제품의 설계 포인트다. 이것이 단일 모터인 싱글 액추에이터를 채택한 이유다.
윔은 제품 측면에 장착된 전원 버튼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사용자 맞춤형 활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반 보행 분석 기능을 담았다. 사용자의 걸음 패턴을 분석해 5분 안에 보행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 운동 및 활동 습관을 코칭하는 AI 알고리즘을 탑재해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에 출시된 B2C 모델은 기존 B2B 제품에 오르막 및 내리막 기능을 추가했다. 색상도 네이비, 라이트그린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돼 기존 B2B 제품과 차별점을 뒀다.
가벼움과 편안함 강조한 윔...실제로 ‘입어’보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윔 B2B 모델을 착용하고 활용하는 시연 세션이 마련됐다. 본체 체결부가 있는 벨트를 허리에 착용하고 본체를 벨트에 체결한 후 본체와 연결된 밴드를 무릎에 장착하면 윔의 가동 준비가 완료된다. 신체적 제약을 최소화한 착용 방식으로 활동상 이질감이 적었다.
이어 윔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제어한다. 보조·휴식·운동 등 총 세 가지 모드로 기능이 세분화됐다. 보조 모드는 말 그대로 보행 시 힘을 전달해 보행력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휴식 모드는 아무 힘이 작용하지 않는 모드다.
운동 모드는 보조 모드와 반대로 보행 과정에서 운동 효과를 부여하는 기능이다. 위로보틱스 관계자에 따르면 계단 오르기 챌린지 훈련이나 보행 시 하체 근력을 상승시키고자 하는 사용자 등에게 이 기능이 주목받았다.
이 모든 기능은 윔 애플리케이션 UI(User Interface)를 통해 활용 가능하다. 이 애플리케이션 기본 화면에서는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하는 부분을 비롯해 운동 거리, 걸음 수, 현재 속도, 소모 칼로리, 주변 지도 등 정보를 제공한다.
보조 모드를 켜면 걸을 때 본체와 연결된 부분을 통해 힘이 전달된다. 1~3 레벨로 단계를 설정할 수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의 동력을 제공받는다. 운동 모드는 보행을 위해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제동력이 느껴졌다. 해당 모드도 1~3단계로 구성돼 제동력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하단 ‘나의 활동’과 ‘보행 분석’ 탭은 보행을 시작한 후 5분이 지난 후에 AI 및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정보가 도출된다.
윔에 탑재된 배터리는 완전 충전까지 두 시간이 소요되고, 완충 시 모드에 따라 최대 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특히 보조 모드에서 주로 배터리 충전량이 소모되며, 운동 모드는 배터리 소모 없이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와 같이 자가 충전이 가능하다.
위로보틱스 관계자는 “윔은 가벼운 재활부터 조깅, 레저 활동까지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오르막 및 내리막 기능을 탑재한 B2C 버전은 더욱 확장된 실용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보틱스는 지난달 윔을 체험할 수 있는 윔 보행운동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에서는 실내와 실외로 구분된 운동 프로그램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 수원시 소재 보건소 및 복지센터, 지리산국립공원 등을 통해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해 활용 데이터를 구축했다. 위로보틱스는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윔을 사용성을 지속 개선할 방침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